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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꽃샘추위가 반갑지만은 않네요. 점심먹고 난 뒤 꾸벅꾸벅 졸다가 글쓰던 것 마무리 해봅니다.

사실 공돌이 출신이라 글이 짧아요.. 흑흑.. 글 잘 쓰시는 분들은 자그마한 사연도 잘 쓰시던데..

이제 이번 시즌도 지나가고 제 글도 여기서 마무리지어 봅니다.


몇 일전 동물농장에서 개 서열문제가 나왔는데 방송에서 빼먹은 부분이 있어 적습니다.

인간 가족과 달리 동물 일가족은 서열이 아버지 -> 큰 넘 -> 작은 넘 순이 아닙니다.

 

무조건 힘쎈 놈이 장땡...이라서. 방송에도 그걸 인정해줘라.. 라고 마무리지었는데...

그 뒤 밥 주는 것도 제일 서열 높은 순서대로 줘야합니다. 그러니까 막내 넘부터 줘야 하는 것이지요.

 

이 의미를 잘 새겨보면 인간과 개 또는 고양이의 관계는 친구 =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주종// 또는 서열관계라는 것을 의미합니다.물론 대다수 고양이는 사뭇 다릅니다. 그냥 주인이 아니라 집사죠. 밥주는 닝겐~~~ 정도 취급합니다. -ㅋㅋㅋㅋ

가끔 개가 사람보다 상전인 개같은 경우(욕이 아님)를 종종 보면 휴우~~ 한숨 쉬어 봅니다..

