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보더닷컴 이용안내]

펀글의 어느 남자 어른이라는 글을 읽고 며칠전 일이 생각나 적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인가 전문직하는 친구넘이 한잔 쏜다고 해서 득달같이 강남으로 입성..

해*리라는 세꼬시집에서 수십잔의 폭탄을 제조해서 해치우고....

 

음냐음냐..택시타고 동네 편의점 앞에서 비몽사몽 하차합니다..

가끔 술먹으면 컵라면이 땡겨서 이 편의점에서 한 젓가락 하고 들어가거든요..계란 탁 넣어서 후루륵....

 

편의점 좌석이 몇개 있는데 비니를 쓰고 게슴츠레 병든 병아리마냥 조는 건지..졸린건지 머리를 끄덕이는 처자가 있습니다

옆자리에는 뭐가 들었는지 꺼먹 비닐봉지가 불룩하니 자리 차지하고 있고..

슬리퍼를 신은 맨발은 두발 모두 발가락에서 발등까지 압박붕대로 감아맸고..발꿈치는 트터서 딱정이가 군데군데 앉았네요..

 

행색이 아주 남루하지는 않았지만 딱 봐도 가출한 처자이긴 한데..나이는 한 20대 초중반 정도..

얼굴은 동그라니 앳되어 보이는데..본드를 한건지..먹을 걸 제대로 못먹어서 기운이 없는 건지..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은 빈 탁자만 뚫어지게 응시합니다..

 

편의점 알바 청년은 쓰레기도 치우고 박스도 정리하고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지만 관심이 없는건지 아는 체를 안합니다..

컵라면 먹는 동안 두어번 눈이 마주쳤네요..슬쩍 쳐다보기도 했지만 세상을 포기한 듯한 눈과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갸냘픈 체구..

 

컵라면 국물 버리고 다가갔습니다...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네요..

 

" 혹시 먹을 거 필요해요?..배고파요?" 물었습니다..

말할 기운도 없다는 듯이 멍한 눈으로 고개만 끄덕끄덕...

 

지갑에서 만원짜리 하나를 꺼내서 그녀 앞에 놓아줍니다..

그녀는 아무런 말없이 만원짜리를 들고 터덕터덕 진열대로 몇발자국 옮깁니다..발걸음이 아주 무거워보입니다..어린 나이에도 인생의 무게가 느껴지네요..

컵라면과 삶은 계란, 빵, 음료수 같은 걸 사더니 계산을 하고 다시 자리에 와서 천천히 먹습니다..

많이 배고팠을 거 같은데 먹을 기운도 없는지 속도도 아주 느릿느릿합니다...

 

술기운인지 맘 같아서는  2~3만원 더 찔러주고 오고 싶었는데..얄팍한 뇌가 그냥 가라고 충동질 하네요..

밖에서 담배한대 피우면서 그 녀가 컵라면 먹는 거 보다가.."길거리에서 아프지 말고 집에나 들어가라" 맘 속으로 한마디 하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다음날 출근하면서 그 편의점 잠깐 들려서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를 흘낏 쳐다봅니다..물론 그녀는 없습니다

 

아직 어른이 될려면 멀었나 봅니다.....

 

 

 

       

엮인글 :

탁탁탁탁

2014.06.03 17:35:44
*.254.71.80

것봐.....김장훈 맞잖아요..

근데 약주 많이 하신듯 ...처자가 아닌 남자구요
접니다...주신 만원으로 가시는거 보고 소주 한잔 더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덜 잊혀진

2014.06.03 18:02:10
*.138.120.239

그린님 동네 편의점에 잠복을 해야 하나.. ;; ^^

clous

2014.06.03 18:19:19
*.102.19.212

저랑 같이 한잔 하시고 가요~

덜 잊혀진

2014.06.03 18:47:59
*.138.120.239

환자와 노숙자. 2인1조 앵벌이. ㅋ

달려민이

2014.06.03 18:20:27
*.65.51.55

추천 하나 더합니다~~~^^

Lucy♡

2014.06.03 20:31:30
*.184.218.75

몽님께서 건넨 만원이 그분께 또다른 기회가 되었을거라 믿고싶네요^^

아이스나인

2014.06.03 22:02:30
*.125.153.193

지금은 허기를 채우지만, 전해주신 응원에 용기도 얻었으면 좋겠네요. 추천 더합니다.

자드래곤

2014.06.03 22:06:06
*.130.15.111

저는 도와줄까말까 멈칫하다가 타이밍을 놓쳐버리는데
용기 있으시네요!

그린데몽

2014.06.03 22:25:32
*.62.163.14

같이 마음써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 또 한잔에 들어가는 길인데 편의점 들러봐야겠네요..~~

너굴너굴~

2014.06.03 22:37:55
*.226.201.95

쉽지 않은 상황에 따뜻한 데몽님께 추천을...
그녀도 훗날 ~ 멋진 어른이 될거라 믿습니다.

덜 잊혀진

2014.06.04 11:17:16
*.138.120.239

6년 뒤에.. 그린님 찾는 글이 올라 올지도..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조회 수
공지 [자유게시판 이용안내] [62] Rider 2017-03-14 43 314304
93618 여친보러 호주 다녀오는길이에요..몸은 완전 녹초ㅠ [10] 동아리 2014-06-10   411
93617 아 아직 여름도 안왔는데 마음은 이미 보드장이네요 [8] 낙엽그만하... 2014-06-09   320
93616 통신사 sk 갤노트2 할원가 0원 떴네요 [12] 숑나간다 2014-06-09   339
93615 중2병과 보드병이 만나면,.. [8] 나란남자 2014-06-09 2 342
93614 와이프가 발가락이 아파서.. [14] 탁탁탁탁 2014-06-09   576
93613 사색여행. file [18] 에메넴 2014-06-09   292
93612 이래서 삭제합니다 보시고 다음에는 궁금해하지 마세요 -rightfe [37] 정자 2014-06-09   584
93611 temptation님 영화표 나눔후기.... file [4] 김꼬냥 2014-06-09   519
93610 자전거 주인찾아줬어요 [10] 잘가 2014-06-09   311
93609 씌즌 174일(5개월 21일) 전 이네욧! [4] CarreraGT 2014-06-09 3 344
93608 전에 외국인 여자친구에 대해 글 쓴 사람인데.. [3] 대만누나 2014-06-09   444
93607 출석부 왔습니다~ [11] 가스파덕 2014-06-09   314
93606 밑에 민증검사얘기가 나오니... [14] *맹군* 2014-06-09   433
93605 프리스타일 스키, 스노보드 PRO TEAM NINETYDUDE 가 결성 되었습니다 우츠키 2014-06-09 1 515
93604 경기 일정!! [8] 탁탁탁탁 2014-06-09   326
93603 오랜만에 놀라운 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 (스압) [10] RockQ 2014-06-08   295
93602 요놈은 뭘까요~ file [7] 바보도야지 2014-06-08   703
93601 뱜 사진입니다~ file [5] 양인호_946484 2014-06-08   551
93600 차근차근 겨울준비중 [5] 카빙한번도... 2014-06-08   368
93599 이제 5일 남았습니다! [6] TheGazettE 2014-06-08   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