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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출근 했는데, 연말이라 딱히 할 일도 없고, 그냥 대학시절...... 추억하고 싶은 사랑이 있어 한번 적어봅니다 (말이 사랑이지 짝사랑이었습니다).
대학 1학년, 신입생 입학과 동시에 친한 친구로부터 자기과 여학생들과 우리과 남학생간의 단체 미팅 제안이 왔습니다. 그때 친구와 함께 온 상대편 여자 주선자........ 친구 녀석은 자기과에세 제일 괜찮은 여자라고 했는데, 첫 인상은 그다지....바짝 마르고 키만 커서 제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대충 미팅 주선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 내 스타일도 아닌데 희한하게 자꾸 그녀 생각이 납니다. 친구녀석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봐서 다음 날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나: 혹시 XX 대학 1학년 보라(가명)씨 전화 아닌가요?
그녀: 맞는데요. 누구시죠?
나: 안녕하세요. 저 어제 미팅에서 봤던 거시기 친구입니다. 어제 제대로 이야기도 못했는데, 혹시 오늘 시간 되시면 한번 볼 수 있을까요?
그녀: 미팅요???? …………. 그럴까요?
나: 그럼 XX백화점 정문 앞에서 00시에 뵙는 건 어떨까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시간 맞춰 백화점 앞으로 갔습니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백화점 광장에서 집회가 있었고, 경찰과 시위대가 엉켜서 정문 앞이 많이 어수선하더군요. 30분이 지나도, 1시간이 지나도 그녀는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다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 아니, 백화점 정문에서 만나기로 약속 했는데, 왜 안 나오시죠?
그녀: 무슨 소리인지? 저 나가서 한참 기다렸는데요. 안 오시길래, 그냥 들어왔습니다.
나: 아! 그럼 정문 앞이 좀 복잡해서 서로 길이 엇갈렸나 봅니다. 혹시 지금 시간 되시면 제가 집 근처 초등학교 정문 앞으로 갈 테니 볼 수 있을까요?
그녀: ......... 그러세요. 그럼!
초등학교 정문에서 한참을 기다렸지만, 역시나 그녀가 나오질 않습니다.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습니다. 이쯤 되면 화가 머리 끝까지 오릅니다. 도대체 이 여자가 나를 뭘로 보고……... 담날 학교 수업도 빠지고 친구 학교로 찾아 갔습니다. 학과 건물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 그녀가 친구들과 아무일 없다는 듯 웃으며 걸어 옵니다. 순간 욱!하는 기분에 반말과 욕이 한꺼번에 튀어 나옵니다. 야! 너 뭔데?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이니??? 남자 가지고 노는 게 네 취미야? ㅆㅆㅆㅆ..........
그년 약간 겁 먹은 표정으로 황당하다는 듯 저를 쳐다 봤습니다. 이때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어야 했는데, 전 제 분를 참지 못해 계속 반말과 욕을 내 질렀습니다. 결국 그녀는 친구들과 도망치듯 자리를 피해 버렸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그녀 표정하며,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전혀 그런 짓을 할만한 여자는 아닌 것 같았는데…….
다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 안녕하세요. XX대학교 1학년 보라씨 맞죠?
그녀: 맞는데요.
나: 어제 바람맞았던 사람입니다. 어젠 바람 맞히고, 오늘은 왜 이야기 하는데 왜 도망을 갑니까?
그녀: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어제 누가 바람을 맞혔다는 말인지? 저도 나갔다가 바람만 맞고 짜증 나 죽겠는데....오늘은 또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나: 정말 XX대학교 1학년 보라씨 맞는 건가요?
그녀: 그렇다구요.
나: 정말 신보라씨가 맞긴 한데 오늘 절 만난 적이 없으시다구요?
그녀: 네??. 전 신보라가 아니라 김보라인데요.
그랬습니다. 그녀는 신보라가 아니라 김보라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우연의 일치가 있을 수 있는지?. 내가 만나려고 했던 여자와, 지금 통화하고 있는 이 여자는 같은 학교, 같은 학년에 성만 달랐던 것입니다. 더구나, 사는 동네 앞 뒷집에 같았고, 심지어 나중에 확인해 보니 전화번호조차 마지막 한자리만 틀렸습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우연이지만, 100% 실화입니다).
그때부터 전 그녀를 쫓아 다녔습니다. 뭔가 큰 실수를 했다는 생각, 반드시 사과를 하고 용서를 받은 후에 좋은 연인이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 군대 첫 휴가도 그녀 때문에 나왔고, 그렇게 대학 4년, 군대까지 합쳐 거의 7년 가까이 그녀를 쫓아 다녔습니다. 만난 자리에서 슬픈 눈물을 보이는 그녀를 보며, 이젠 정말 포기해야지! 했다가도, 간간히 들려오는 그녀의 안 좋은 소식들..... 그게 아픔이 되고, 미련이 되고..... 결국, 다시 포기를 못하고 연락을 하는...... 시간이 많이 흘러 지금 생각해 보면, 어쩌면 그건 사랑이라기보다, 집착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친구를 만났는데, 아직 그녀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게 지금 저에게 큰 의미가 되는 건 아니지만, 그 말은 듣는데 왜 그리 가슴이 찡!한지……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녀를 한번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때 그녀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혹시나 내 집착으로 힘들진 않았는지, 힘들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어쨌거나 저에겐 꽃다운 나이에 참 순수했던 추억이고, 때문에 진심으로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월이 흘러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평생을 가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랑도 있습니다(이건, 사랑이 아니라 그냥 기억이라고 해야겠네요!). 그 이야기도 좀 할까 하다가,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근데 이런 글 여기에 막 써도 되나요??? 혹시 그녀는 스키나 보드 타진 않겠죠!!!
근데 궁금한게 7년동안..
신보라씨를 따라다녔다는건가요?
김보라씨를 따라다녔다는건가요?
뜬금포로 갑자기 떠오르는건..보라도리..ㅈ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