그래 너님 개보다 못하셈

~~~~~~~~~~~~~~~~~~~~~~~~~~~~~~~~~~~~~~~~~~~~~~~~~~~~~~~~~~~~~~~~~~~~~~~~

제 군 군견훈련소 생활로 돌아가서, 그러니까 #2편에도 나온 '주운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말씀드린 바 있듯, 세퍼드 역시 열종이 있어서 생김새가 진돗개 또는 믹스견처럼 생긴 녀석이 종종 있습니다. 멘델의 법칙에 따라, 초우월종도 있지만 아주 열종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것은 태어나자 마자 도축시켜 버리니까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를 뿐입니다.

 

애완동물이라는 것, 영화 주라기공원 2편과 같이 그 내면을 들어다 보면 속은 정말 추악하기 그지없습니다.

열종으로 살아간다는 것 어찌보면 참 동물로써 불쌍해요. 어쨌든 주운개는 특유의 열성으로 온갖 질병을 달고 살았습니다.

군견훈련소 올 때만 해도 3가지 질병을 가지고 들어와 치료를 했는데, 그나마도 다 완치되서 돌아가지는 못했습니다.

 

참 주운개는 중간에 이름이 한 번 더 바뀌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키우는 볼드 때문인데요.

볼드와 주운개는 마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개사료를 주러 내려가는 중에 갑자기 볼드의 목에 걸린 쇠줄이 끊어진 겁니다.

 

그러니 저녁시간이라 마주보고 서로 짖던 개들인지라 갑자기 볼드가 앞으로 튀어져 나갔고 앞에 있던 주운개는 볼드의 무서운 포효(?)에 그만 그 자리에서 오줌을 싸고 그 싼 자리에 앉아 버렸습니다.

 

그 때부터 새로 생긴 별명이 오줌싸개였죠. 당시 오줌싸개의 군견병은 가뜩이나 못생긴 개를 데리고와 주변에서 놀림감을 당하는 것에 어쩔 줄을 몰라했지만 군견과 군견병은 성품이 비슷한 지라, 놀림당해도 개를 때리거나 못살게 굴지 않았습니다. 둘다 착했죠.^^


한편, 사람도 훈련하기 싫어하지만 군견도 군견훈련소에서 훈련받는 걸 무서워합니다, 평소 부대에서 1시간도 제대로 훈련안하는데 무려 6시간 넘게 훈련시키니 대다수 군견들은 끈이 풀리면 도망갑니다. 어디로요? 훈련소 건너편 월미도 놀이공원으로요 ...거기가 맛있는 냄새가 많이 나서 몇몇 개들이 그리로 도망가서 큰 비상이 걸린 적이 있었답니다.

 

근데 볼드는 끈이 풀렸는데 멀뚱히 끈 풀어진 걸 보더니.. 저한테 바로 달려와서 '내가 안했어, 이거 고의로 한거 아니야' 라는 표정으로 미안한 표정을 짓는 겁니다.

 

그래서 전 괜찮아~ 하고 웃고 넘겼는데 나중에 그 모습을 본 군견훈련소 교관들은 그걸 높이 평가 했다더군요. 그 상황에서 열이면 열 모두 도망가는데 제가 부르는데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볼드가 근 100m를 달려와 주인한테 안겨 순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어쨌든 그 사건으로 오줌싸개와 더욱 친해졌는데 오줌싸개가 골골 거리는 환자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얼마 뒤,  병 중 하나인 '악성 종기'를 제거하는 날이 왔습니다. 군의관 아니 수의관은 조용히 오줌싸개를 데려오라 해서 수술실로 들어갔는데. 저녁쯤 되서 스피커를 통해 "바깥에서 개에게 주사놓은 병사 있으면 와달라"는 소리에 제가 호출돼 갔습니다..


수술대 위에는 오줌싸개가 묶여 있었는데, 보통 다른 개였으면 수술하는 것에 흥분해 난리를 쳤겠지만 착한 성품(?)으로 낑낑거리며 울고 있더군요.

  

상황이 좀 이상타 해서 군의관한테 물으니.. 원래 개 수술전 마취를 위해서는 2대의 마취주사를 놓아야 하는데 어떻게 1개는 제대로 주사했는데 나머지 1개를 못놓아서 헤매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대신 하반신 다리와 엉덩이 부분 동맥에 마취제를 놓고 30여분 뒤 수술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수의관이라는 양반이 손을 덜덜 떨면서 메스를 제대로 못잡는 겁니다.

 

