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덕진입니다.
내일부터 성우리조트에서 열리는..
"2009 FIS Snowboard Worldchampionship Kangwon Korea presented by LG"
paparazzi님의 현장 소식을 데일리 리포트 형태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paparazzi's Daily Report.
"Le Capitule."
presented by TW Snowboard Korea.
2001년 스위스 시절 덕문과 난 매일 아침 8시 부근 산정상에 올라 쉼없이 라이딩과 촬영에 모든걸 걸었다.
샬레에 내려오면 씻기도 전에 오늘 촬영분 풋티지를 함께 보곤 했는데
그때부터 난 내 사진에 찍힌 주인공에게 가장 먼저 결과물을 보이는것에 충실 하기로 마음 먹었다.
언제나 실현되는것은 아니지만 사진속 주인공과 첫결과물을 함께 한다는것은
일종의 의식과도 같았고 서로 많은 것을 공유 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어느날 샬레를 찿은 체코 친구 뻬뜨르에게 이런 과정을 체코어로 물었는데
프랑스인인 뻬뜨르의 여자친구가 'Le Capitule' 가 적당하지 않겠냐고 권했다.
뜻은 몰랐지만 긴 설명 끝에 얻은 단어이니 무조건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후 불어를 아는 친구들이나 프랑스인에게 이 스토리를 이야기 하면 고개를 갸우뚱 하는 친구들도 있었으나
그때의 추억으로 이 개념은 'Le Capitule'가 되었다.
오늘도 세계 선수권 본부의 경기 진행실과 프레스 센터의 공용 콤퓨터의 모니터 에서는
사진 속 주인공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슬라이드쇼가 돌아 가고 있다.
'Le Capitule' 는 세계 선수권 프레스 센터와 헝그리 보더의 게시판에서 만 진행 된다.
모두 함께 하기 위함일 뿐이고...
2009년 1월 15일
지난 사일간 용평 포레스트 레지던스에서의 시간은 훌륭한 휴식 이었다.
여유있는 오후 도착한 성우 리죠트는 평일치고는 꽤 붐비는 모습이었다.
경기가 어떻고 정치가 어떻다던데... 별 상관 없는 느낌이다.
언제나 익숙한 본관5층 경기 진행 본부가 예년과는 다르게 좀 더 너른 면적을 차지 하고 있다.
강원도와 KSA, FIS 그리고 여러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자원한 봉사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고
경기 운영본부 통유리 건너로는 거대한 파이프와 대한민국에선 처음 보는,초기 와나카 빅에어나
도요다 빅에어와는 비교도 되지않는 거대한 철골 구조의 키커가 눈에 들어왔다.
대한 민국 최초.
매년 우린 새로운 세상을 세계 최고의 퀄리티로 맞이 하고 있는 것이다.
순간 또다시 새로운 꿈이 이루어 졌다는걸 자각했다.
등록은 간단 했다.
KSA를 통해 OC[경기 진행 스탭] 와 TW를 통해 P[press] ID가 리스트 업 되어 있다.
난 P클래스 아이디로 등록 했다.
의무감을 덜고 충분히 게임을 즐기기엔 프레스 아이디 만한 것이 없으니까...
아이디 클래스는 여섯가지정도로 구분 되는데 경기 상급 임원과 븨아이피 다음으로
프레스 클래스는 경기 영역 전체에서의 활동이 자유롭다.
숙소는 유스호스텔로 배정 되었는데 프레스를 위한 펜션을 마다한 이유는리죠트 내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숙소에 짐을 풀지도 못하고 곧바로 친구들을 만나느라 분주해 졌다.
간간히 지나치며 눈인사를 하는 라이더들을 보면 꽤 많은 얼굴이 몇년 전 쥬니어 챔피온쉽에서
어울리던 친구 들이다.
16-7세이던 꼬마들이 수염을 기르고 귀엽던 귀밑머리는 구렛나룻이 되어 있다.
뒤따라 헤드 져지 올라와 마주쳤고 미국 국대 감독이었던 마이클이 반갑게 인사한다.
7-8년여간 봐오던 친구들 이었지만 서먹한 거리감이 있던것이 사실인데, 이번 대회에는
사소한 벽이 허물어지고 오랜 친구로 느껴 졌다.
그때 가장 반가운 친구 둘이 서성 거리는 것을 발견 하게 됐는데 바로 좐과 알리였다.
JOHN, OLLIE and anderson.
'아우 다시 만나게 되다니 당연하지만 반가워!'
'밥 말리이이!!![ 대회때 만나는 친구들은 날 그렇게 부른다. 내가 그렇게 내 이름을 소개한 이유다.
