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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는 헝그리보더 다

 

마지막 시간을 본것이 2시15분 이었던것 같다.

 

이제는 감각이 없어져버린 왼쪽다리를 다시한번 주물러 보았다.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몸을 일으키는 소리마저도

쇳소리가 났다.


별조차 하나 없는 이 어둠....그리고 아무것도 입지 않은 착각이 들만틈 매섭게 파고드는 바람.

여기서 살아날수만 있다면,  살아 날수만 있다면 ,

 

"이보드복 정말 후회 안하실 겁니다.  한번 입어 보세요  정말 가볍잖아요..

그런데 안감과 겉감이 분리되어 있어요..공기층이 형성되어 있는거죠..

이정도면  히말라야에서 조난당해도  얼어죽진 않을겁니다..하하하..."

 

살아 난다면  제일먼저 그 샾돌이 새끼를 찾아가서 멱살을 잡을것이다.

이 보드복은 지금 아무역활도 못하는것 같다. 너무 춥다...


아.. 이게 상상이나 하던 일일까...


용평 골드 슬로프 경사면이 끝나는 지점,   슬로프의 가장가리 구덩이에서 죽어간다는건

도저히  도저히 상상조차 할수 없던 일이다.


동호회 현주의 얼굴이 떠올랐다.

현주는 소주를 원샷하는 아이다, 발그레한 얼굴로 헤어질땐  손을 좌우로 크게 흔들어 주던 아이다.

그런 현주는 버릇처럼 말했다.

"아무도 없는 슬로프에서 한번 타봤으면....    외국에서처럼..."

"오빤 해봤어요?"

 

현주는 내게 반말과 존댓말을 썩어 쓴다.

내가 뭔가 먹어 보라 내밀면 "싫어" 라고 말을 하다가  " 같이 갈래요?"  하고 뭔가를 물어 볼땐

존댓말을 쓴다.

 

나는 왠지 그 불균형한 말투에 더 끌렸던것 같다.

현주에게 아무도 없는 슬로프,  그  슬로프에서 타는걸 실현시켜 주고 싶었다.

오늘은 가능성을 실험해 보기위한 예행연습 이랄까..

 

모든것은 순조로왔다

골드 운행이 끝날시간쯤  숲쪽에 숨어 있다가 제설차량이 빠져 나가면

그때 타면 되는것이다.

단지 기다리는 시간에 추우니까  현주랑 올땐  등산용 방풍담요와  핫팩을 많이 준비해야 겠구나

생각했을 뿐이다.

 

차량이 빠지고   언제나 그랬듯이 익숙하게 슬로프를 내리질렀다.

아무도 없는 슬로프..아~!이런 기분이구나..

순간~!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슬로프 조명등이 모두 꺼졌다..

앗~!  불을 끄는구나..젠장..시간을 잘 맞춰야 겠는데..

제설차량이 다 빠지길 기다리지 말고 슬로프 끝에 즘 갔을때쯤......  어라~?

 

순가 몸이 붕 떠올랐다.... 모글이었나 보다   슬로프가 깜깜하니 보일리가 없다.

그리고 몸이 푹~ 떨어졌다..


젠장~!   몸을 일으키려 는데  다시 푹~ 쓰러졌다..

뭐야 이거  킥킥킥...  처음엔 웃겼다  내 몸이 내 말을  안듣고 줄달린 피노키오 처럼 풀석 풀석 주저 않는게

너무 웃겼다..

 

머리에 손을 엊고 킥킥 웃다가  쇠파이프로  맞은듯한 통증에 비로서 사태의 심각성을 느껴졌다.

아 뭐야 부러진건가  아 젠장.

일단 패트롤을 불러야 했다  .  아 젠장  벌금 내는거 아냐..젠장..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를 해야 했다   하지만  화면 가득한 굴림체 폰트 " no signal"....

이럴리가 이건 아닐꺼야..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물개처럼 상체를 들어 올려 신호를 찾아 보았다  소용없었다.

아 뭐야 이거  소리라도 질러야 하나..  아 정말 재수없는 날이네..

"누구 없나요?  "  "누구 좀 없어요? "   그렇게 젊잖던 목소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살려주세요" , "제발 살려주세요", "여기 여기 사람있어요"  처절한 외침 바뀌었다 .

 

다시 핸드폰을 보았다 "no signal" 말고 다른 문구가 하나 더 떳다  " low battery" .

추운날씨 때문인지 밧데리도 빨리 소모되는것 같았다  일단 꺼야 했다  자리를 좀더 이동해서 켜보아야 했다.

 

마지막 시간을 본것이 2시15분 이었던것 같다.


얼마나 기었을까.... 땀까지 범벅이되고 식어가고 있어서 몸은 이제 추운 감각마저 느끼기 힘들었다.

