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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 하루 한끼를 먹었따
주방에 숨어들어 음식을 놓고 식탁 앞에 앉아선
고저 물끄러미 식탁의 풍경을 내려다 보았따
하루종일 굶었기 때문에 얼른 한 판 조지고 싶었지만
물끄러미 식탁의 풍경을 내려다 보았따
배추김치, 비름나물, 양배추 샐러드와 돈캇츠, 깻잎과 감자를 뿌개 넣은 싱거운 스프와 잡곡밥
물끄러미 식탁을 바라보는 나게게 땅과 산과 숲, 논과 밭, 사계절과 한 마리 꿀돼지의 생애가 느껴졌따
우주의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 중 아주 작은 귀절귀절이
나의 식탁위에 오롯이 모여 있었따
이 우주의 굴레에 참여하기 위해 나는 그것들의 생애를 먹어야 한다
나 이외의 존재들의 삶을 집어 삼키지 않으면 나는 존재할 수 없따
팍팍하고 쓴 저염식의 음식들은 야생의 맛을 낸다
껍데기를 벗어버린 인간의 모습처럼, 쓰고, 떫고, 괴팍하고 밋밋하다
그럼 나는 길들여지지 않은 그 야생의 맛을 느끼며 그네들의 본질을 느낀다
이러한 배경 앞에서
나의 몸부림치는 식욕은 하찮고 추잡했지만 거부할 수 없었따
한 끼 식사 앞에서 나란 존재는 작고 추하고 무능햇따
어떻게 기도하지 않을 수 있나
하루에 딱 한끼다
악으로 깡으로 굶주리면서 겸손을 되뇌이고 권태를 떨쳐내고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
우주의 축소판인 한 끼 식사를 앞에 두고 내 안에서 짐승처럼 몸부림치는 식욕을 인정하며 우주와 소통하고 섭리에 기여한다
하루 한 끼 식사를 하는 동안엔 사회의 그 어떤 것과도 연관되고 싶지 않다
그 모든 잡스러운 것들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영원히 변치 않는 시원의 시간에 속하고 싶다
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