보통외국인 친구들은 내 한국이름을 잘 기억 하지 못하는데 밥말리는 잊기 힘든 이름 아닌가.]
'안그래도 얼마전에 중국에서 묵과 네 이야기를 하고 다시 만나게 될까 했는데...'
'...'
좐은 여전히 밝게 웃는 개구 쟁이 같은 얼굴이고 알리는 또 여전히 말없이 웃는다.
좐은 뉴질랜드 출신으로 각국에서 열리는 FIS대회와 섬머시즌 중에는 스노우파크에서 일하는 파크 빌더이자 디자이너다.
알리는 오스트리아 출신인데 아마도 높은 산이 고향인걸로 알고 있다.
그의 억양만 보더라도 굉장히 특이한 독일어를 구사하는고 높은 산[4000미터급] 에서도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해 주었었고,
고산병을 치르지 않을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세세히 설명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타당한 이야기다.
그도 좐과 마찬가지로 파크 빌더이자 디자이너 이며 FIS대회와 섬머 시즌엔 유럽 여러 나라의 마운틴 파크에서 일한다.
이번해에는 스위스 사스피와 락스에서 일했는데 2009년 들어오면서 자기가 만드는 파이프 마다 눈이 내린다며 웃었다.
다음날 바로 알게 되었지만 좀 재미난 일이라고 그때도 생각했다.
둘은 모두 일년 250일 이상 산에서 일하고 하루 200달러 정도의 수당을 받으며
250여일간 먹고 자는데 드는 비용은 없다.
맥주값은 치른다.
'오늘밤 맥주 어때?'
'좋은데...오늘 밤 파이프 쉐이핑이야'
'아 그렇군... 전화 있어?'
'없어 나야 항상 파이프에 있지'
'그래 있다 보자.'
임원용 레스토랑은 항상 모든 음식이 풍부하다.
간단히 처리할 일들을 치루고 임원용 레스토랑에서 물과 따뜻한 커피를 한통씩을 백팩에 넣고, 담배를 한갑 사고 파이프로 향했다.
좐과 알리가 거기 있었다.
좐과 알리 모두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개구쟁이같은 친구다.
하지만 눈위에선 전혀 다르다.
좐이 일하는 모습을 봤을때 그는 키커의 랜딩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비클이 움직이는 속도는 초당 30센티 이하로 느껴졌고,
200미터쯤 떨어진 거리 에서도 비클 운전석에 앉은 그의 눈빛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내가 만난 훌륭한 디자이너들은 모두 비슷한 성향 이었다.
순수하고 섬세한 완벽주의자.
이렇게 가까이에서 좐과 알리를 보게 되는것은 처음이라 염려했다.
혹여나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아서 였다.
파이프는 이미 많이 정리되어서 좐이 만드는 파이프 특유의 동굴같은 느낌이 잘 살아 있었다.
좐이 운전 하고 알리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는데, 난 백사이드 플렛폼으로 조금 올라가 손인사를 했다.
좐은 슈레더를 멈추고 조수석 문을 열어 이리 오라고 손을 흔들었다.
예상과는 달랐다.
슈레더를 조종 하는 좐과 알리의 옆자리에 앉게 되다니...
난 십분여 아무말 없이 좐의 조종을 즐겼고 알리와 좐은 지난 시즌 이야기며 여자친구 이야기를 쉴새 없이 쏟아냈다.
난 조용히 촬영을 시작했는데 떨림을 잡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천천히 모는데도 비클 내부는 진동이 무척 심해서 등을 의자에 바짝 기대고 발은 쭉펴서 발받이를 짓이길듯 몸을 고정해야 했다.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둘다 여유롭게 일하고 있었고 마치 자동항법장치를 가동한 숙련된 파일럿의 모습처럼
슈레더와 비클은 자동으로 조종 되는듯 보였다.
내 카메라에는 평균 35개 정도의 버튼이 있고 이 버튼들은 35-3정도의 함수 관계를 가지고 있다.
좐은 20개 정도의 버튼과 레버 그리고 핸들을 수시로 조종 했다.
그것은 내가 다루는 카메라의 그것과는 형식이 조금 다른,
마치 니드포 스피드의 고난이도 트랙을 퍼팩트 하게 깰때 조이스틱이 다뤄어 져야하는 정도의 섬세한 조종이었다.
비클 내부는 운전석 이라기 보다는 조종석에 가까왔고 좐과 알리는 기장과 부기장과 같았다.
