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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울도 슬슬 지나가고 자전거나 타야할 시기가 오고 있나봅니다. 용평으로 원정가야하나~~쳇.~~

슬슬 밥먹으러 나가기 전,, 군대에서 개 키운 얘기나 풀고 가겠습니당...

 

볼드(VOLD)는 제가 키웠던 군견입니다. 이름은 늠름(?)하지만 암컷으로 당시 7살이었으니 사람으로 치자면 50대 아줌마(?)정도 됐을겁니다.

 

20 여년전으로 돌아가서 그 날은 참 '운수좋은 날' 이었습니다.

 

갑자기 신병들이 부대에 배치되서 옷 수선과 물건 몇 개를 구입해야 하는데 짬밥도 안되는 제가 외출 허락을 받은 겁니다.(당시 전 상병 2호봉, 외출은 병장 특례중 하나였죠. ㅋㅋ) 군견병 특성상, 주간에 근무가 없는 지라, 시간이 남으니 네놈이 외부로 나갔다 와라 라고 결정났거든요.

 

참 전방에 근무하는 군인들은 밤과 낮이 바뀝니다. 그래서 밤에는 근무를 서고 대충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반까지는 자죠. 그런데 군견병은 특성상 개와 훈련시간이 오후에 배정돼 있어 주간근무를 대부분 제외시켜 줍니다. 그날은 하필이면 작계 훈련이 있는 날이라서 저만 유일하게 잠시 마을로 살짝 마실갔다 올 재미가 생긴 거 였습니다.

 

그 소식을 아침에 듣고나 볼드한테 개밥을 주며.. 희희낙락 말을 걸었습니다~

볼드야 좀있다가 나 밖에 나갔다 온다~~ 가면 너한테도 맛있는 거 사가지고 올게..~ 기둘려 알았찡~~ ” 히히히

 

 밥 챙겨주고 나서 외부출입 신고증 받고 후임들 옷과 물건 챙겨서 군용가방을 메고 외출하려는데

갑자기 볼드가 신나게 짖더군요.

마~~ 조용히 해! 다들 잔단 말이다.. 조용히 하고 기둘려 나 밖에 갔다 금방 올거야~~”

 

그렇게 부대 근처를 지나가는 버스를 타고 아침 일찍 나갔습니다..

한참 뒤, 맛난 점심을 외부에서 사먹은 저는 혹시나 싶어 부대 상황실로 전화했습니다.

 

토끼삼촌 : “선배님, 근무는 잘 서고 계십니까?~ 아따 밖은 참 좋네용~~ ㅋㅋㅋ

선배 병장 : “마 너 빨리 튀어들어와.!! 네 놈 개 미쳤다. 아주 짖고 늑대처럼 괴성내는데, 소대장이 개한테 뭔 일 있는 거 같다고 전화오면 너 빨리 귀가시키래

 

토끼삼촌 : “ 에이, 뒷동산에 토끼라도 뛰어다니나 보죠, 어차피 오후 3시면 복귀인데 지금 복귀해야 합니까?, 전화 없었다하고 늦게 들어가면 안될깝쇼? ”

 

선배 병장 : “이 미친 . 들어봐 이넘아~~~ (외부에서 들리는 개소리 아니 늑대소리 아우~~~~~~~~~~ 아아.) 됐지, 네놈 개 볼드인가 미친 X인가... 미쳐 날뛰고 있어 곁에도 못가겠다 이넘아, 빨랑 들어와서 해결해!!”

 

어쩔 수 없이 투덜거리며 부대로 복귀했고, 잽싸게 견사(개집)로 갔습니다. 한창 열받아서 한데 쥐어 박아야겠다고 씩씩거리며 견사 문을 연 순간...

 

 

그런데 볼드 얼굴이, !!!!. 마치 사람처럼 울고 있었던 겁니다.

마치 여자사람이 울어서 눈물과 콧물과 머리카락이 한데 얽힌 듯, 그렇게 난리부르스난 모습으로 있더군요.

순간 멍해서 너 뭔일 있냐?” 했는데 절 보고서 다리에 문지르고 핧고 난리를 치더군요.

 

놀래서 혹시 다친데 있나 싶어 곳곳을 살펴보니 아니 멀쩡합니다. 하도 울어 제낀지라 물좀 떠다주고 쉬라고 냅두고

상황실 선배병장을 봤는데, 이 선배가 봐로 이단옆차기로 제 옆구리를 살짝 치네요.

너 다시는 나가지마, 쟤 너 나갔다고 지X발광을 하더라.”

 

가만히 앉아 생각을 해보니, 제가 근무한 해병대는 휴가복과 일상복이 다릅니다. 그러니까 군견도 그걸 아는 거죠. 자기를 돌보던 병사가 휴가가는 걸 아는 겁니다. 문제는 그날의 복장인데, 5 여명의 군견병이 제대하며 떠나가는 모습을 봤던지라 그걸 기억하고 있었던거죠.

 

볼드 생각에는 자기를 관리하던 군견병이 팔각모자를 쓰고 뒤에 가방을 메고 나가면 그 녀석은 다시는 안온다.’고 기억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제가 외출하는데 그 모습이 제대하는 병사들과 똑같았으니 그걸보고 그렇게 서글프게 울었던거였죠.

