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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지금 마나님과는 11년간의 연애 후에 결혼해서, 지금 결혼한 지 1년이 지났네요.
대학생 시절에 약 1년간 스페인을 갔었습니다.
일부러 한국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갔기 때문에.. 거의 1년을 한국인을 거의 보질 못했었습니다.
이런 저런 일이 참 많았는데.. 지나고 보니 정말 재밌는 일이 많았네요.
1. 플랫 쉐어링 하는 사람중에 프랑스인이 있었습니다. 여자애였는데요. 저랑 오누이? 혹은 친구같은 사이였어요.
스페인 온 지 얼마 안 된 제가 거기에 적응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을 준 친구였죠.
걔 친구들 소개도 많이 받았고.. 파티 있으면 절 꼭 불러서 같이 가자고...
어느 날 쟤 친구들이랑 우루루 몰려서 클럽을 가서 춤을 추는데..
친구중의 하나인 흑인 여자애가 제 눈을 뚫어져라 보면서 춤을...
전 "얘가 왜 이러나.. 춤 스타일이 요상하네" 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같이 사는 프랑스 친구가 말해주더라구요..
"저런 눈빛의 여자애는 니가 오늘 밤 책임져야 되는거여"
근데 저는 그때 이미 지금 마나님과 사귀고 있었고.. 내가 다른건 못해도 바람은 안 핀다고 약속을 했었기 때문에..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죠..
그랬더니 그 다음에 제가 게이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2. 들었던 수업중에 중세 라틴어 커리큘럼이 있었는데요. 수업 같이 듣던 애 중에 독일애가 있었어요.
참말로 귀여운 애였는데요. 말하자면 해리포터의 여성판..?
이야기도 정말 잘 통하고.. 특히 음악 취향같은게 저랑 정말 잘 맞아서 이야길 참말로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영화도 같이 보고.. 저녁도 먹고.. 그리고 그 저녁에 그 소위..
"라면먹고 갈래?" 를 들은겁니다...
근데 만약 라면 먹으러 가면 진짜 위험할거 같아서 거절했습니다...
그 이후 강화되는 게이설...
저 애 한테 나중에 이런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동양쪽은 아직 커밍아웃이 힘들다며? 그래도 미리 말 해주지 그랬어.. 힘내!"
아니라고.. 난 아니라고 부정을 해 봤지만.. 힘들겠다는, 측은하다는 눈빛만..
3. 또 플랫 쉐어링 하던 네덜란드 여자애가 있었는데요..
얘는 키가 180이 넘고 몸무게가 130~140? 잘 모르겠지만 샤워부스에 들어가면 소세지 같이 샤워부스가 부풀어 오를 정도로 거대한 애가 있었어요..
근데 나이는 자그마치 16세...
그리고 부모님은 두 분 모두 소르본대학 교수고.. 본인은 16세에 이미 4개국어(게다가 그 중 하나는 중국어..!)를 하는.. 초 엘리트.. 여자애였죠.
참 호탕한 애였는데..
제가 집 앞 다운힐에서 스켑타고 쏘다가 앞쩍해서 굴러다니고 있을때도 저 듬직한 어깨로 들쳐메고 성심성의껏 간호해주기도 했고요.. 참 착했어요.
근데 쟤도 제가 게이라는 소문을 듣고는.. 그 다음부터는 아예 절 여자친구 대하듯이 하는거에요. 앞에서 훌렁훌렁 벗고.. 등에다가 막 썬크림 발라달라고 하고..
나 게이 아니라고.. 내가 너한테 무슨 죄를 지어서 나한테 이러는거냐고.. 정말 진지하게 이야기도 해봤는데..
다들 그러듯이 다 안다는 눈빛으로
"나한테까지 그렇게 숨길 필요 없어"
도저히 이쪽 방향으로는 말이 안 통할 것 같아서.. 설명하는걸 포기하고.. 그냥 니 등짝 너무 넓어서 썬크림 바르기 빡세서 못하겠다고 했슴다. 시킬거면 돈 달라고.
4. 사실 제일 위험했던 사람은 한국인이었어요.
저보다 세 살 많은 누님이셨는데요. 참 당차고 대단한 분이셨죠.
대학 졸업하고, 방향을 바꿔서 통역대학원쪽을 생각하고 스페인에 오신 분이셨는데..
정말 공부도 열심히 하고, 매일매일 윗몸일으키기랑 팔굽혀펴기, 러닝 을 세트로 해내는.. 자기관리도 정말 투철한 사람이었어요.
막바지에 한 서너달 참 친하게 지냈는데..
누님은 먼저 귀국하시고.. 전 나중에 들어왔죠.
한국 들어와서 딱 한번 만났구요.
이후에 가끔 가끔 연락은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바빠서, 다음에는 누님이 바빠서.. 그렇게 몇 년간 못 보다가..
저도 졸업하고 직장을 가지고.. 누님도 이제 자리를 잡아서 여유가 생기고.. 마음만 먹으면 서로 만날 수 있는 상태가 됐는데..
누님께서 자꾸 보자고 말을 하는데.. 선뜻 손이 나가지가 않더군요.
만나면 왠지 위험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어서.. 의도적으로 핑계를 대면서 약속을 계속 안 잡았었어요.
누님이 계속 혼자였던 이유도 있고요... 나이 들어가니 점점 외로워 진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었기 때문에..
근데 위험하다는 느낌을 계속 받으면서도 매몰차게 연락을 못 끊었던건.. 저도 분명히 저 누님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겠죠.
그렇게 몇년이 또 지났습니다.
점점 연락이 뜸해지다가 나중에는 명절에나 문자를 보내는 사이가 됐고..
제가 결혼하기 전에.. 결혼한다는 문자를 보내려고 보니 이젠 그 누님 연락처도 잃어버렸더군요.
뭐 여튼. 한가한 틈을 타 주절주절 이야길 했는데.. 쓰다보니 참 세월의 흐름이라는게 무상하군요.
저게 벌써 10여년 전 이야기라니요..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