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되면 자삭하겠습니다
내 바인딩 각도는 21도, -18도이고 하이백은 숙일 수 있는 최대한의 각도로 숙여져 있으며, 스탠스넓이는 그 보드에서 넓어질 수 있는 최대한의 넓이이다.
나는 보드복을 세탁기에 돌려서 빨아버리고, 보드장에 갈때에는 보드화를 신고 버스를 타는 곳까지 나가서 버스를 타고 그대로 보드를 탄 후 그대로 보드화를 신고 집으로 왔었다.
현재 내가 입는 보드복 상의는 지난 여름 재고정리하는 샵에서 구입한 3년은 지난 버튼재고의류로 5만원에 구입을 했고, 재작년까지 내가 입던 보드복은 상하의 공히 '2000방짜리'의 나까마로 들어온 '덥'이라는 브랜드의 보드복이었다.
내가 처음 사용했던 데크는 무려 4시즌동안 '엣징'도 '왁싱'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었으며, '장갑'은 손끝이 다 떨어져서 손가락이 삐져나오고서야 새걸로 샀고, 처음 보드를 시작하던 그 때의 '고글'을 작년까지 무려 7년동안이나 썼었다.
그런가하면, 나는 처음 보드를 탈 때에 구입했던 그 보드백을 아직까지도 들고다닌다.
내가 한참 열심히 보드를 타러다니던 97~01년도까지 나는 '사이드컷'이 뭔지도 몰랐고, '캠버'가 뭔지도 몰랐으며 '유효엣지'가 무엇인지 심지어는 '피텍스'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엣지그립력'이라는 단어도 몰랐고 '리바운딩'이라든지와 같은 단어도 알지 못했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부족한 정보와 알고자하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 무던히 인터넷과 PC통신을 돌아다닌 결과 겨우 알 수 있었던 'BBP'와 '정확한 자세' 이것 두가지 뿐이었다.
그 당시에는 비단 나뿐 아니라 나처럼 열심히 라이딩을 하던 사람들도 비슷하였을 것인데, 가끔 열심히 타는 사람들끼리 슬로프에서 만나거나 월방(당시에는 시즌방이 아니라 월방이라고 불렀다)앞 슈퍼에 들렀다가 만나서 소주라도 한잔 할라치면 골치아픈 '용어'나 '공식'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다만 '이렇게.. 이렇게' 라며 어쩌면 어설픈 자세를 이야기하거나 서로에게 덕담을 할 뿐 험담이라는 것도 말싸움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가장 많이 보게 되는 말들이.
'덕스탠스로는 깊은 카빙이 힘들죠'
'하이백을 최대한 숙이고 다니면 카빙에는 유리하겠지만 허벅지가 터지죠'
'스탠스를 넓히면 힘이 모이지 않아서 빠른 엣지전환이 힘들죠'
'보드복은 빨지 말아야해요'
'최소한 10000방 이상은 입어줘야 됩니다'
'우와 그 장비 정말 멋지네요. 팔고 그거 사야 될듯~'
'그 보드는 사이드컷이 작기 때문에 어쩌고저쩌고... 유효엣지가 몇인데다가 피텍스가 4000이라서 저쩌고어쩌고..'
'캠버가 내려앉으면 이제 다 쓴 것이라고 보면 되고.. 어쩌고.. 탄력이 죽었기 때문에.. 저쩌고...'
등등등... ETC.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들로만 따져보자면 나는 제대로 된 보더도 아니고, 내 스탠스넓이와 각도로는 제대로 된 카빙도 힘들며, 나는 맨날 물이 축축하게 젖어서 뚝뚝 떨어지는 옷을 입고 남루한 외모로 엣지전환자체도 힘들게 하는 보더일 따름이다.
언젠가 한 보드샵에서 아주 재미있는 이미지를 만들어서 인터넷에 띄운적이 있는데, 그 사진은 멋지게 차려입은 보더가 키보드를 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보더 VS 키보더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라고 써져 있었던 것 같다. (아니면 비슷한 말이었더랬다.)
그 샵은 꽤나 유명한 라이더들이 운영하는 샵이었는 데, 그들이 하는 말이 '인터넷에 보면 너무너무 잘타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실제로 보드장에 가보면 하나도 보이지 않으니 이게 어찌된 일이냐' 라고 했다.
그 말을 보면서,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토론들 (여러가지 공식과 이론을 가지고 벌이는)이 결코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치는 않다.
하지만, 우리가 이야기를 할 때에 위에서와 같이 '보드복을 빨지말아라'던가 '덕스탠스로는 카빙에 한계가 있다'라던가 '10000방 이상을 입지 않으면 물이 샌다'라는 것들과 같은 틀린정보를 타인에게 전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곰곰히 생각해볼 문제다.
다행히 우리 사관학교는 그러하지 않지만 요즈음의 보통 동호회들을 돌아다니다보면 이런 식의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것에 가끔 고개가 갸우뚱 거려진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빈수레가 요란하다 했는데.. 어쩌면 나부터가 그러지 못한 것이 아닌지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 된다. 최근에.. 어쨌든 많은 장비들을 새것으로 갈아치우고 있으니깐..
그래도 여전히 과거에 '처음 오는 사람의 손을 따스하게 잡아주고' 언제나 웃으면서 밝게 토론해나가던 모습들이 바람직한 길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교관 백작가
스펙만 따지는 우리사회~
취미생활에선 더 하다고 생각되네요...
나 조차도 키보더..?읭...?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