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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영화보러 갔어요.
옆자리에 커플이 앉네요. 뭐...어쩔 수 없죠...
커플이란 존재가 마음에 안들지만...어쩌겠어요.
영화관 전세 낸 것이 아니니 그냥 지정좌석에 착석할 수 밖에...
팝콘을 먹으며 "얼릉얼릉 시작하여라~~~언능언능"
영화시작의 주문을 외우고 이윽고 광고가 끝나고...
옆 커플 남자가 신발을 벋더니 앞좌석 의자 머리 부분에 발을 턱!!!하니!(앞으로 발꼬락 남이라 칭하겠어요)
왜 사장님 자세 있잖아요...TV에 나오는...딱 그자세요.
순간...뻥져서...
"앗!!! 드러..."
제 옆에 앉아있던 여자가 들었는지 귓속말로 쏼라쏼라~~~(앞으로 발꼬락 여라 칭하겠어요)
그러나 뭐...아무 일 없다는 듯이 같은 자세로 영화를 보더군요.
제 바로 옆이 발꼬락 녀, 그 옆이 발꼬락 남이였는데...
자꾸 고 발꼬락이 제 눈에 거슬리는 것이었어요. 힝~~~
회색발꼬락이 드디어 꼬물딱 꼬물딱!!!
"앗!!! 예의없이...진짜 드럽다." 저도 모르게...혼잣말을 ...
회색발꼬락이 꼬물딱거릴 때마다 어디선가 가루가 떨어지는 것 같고
꼬린내가 막 풍기는 것 같아서...힘들었어요.
하지만 제 머리 위에 그의 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옆옆인데다가 그들 앞좌석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비어있어서
옆에 앉은 저는 뭐라 말할 건더기가 없었습니다.
근데 그들은 역시...커플이었답니다.
조금 있으니 여자도 구두를 벗더니 발꼬락 남과 똑같은 자세로...
"똑같이 드럽네." 하고 그녀의 발꼬락을 쳐다봤죠.
저의 시선에 약간 민망해 했지만 꿋꿋이 버티던 그녀의 발꼬락이 조금 후 그녀의 자켓에 가리워졌죠.
그러나 뭐...답답했나봐요. 발꼬락이...자꾸만 자켓 밖으로 숨쉬러 나오네요.
그럴 때마다 전 숨을 참고...(덕분에 전 숨넘어갈 뻔)
영화가 끝나고...전 얼른 일어나서 옆자리 동행인에게 빨리 나가자고 했죠.
동행인은 옷을 주섬주섬...쓰레기를 주섬주섬...밍그적 거리며 왜그러냐길래...
옆에 사람들 너무 드럽다고 빨리 나가자고...
그러고 나왔는데 그 발꼬락 커플들이 영화관 앞 엘리베이터 앞에 있더군요.
그 커플을 피해서 딴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그들의 눈길이 느껴지더군요.
동행인이 눈치를 채고 왜그러냐고 저에게 묻길래...
"아까 내 옆에 앉아서 앞자리 머리 부분에 발 얹고 발꼬락 비비던 사람이야.
예의도 없고, 매너도 없고, 상식도 없는, 게다가 더럽기 까지 한 사람들이야."
그랬더니 발꼬락 남이 꼬라봅니다. 그러면서 양팔을 들더니 어깨를 들썩하며
'뭐! 왜!' 이런 표정입니다. (흔히 TV에 나오는 외국인의 What's up? 제스처)
서로 다른 엘리베이터를 탔지만 내려서 또 만났네요.
그 발꼬락커플은 그 커플대로...저와 제 동행인은 또 그렇게 서로를 궁시렁 거리고...
급기야 그 발꼬락 남이 저에게 두눈 부릅뜨고 오려는 걸 발꼬락 녀가 붙잡으며 한마디 합니다.
"미친년이잖아. 걍 내비둬."
아...졸지에 전 미친년 되어버렸습니다.
오늘 알았습니다. 전...미친년이었습니다.
제가 미친년인 걸 미리 알았더라면 미친 짓 좀 했을텐데...뒤늦게 알아서...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랬는데...
저는 저를 알지 못하여...오늘 발꼬락 커플에게 졌답니다...ㅜ.ㅜ
아...억울해!!!
그들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아서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