 

그래서 다시 볼드에게 가서.. “나 제대하려면 1년도 더 남았거든, 1년은 더 괴롭히다 갈꺼다 이 X~~ 라고 말하고 대신 네 간식은 없어, 너 때문에 일찍 복귀했잖아..

 

지금 생각해보니 절 아쉬운게 아니라 밥줄 닝겐이 나가는데 후임도 없이 그냥 훅 가버리니 그게 걱정이 되서 짖은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ps.

세퍼드는 독일을 대표한 견으로 정확히는 저먼 세퍼드 도그 [German Shepherd Dog]입니다. 19세기말에 만들어진 견종으로 독일의 퇴역군인 스테파니츠(Stephanitz)와 열성적인 가축 사육가들이 독일 각 지방 특유의 장모종(長毛種단모종(短毛種강모종(剛毛種)을 이용하여 반사능력이 우수하며 유순하고 고상한 용모와 자태를 지닌 이 개를 육성했습니다.

cute.jpg  

그러니까 목양견과 늑대와 기타 몇 개의 종을 혼합해서 만든 믹스(???)견으로 멘델의 법칙에 따라, 우성과 열성인자를 가진 개들이 있지만, 여러분은 전적으로 우성 종만을 보셨을 겁니다.

 

왜냐하면 열성은 새끼때 도축해버리거든요. 마이클 크라이튼 원작, 주라기 공원 2부를 보면 나와있듯, 사실 세퍼드도 혼혈종이라 열성이 생깁니다. 그런데 거의 우리 국민 중 1%도 못보셨을 겁니다. 어떻게 그걸 전 보게 됐냐면, 우리 군대 특성 때문이죠.

 

보통 군견도 보급품 중에 하나라서 모자라기 마련인데, 사실 열성인자를 가진 세퍼드는 도축해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좀 질떨어져도 세퍼드는 세퍼드인지라. 해군 군견훈련소에서는 열성인자를 가진 세퍼드가 있으면 해군에 편입돼 있는 하청부대인 해병대로 슬쩍 넘겨 버리는 사태가 종종 있었거든요.


그래서 훈련소 들어가서 열성인자를 지닌 세퍼드를 봤습니다. 어떻게 생겼냐구요?

세퍼드 같이 안생겼어요. ㅠㅠ..


당시 군견훈련소 입소한 모든 군인들이 열성 세퍼드를 데리고 온 군견병을 놀렸습니다.

개 잃어버리고 동네 진돗개 잡종 데리고 들어온 거 아니냐구요. 근데 군견훈련소내에 있던 육아앨범을 찾아보니 진짜 맞더라구요.


그래서 그 녀석 별명은 '주운개'로 정해졌습니다.

 

술 한잔 하며 담당 훈련소 수의병들과 얘기해보니 이런저런 슬픈 일들도 알려주네요. 그 얘기는 다음에~~

 

(볼드)개와 함께한 군생활 이야기 더 써볼께요.*^^*

이제는 천국에서 공놀이 하자고 절 기다릴 볼드를 그리워하며.


아무개다

2014.02.17 12:19:06
*.6.1.21

짧아서 아쉽지만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토끼삼촌

2014.02.17 14:16:52
*.70.53.204

길게 쓸 필력이 안되요.-ㅅ-"
공돌이출신이라서 요거 쓰고나서 헥헥거립니다

레이라

2014.02.17 12:46:40
*.122.196.209

...... 눈물이 킁......
꼭 헤어진 남자친구 붙드는 것 같아서 워매 슬펐어요 이상한데 감정이입 했나?;;ㅋㅋ

토끼삼촌

2014.02.17 14:19:02
*.70.53.204

사람이나 동물이나 사랑하는만큼 돌려받게 되죠.^^

지쇼빠

2014.02.17 13:20:40
*.16.120.149

볼드!! 두든

NineElevenS

2014.02.17 15:29:35
*.91.214.21

잼납니다~! 다음 에피소드 기대할께요~^^

토끼삼촌

2014.02.17 16:27:23
*.61.23.146

헉 잼있게 봐주시다니 감사합니다.. ^^"

달다구리

2014.02.17 15:57:36
*.143.99.11

아.. ㅠㅠ 역시 개만큼 찡한 동물은 없는것 같아요 ㅠㅠ

토끼삼촌

2014.02.17 16:29:03
*.61.23.146

개냥이도 있긴해요.. ^^ 근데 확률상 정말 보기 힘들고..,, 대부분의 개들은 사람과 많이 친하죠.
어쩔 때는 사람보다 나을 때도 많구요..

그래서 제가 같이 군생활한 군 동료들을 떠나보내며
" 나 개 키울거야, 미안한데 잘들 가렴~~" 이라 했는지도요.~~

오렌지칸타타

2014.02.17 16:58:32
*.226.214.128

아 귀여워요ㅎㅎ 실제로 셰퍼드 보면 무섭겠지만 자기 짝꿍병사 나갔다고 서럽게 엉엉...상상만으로도 너무 귀여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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