갑자기 모든것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언젠가부터 내리던 저 함박눈이  솜덩이 처럼 포근하게만 느껴졌다.

자자... 그냥 자고 나면 이게 다 꿈일꺼야..  그런 생각에 눈이 감겨갈 무렵

저 멀리서 불빛이 보였다.

아 거의 온건가 ? 휴게실 불빛인가 ?  여기서 라면 핸드폰이..

 

핸드폰을 다시 켜봤다 "no signal"  ...   절망적이었다.. 그런데  와이-파이(wi-fi) 신호가 잡혔다

비록 한칸이긴 했지만 분명 잡혔다.  핸드폰 밧데리는 한칸..

뭔가...뭘 해야 할까..  지금..어쩌면 내생의 마지막 일지도 몰라...

난 뭔가 뭔가를 남겨야해...그...그런데..졸리다...

 

 


패트롤 출근 3일째인  오철용에겐 이런사고는 처음이었다 아직도 가슴이 두근 두근 거린다.

 

아침점검으로 올라가던 리프트에서 누군가 떨어 트린 고글을 보았다.

내려오는 길에 수거를 하기 위해 고글쪽에 갔을땐 심장이 멎는줄 알았다.

사람이었다  . 아니 이시간에 왜 여기서..


"윤대장임 아침에 발견된 그 사고자 시내로 옮길 엠브란스 왔습니다."


"상태는 어때 ? "


"네 저체온증이 심해서 의식이 없는 상태이긴 하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을것 같습니다"

좌측 인대가 심하게 부었는데요"


"옮길때 조심하고 우린 여기까지니까 빨리 인수인계 하는게 좋아"


"네 그런데 사고자 보호자에게 연락을해야 할텐데요....."


"훗..내가 강력계 출신이잖아  벌서 핸드폰 충천해 놨지.. 그걸 보면 주변사람들 연락처가 나오지 않겠어? "

 

" 아..역시 대장님 이시네요 "


오철용은 충전이 58% 된 핸드폰 충전줄을 제거 하고 핸드폰을 켰다.

 

"어.. 대장님 .. 그런데 사고자가 마지막에 인터넷 싸이트에 접속했나 본데요?"

 

"그래?  그런 상황에서 인터넷 싸이트를?  하여간 요즘엔 또라이들이 많아서...  어딘데?"

 

"허..헝그리 보더 란 싸이트 인데요"

 

"헝그리보더 ?  아니 거길왜......"


핸드폰 액정엔 이런글이 써있었다..

 

 

 

 

중고장터:

시즌권 양도해욤,.  용평 통합 시즌권이구요 사정상 양도합니당, 진단서 첨부해 드릴수 있구용.

네고는 사절~!

 

 

 


 

엮인글 :

夢[몽냥]

2014.01.01 10:50:07
*.36.151.22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헝글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 재밌네요

찌도찌도

2014.01.01 10:59:38
*.62.175.2

ㅋㅋ저타이밍에 네고사절요ㅎㅎ
재밌네요ㅋ

MerdeCoree

2014.01.01 11:03:10
*.216.110.13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lous

2014.01.01 11:03:49
*.140.59.12

본능에 충실했던 헝글러..... ㅋ 정초부터 즐거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

AmaRi

2014.01.01 11:04:04
*.184.128.3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러너러너

2014.01.01 11:08:50
*.62.173.13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키와사슴

2014.01.01 11:10:49
*.32.130.19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박ㅋㅋㅋㅋㅋㅋ

무쌍직전영신류

2014.01.01 11:12:07
*.13.197.227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램린

2014.01.01 11:36:27
*.212.148.7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상최강홍스

2014.01.01 11:38:44
*.55.184.223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굿캣

2014.01.01 11:48:02
*.234.201.232

미치겠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14.01.01 12:05:18
*.178.255.178

피시방작가김씨님 팬이 되겠어요

겸동이뚱

2014.01.01 12:06:29
*.11.212.117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저스냅

2014.01.01 12:07:11
*.226.200.176

푸하하 마지막글 보고 뿜었어요

탁구

2014.01.01 12:24:23
*.234.203.224

헐 대박... ㅋㅋㅋㅋㅋㅋ

88꿈나무

2014.01.01 12:26:17
*.45.100.86

ㅋㅋㅋ. 새해 아침 참 재밌게 시작하네요.

생긴거하곤

2014.01.01 13:48:13
*.36.144.188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아 미쳐~

물러서지마

2014.01.01 14:28:10
*.144.208.163

네고사절 ㅋㅋㅋㅋ

리틀피플

2014.01.01 16:56:49
*.137.174.10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현실적이야.ㅋㅋㅋㅋ

우리보

2014.01.02 09:27:26
*.70.49.106

아...미칰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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