토끼삼촌 뭐하십니까? 한번에 자르셔야죠, 어제 과음하셨습니까? 왜이렇게 떠세요~”

수의관 : “그게 토 해병, 혹시 자네 밖에서 수술도 해봤나? 해봤으면 자네가 하게

이러더라구요. 제가 워낙 친근감이 좋아서 해병임에도 불구하고 해군 조교와 장교들하고 손쉽게 친해져서 물어보니 이 수의관 양반,의사는 맞는데 정신과 출신이라네요.

 

자기는 피보는 거 못해서 정신과를 지원하고 그 쪽은 자신있는데, 해군으로 배치받으니 정신과는 필요없다해서 실무가 거의없는 군견훈련소로 배치받은 거랍니다.

 

(이 문제로 군미필인 친구와 얘기 나눴는데 "? 군대에 정신과가 필요없어?" 라고 이해 못하더군요. 아마 여자분들도 이해 못하실 분이 꽤 계실테지만, 아마 지금도 군대에서 정신과는 필요없을 겁니다. 군대라는게 좀... 그래요.. 휴우~~~)

  mass.jpg

어쨌든 제가 매스를 잡고 종기부분을 절제하고 소독하고 자른 부분을 수술용 실로 꿰메주고 상처 덧나지 말라고 항생제 바르고 그위에 밴드 붙이고 개가 핧지 못하도록 붕대로 감싸고 마무리 했습니다.

 

원래 마취가 한 번에 풀려야 했는데, 상반신과 하반신 마취시간이 달라 상반신부터 깨더군요. 아픈 것은 둘째치고 오줌싸개는 자기 군견병부터 찾더라구요. 그래서 둘이 한 십여분 붙잡고 울고, 상처 아픈 것보다 하반신 마취가 안풀려 그게 이상한지 자꾸 자기 군견병한테 하반신 못쓰는 거냐고? 울면서 하소연 하는 것처럼 보이길래,

 

토끼삼촌 마 마취 안풀렸어, 좀 기다려라고 말하면 한참을 다리며 엉덩이며 주물러줬습니다. 사실 겁도 났습니다. 실제 수의사 없이 수술해 본 건 첨이었거든요.

 

저 역시 밖에 있을 때, 수의사 도와서 주사놓고 수술했지~ 진짜 무허가 시술을 해본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ㅋㅋㅋ

 

1시간 뒤, 오줌싸개의 마취는 풀렸고 정상적으로 수술부위는 완치됐습니다.

그 뒤, 오줌싸개는 저만 보면 꼬리치며 좋아하더군요. 짜식, 고쳐준 보람은 있더군요~~

 

 

ps.

볼드는 군견훈련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훈련소 전체 2, 해병대 가운데 1) 해군이 1등한 것은 해군 부설훈련소이니 이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3점 차이인데. 실기는 전체 군견 중 1등 했고 필기 2개 틀린 게 2등이 된 이유였습니다.. 해군 애들 족보에만 나오는 거 나와서 제가 필기 2등으로 밀린 게 좀 아쉬웠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귀하는 날이 부대 종합훈련 받는 날이라 복귀차량이 오지 않아 밤 8시까지 복귀를 못했습니다.

볼드와 전, 걱정이 태산같았죠. 9시를 넘어서 복귀못하면 군법상 제재가 있거든요. 이게 탈영은 아닌데 미복귀자가 되는 것이라 상당히 긴장했었죠. 볼드 역시 짠밥이 있는지라, 우리 둘 다 버려진 것처럼  울상짓고 있었죠.

 

그러다 9시쯤 트럭 1대가 왔고 거기에는 훈련하고 남은 짐이 가득했습니다. 군인들도 한 6여명 정도 탔으니 자리도 없었는데, 저랑 볼드는 둘다 걱정하다가 기쁜 마음에 한번에 훅하고 탔습니다. 그러니까 영화같았죠.

jumper.jpg

그 높은 트럭에 한 번 점프로 탔으니 가뜩이나 타고 있던 애들이 놀란 겁니다. 개네들이 봤을 때, 군견은 상팔자, 쉬엄쉬엄 기어가는 모습만 봤는데, 볼드는 훈련 받고 온 뒤라 눈이 초롱초롱했고.. 저녁을 굶어서 입가에는 침이 줄~~줄 흘렀거든요.

 

거기다 제가 던진 한 마디 걱정마, 볼드는 안 물어, 얼마나 착한데!!!” 라고 했었답니다. 몰랐는데 거기 타고 있는 한 후임이 저랑 볼드를 알고 있었는데.(착하고 순한 모습으로 기억) 트럭에 탔을 때는 마치 실미도나 특수부대에서 갓 돌아온 지옥에서 온 해병과 미친 개 한 마리 같았더라고 들려주더군요. ㅎㅅㅎ

 

.. “우리 개는 안물어이건 ㅂㅅ 같은 소리입니다.

보통, 아니 정상적인 개라면 주인 앞에서 통제가 되는 게 정상입니다. 말하자면 주인이 있어서 안 물어인 것이지. 주인이 없거나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나 동물은 얼마든지 물을 수 있습니다. 물론 주인이 있어도 개가 싫어하는 냄새, 또는 옷, 또는 말투의 동물이나 사람이 오면 뭅니다.

 

