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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스노보드에 올라타 하얀 수염을 휘날리며 슬로프를 날아다닌다는 소식을 듣고 득달같이 달려간 곳은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현대 성우리조트. “무슨 이야기꺼리가 되냐?”며 나타난 주인공은 이곳에서 응급 부상자들을 위한 패트롤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석도일 스님(60)이다. 한손에 보드를 들고 멋을 부린 모자에 울긋불긋 화려한 복장이 예사롭지 않다.
“스노보드 타는 것을 좋아해 한 6년째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어요. 혹 스님이 보드를 탄다고 하니 놀기 좋아한다고 생각 하는데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도와주고 그들에게 부처님의 좋은 말씀도 전하니 저만의 수행방법이라고 할 수 있죠.”
스키장에서 가까운 관음사라는 절의 주지스님이기도 한 그는 스노보드의 숨은 ‘고수’로 통한다. 패트롤의 경우 스키를 타고 다니는 것이 보통이지만 스노보드를 스키보다 더 자유자재로 타기 때문에 그는 상급자나 중상급자 코스에서 보드를 타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보드를 탈 때도 두발이 아닌 한발 만으로 타는 고 난이도의 기술을 펼친다. “사람들이 다치면 재빨리 달려가 응급처치를 해야하기 때문에 한발은 항상 자유롭게 놔둬야 한다”는 것이 이유이지만 한발로 보드를 타는 그의 물찬 제비같은 모습에 모두들 혀를 내두른다.
젊은 시절 불교 공부에 심취해 30대 초반 불제자가 된 석 스님은 겨울이면 스키타는 것을 좋아했다. 은사 스님의 눈을 피해 몰래 스키를 탔는데 스키가 운동도 되고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10여년 전부터는 스노보드도 배웠다. 보드는 타면서 우연히 사고 현장을 목격한 뒤 패트롤 활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2002년 시험을 통과해 자격증을 땄다. 국내에서 스노보드를 타고 활동하는 패트롤은 그가 유일하다.<iframe src="http://news.sportsseoul.com/public/ad/2012/read/in_box_190x190.html" width="190" height="190" scrolling="no" frameborder="0" title="광고영역" style="margin-left: 15px; margin-top: 5px;">
간혹 스노보드를 타는 그를 ‘날라리 스님’으로 오해하는 ‘중생’들도 있지만 패트롤 활동은 그에게 포교의 한 방편이고 수행의 한 방법이다. 아직도 스키장 사고를 접하면 안타까움이 앞선다는 석 스님은 “스키장 사고의 80~90%는 보드 사고입니다. 대부분 안전 불감증이 원인인데 무엇보다 자기 수준에 맞는 슬로프를 타는 것이 중요합니다. 꼭 전해주세요”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횡성 | 유인근기자 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