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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월요일/화요일 낮기온이 꽤 높았다고 해서, 어느정도 빙판상태일것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눈이 올 예정이라는 것과 하루종일 영하권일 것이라는 예보만 믿고 용평으로 출발합니다.
이번에도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고(확실히 사무실에는 라꾸라* 침대 하나 장만해둬야함다. 없으면 꼬리뼈 배겨서 못자겠음;;)
유일하게 운행중인 사당~잠실 셔틀을 탑승하는데, 올핸~~님과 머신~~님(아뒤 맞으시죠?)을 버스에서 만납니다.
그리고 그분들과 하루를 함께하면서 허벅지가 터져나가는 고통을 맛보게 되는데....
-. 용평 도착
도착하니 눈이 슬슬 내리고 있습니다. 주차장 바닥에도 눈이 조금 쌓여 있고 그럭저럭 평범한 정도로 눈이 계속 내려줍니다.
베이스 온도계는 -3도 정도로 기억합니다.
일단 석*토스트로 가서 와플을 감사히 얻어먹고, 보딩 준비후 9시 조금 넘어서 너굴~~님도 만나뵙고 다같이 곤도라로 올라갑니다.
-. 오전
레인보우 1은 본격 대회중입니다.
2하단, 3, 4 는 눈이 쌓이긴 했는데 전날 높은 기온의 영향인지 눈 밑에 무언가(-_-)가 섬뜩하게 느껴집니다. 아주 아이스도 아니고 슬러시도 아닌 그 무언가;;;
눈은 계속 옵니다.
같이 타시는 분들이 아시는 또 다른 일행분들도 만나서 인원이 점점 늘어납니다. 평소에 워낙 혼자 타 버릇해서 가끔 이렇게 같이 타는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눈은 계속 옵니다.
눈이 계속 쌓이는지 타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슬로프상태가 점점 더 좋아지는 이상한 느낌을 받습니다. 슬로프 양싸이드로 뱀턴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눈은 계속 옵니다.
시간이 갈수록 눈발이 점점 굵어져서 폭설 수준입니다. 시야도 매우 안좋아져서 렌보1 대회진행이 잠시 멈추기까지 합니다.
이런 눈이 왜 3월에서야 오는지;;;하늘이 전체적으로 구름이 덮고 있는것이 쉬이 멈출꺼 같지 않습니다.
그 눈이 계속 옵니다.
올핸~~님의 꼬드낌에 넘어가서 렌보2 모글 코스에 들어갔다가 인생의 회의를 느끼고 나옵니다. 참...삶이란 힘듭니다.
눈은 암튼 계속 옵니다.
슬로프 여기저기에 눈에 의한 자연 모글들이 꽤 많이 생겼는데, 뭉쳐있지 않고 데크로 밀면 쫘악 밀립니다. 흐린 날씨 때문에 시야가 안좋은게 흠일 뿐 넘 잼있습니다.
그넘의 눈은 계속 옵니다.
터질듯한 허벅지를 부여잡고 마지막을 렌보파라다이스로 장식하며 내려옵니다.
파라다이스라고 다를바 없습니다. 잔뜩 눈이 쌓여 있어서 거의 직활강으로 내려오다시피해도 속도가 많이 안납니다. 다만 벽타기할땐 눈 밑에 아이스로 굳어있는 선배(-_-)눈 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밖으로 보이진 않는데 안에 아이스는 턱이 져 있어서 걸려서 몇번 넘어집니다;;;
암튼 눈은 계속 옵니다.
-. 오후 1
간단한 요기 후 골드로 넘어갑니다.
골드 밸리도 이미 자연설 천국이 되어 있습니다. 많은 모글이 생겨 있지만 밀어내거나 갈라낼 수 있습니다.
눈을 손으로 뭉쳐도 잘 뭉쳐지지 않습니다. 일본/캐나다 등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이정도면 파우더라고 불러도 좋을 듯 합니다.
안전상의 이유인지 올시즌은 골드밸리 싸이드쪽 나무를 정리를 안해놔서 벽타기가 쉽지않은게 매우 아쉽습니다.
하지만 슬로프 상의 눈들만으로도 충분히 눈밭의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리프트에서 보니 어느 커플이 슬로프 위에서 러브스토리 찍고 있습니다. 야유해줍니다.
눈은 한때 잠깐 소강상태인듯 하다가 다시 펑펑 옵니다. 이제 지겹습니다...하늘의 똥덩어리;;;
실컷 즐기고 골드 파라다이스로 빠져 나옵니다.
역시 많은 눈으로 인해 턴은 자제하고 최대한 직활강으로 내려오지만 중간의 평지부분에서 거의 멈출뻔합니다.
-. 오후 2
용평의 전 슬로프가 눈에 폭 쌓여 있는 느낌입니다. 실버로 가기 위해 거쳐가는 블루슬로프도 다른곳과 느낌이 다르지 않습니다. 어느 슬로프를 가든 눈밭 마음껏 느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버 메인을 타 봅니다. 이제 뭔가 표현하는것도 지겨울 정도입니다. 눈 눈 눈....
셔틀타기위해 오후 3:50정도에 접을 때 쯤 슬슬 눈이 잣아들기 시작합니다. 메가그린쪽에 햇빛이 드는것으로 보아 그치는 분위기.
-. 에필로그
그리 길지 않지만 5년정도 보딩인생(-_-)동안 손꼽을 수 있는 좋은 날이었습니다. 리프트타고 올라가다보면 밑으로 지나가는 보더/스키어들이 다 '이야~~'하고 괴성을 지르며 지나갑니다.-_-;
이런 자연설 상태를 시즌당 서너번만 느낄 수 있어도 평생 해외로 원정 나갈 일 없을듯;;;;(이건 오바인가요;;)
날씨 정보를 보니, 일단 눈은 그쳤지만 온도가 -10도 이하로 뚝 떨어지는군요. 오늘 쌓인 눈 정설된체로 영하로 온도 유지되면 당분간은 뭐 설질 극강일듯 합니다.
나에게 카빙이 전부다, 새로 산 망치데크를 테스트 해봐야겠다, 평소에 자꾸 슬립나는데 제대로된 카빙의 맛을 느끼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내일 당장 짐싸서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락커에서 정리하고 있는 와중에도 한 스키어가 전화로 내일 꼭 오라고 다른 분들 마구 꼬시고 있습니다.
제가 다시 들어갈 수 있는 일요일까지 상태가 유지되길 바라며 후기 마칩니다. 유후~~
내일갑니다 용평ㅋㅋㅋㅋ
후~~~마치 제가 타고 온것처럼 생생한 후기라 허벅지가 땡기네요 ㅋㅋㅋ
참 오후에 바람은 어땠나요?
내일 예보를 보니 6~8m./s 라 고민되네요 ㅠㅠ
추운건 참아도 바람많이 불면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