그래서 개를 키우시는 분들은 '우리개는 안물어' 라는 개같은 소리를 하시면 안됩니다. ㅋㅋㅋㅋ

 

참 볼드는 19989살이라는 나이로 천국으로 갔습니다. 저 제대하고 다음 군견병이 데리고 들어가서 안락사 주사를 놔줬다네요. 아주 편안하게 죽음을 예상한 듯이 볼드가 자애스럽게 웃고 있었다고 얘기해서 저랑 통화한 군견병 모두 대성통곡했었습니다. 


이제는 천국에서 공놀이 하자고 절 기다릴 볼드를 그리워하며.


leeho730

2014.03.10 18:25:38
*.56.234.253

전 수의사가 꿈인데... 마니 늙어서 힘들 거 같네요...

토끼삼촌

2014.03.10 21:22:20
*.201.57.31

저도 한 때 꿈이 수의사였죠..
실상을 알고나서 경악을 금치 못해서 선택 안한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leeho730

2014.03.11 05:50:21
*.56.234.253

아버지가 수위사여서 하고 싶다고 했더니 말리시더라는... ㅇ.,ㅇ

라키와사슴

2014.03.10 18:55:51
*.113.55.212

잼나게 보고 있다가..마지막 부분에서.. ㅠㅠ 아이고 왜 회사에서 울리고 그러세요 ㅠㅠ

토끼삼촌

2014.03.10 21:23:41
*.201.57.31

생노병사는 일상다반사죠.. 죽음을 예상치 않고 애완동물을 키우지 마시라고.. 끝 얘기를 달았습니다..
저도 슬펐지만 그래도 제게 친구로 하늘나라 가서 다시 볼 거라 생각해요. ..^^ 과연 제가 천국을 갈지가 문제겠지만요 ㅋㅋㅋ

깻잎한장

2014.03.10 18:56:52
*.5.172.116

군견 훈련을 해보셨나봐여?
재밌게 봤습니다 :)
전편글들은 어딨나... 기웃...

토끼삼촌

2014.03.10 21:24:31
*.201.57.31

연재 글이었어요.. 제 아이디 클릭하시면 전편이 .. 아니면 게시물 제목으로 검색하셔도 나와요..

잼없어여... ~~ 군대얘기에요.. 지루한 ㅋㅋㅋㅋ

하늘을나르는미역

2014.03.10 19:08:52
*.193.66.100

하.. 정말 잘읽고 갑니다. 군견병끼리는 통하는게 있나보네요. 마지막 통화하면서 대성통곡했다는 이야기에 저도 짠해집니다

토끼삼촌

2014.03.10 21:26:17
*.201.57.31

군견병이셨겠군요.. 군견병은 특유의 대화 법이 있어요, 제대후 전화해서.. 개는 잘있냐? 를 꼭 물어보죠..

저도 그랬고. 제 전임자도 그랬고. 그 전전 임자도 똑같이 그러더군요... 에효 ㅠㅠ..

clous

2014.03.10 19:50:50
*.140.59.12

우리집 막내(말티즈)도 악성 종양으로 제가 안락사를...... ㅠㅠ

토끼삼촌

2014.03.10 21:27:15
*.201.57.31

네, 고생하는 것도 사람하고 똑같죠, 그래서 상당히 고민합니다. 마지막 순간을 결정할 권리가 나한테 있는 것인지요..
그래서 가슴에 묻었습니다... ~~~^^"

스머즈

2014.03.10 19:55:24
*.226.208.113

볼드얘기재밌어요~~근데..끝이넘슬퍼요~~~

토끼삼촌

2014.03.10 21:28:59
*.201.57.31

마지막을 함께 아주 즐겁게 보냈다는거에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볼드도 그렇게 기억할 꺼에요..
원래 제가 맡기전 삶을 거의 포기했었던 것처럼 보였거든요.^^

그래서 저와 있던 마지막까지 행복했었다고.. 당시 동네 분들 마저 인정해주셔서 그나마 위안이었습니다.

보드타는개어멈

2014.03.11 00:52:57
*.184.218.75

볼드 이야기 많이 기다렸어요~
아는 동생도 군견병이었는데 그때 얘기 듣고나면
마음이 많이 아프더라구요
그래도 볼드는 토끼삼촌님 만나서 행복했을것같아요ㅎㅎ

토끼삼촌

2014.03.11 13:21:42
*.118.136.131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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