좐은 프론트 사이드 월을 천천히 쉐이핑 해 나갔는데 보통 국내의 경우 머쉰의 차이와 운전 기술의 차이로 10센티 이상씩 '깎아'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좐은 한번의 웨이핑에 3센치 정도를 '갈아'내는 듯 보였다.
매번 멀리서 볼 때마다 고도의 집중으로 지켜보는 것이 지겨울 정도로 천천히 비클을 모는 듯 보였는데,
어느새 떠들다 보니 40여분 만에 정상에 도달했다.
예상보다는 훨씬 빨랐고 무료하지 않았다.
알리는 좐이 건넨 각도기를 가지고 플렛폼으로 갔고, 잠시후 둘은 이번 파이프 쉐이핑의 진행에 대해 의논했다.
국내의 경우 디자이너와 빌더가 철저히 구분되어 있는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이견이 많이 생기게 된다.
둘의 대화는 자연스러웠고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고 반영했다.
보통 파이프 결선에 이르기 까지 네번의 쉐이핑이 이루어진다.
1,2,3차 공식 트레이닝과 예선전을 치룬후 쉐이핑이 연속적으로 추가 되는데
지난해의 경우 클로즈 버티컬로 공식 연습을 시작해 서서히 라이더들이 오픈시키는 앵글에 맞추어 버티컬을 열어 나갔다.
보통 클로즈 버티컬 에서는 라이더들이 버텀 쪽으로 밀려 들어오는데 대부분 수준 급 선수들은
몇번의 트레이닝으로 버티컬에 적응해야 하고, 또 버티컬은 라이더의 에징으로 조금씩 깎여 나가면서 열린다.
트레이닝 파이프를 클로즈로 마무리 하는것도 결선까지 진행 되는 동안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오픈 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보통 라이더들이 이야기 하는 괜챦은 파이프는 85도 부근의 살며시 아주 살며시 오픈된 버티컬인데,
내 개인적으로는 둥글게 마무리까지 해 준것을 좋아 한다.
보기 좋으니까.
이번대회에는 아마도 퍼펙트 앵글 87도 부근에서 시작해서 결선에는 약간 오픈된 버티컬로 쉐이핑을 진행하기로 둘은 결정했다.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지만 좐은
'알리,어찌 되었건 난 이번에 최고의 파이프를 만들고 싶어 여지껏 지난 것들 중에서도 최고!!!
챔피온쉽이라고!
그리고 너랑 나랑이면 뭐든 해결 할 수 있쟎아!'
믿음직했다.
내가 아는 한도내에서 둘은 눈밭에서 일어나는 어떤 문제든 해결 할 수 있을것만 같다.
알리는 먼저 내려가고 좐과 둘이 남았다.
이런저런 지난 시즌 이야기와 여자친구 이야기를 나누던중 좐이 지난 삼월 결혼 한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난 좐의 나이를 알지 않지만 난 크게 박수를 네번 첬다.
좐도 행복함이 섞인 특유의 미소를 크게 지었다.
'언제까지 해야 할것 같아?'
'음.. 1시쯤? - 매번 좐은 2-3시까지도 비클을 몰았었다. - 좀 지루해 지려 하기도 하는데...뭐, 해야지...'
'그럼 난 이만 내려가 볼께 물이 필요 할꺼야 이건 지루할때 한국인들이 마시는 차 인데 효과가 있을꺼야!'
난 1리터 들이 옥수수 수염차를 건냈고 좐은 잽싸게 한모금 마셨고, 우린 인사했다.
1시가 훨씬 넘어서까지 파이프에서 좐의 비클은 움직이고 있었고, 난 극강의 추위가 갑자기 엄습하는 공포의 구름다리를 지나,
60킬로그램 정도의 보딩과 촬영장비를 호스텔로 옮긴다.
내일이 기대된다.
내일은 아마도 앤더슨을 만나게 될것이다.
앤더슨의 주종목은 핸드 쉐이핑.
24일 마지막 날까지 매일 내일이 기다려 질 것이다.
꿈이 이루어진 순간 그 꿈을 바로 자각 하고 만족해 가며 즐기는 것 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대회가 열릴 성우리조트의 모습]
[대회를 위해 어제 밤부터 시작된 파이프 정비 현장 모습]
[파이프를 정비하는 존(스노우파크 디자이너)과 알리(사스피 파크)]
[대회를 위해 준비된 무전기들]
[공식 보드 크로스 경기가 열릴 코스 모습]
[대회 준비를 지켜보는 FIS 임원]
[보드 크로스 공식 연습에 참여중인 선수들의 모습]
------------
보러 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