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헝그리보더닷컴 이용안내] |
1편 링크 입니다.
http://www.hungryboarder.com/index.php?document_srl=27461445&mid=Free
2편 링크 입니다.
http://www.hungryboarder.com/index.php?document_srl=27478083&mid=Free
3편 링크 입니다.
http://www.hungryboarder.com/index.php?document_srl=27616862&mid=Free
.
.
.
.
.
어쩌다가 생각이 깊어지는 날이 있다.
예를 들자면,
별로 사람이 없는 버스를 탔는데
차창밖에 보슬비가 한 두 방울씩 뭍어 올 때.
때마침 라디오에선 내가 좋아했던 오래된 노래가 나올 때.
혹은,
지하철에서 건조하게 손에 책을 들고 앉아있는데
옆자리에 막 앉은 사람에게서 내가 알던 익숙한 향수 냄새가 날 때.
(이건 나만 그런건지, 아님 내가 향에 워낙 민감해서 그런건지...
그 사람이 내릴 때 까지 굳은채로 움직이지 못했던 적이 있다.)
누군가와 함께, 진득하고 담백하게 봤던 TV 드라마가
흘러간 세월을 뒤로 하고 케이블에서 재방송되고.
의미없이 채널을 돌리다 시선이 머물러 다시 보게 되었을 때.
그리고 배우의 대사에 맞추어
우리의 대사와 웃음소리가 함께 기억이 날 때.
등등...
예고없는 감정은,
(_ _; 헝글ID [예고없는감정] 님 찬조출연 감사합니다;)
삶의 곳곳에 숨어 있고.
말 그대로 예고 없이.
무심코.
우리를 찾아 온다.
.
.
.
.
.
.
.
두둥!!
드디어 그날이 왔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이 칠...;;
음 -0-;; 죄송하다;
너무나도 바랬던 순간이기에;
광복을 염원했던 심훈 선생님의 시조에서 드러난 마음만큼이나
내 마음이 애절하진 않았겠지만;
어쨌든;!!
그래도 오늘이 왔다!!
사실 그동안 많은 준비를 했다.
그날 이후로 누나와 연락을 꾸준히 하면서.
B양과의 삼자대면 날을 기다리며
심신의 단련을 위해.
술도 잠시 멀리하고 (아예 안마신건 아니고-.-)
복수극 영화도 찾아서 보고 (대사 외워야되니깐-.-);
야구장 배팅연습기와 그 앞에 있는 펀치기계도 찾아가서 때려보고 (요건 그냥 내가 하고싶어서;-.-);;
아무튼,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그 날을 맞을 준비를 나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날이 왔을 땐,
오히려 너무 심신의 단련(?) 을 해서 그랬을까;
마음은 오히려 챡! 차분히 가라앉았고.
그날에 맞춰 어둡게 입은 셔츠와 바지가
내 그런 분위기를 더 도와주었던 듯 하다.
그래.
-0-)/ 자 가자!!
종로 해물떡집으로!!!!!!
.
.
.
.
.
- 띠롱 -
[ 빨리와~ B 지금 왔어 ^^ ]
- 또롱 -
[ 알았어! 나 간다고 절대 얘기하지 말고 우리 놀래켜주자!]
- 띠롱 -
[ 걱정마^^ 우리 만나서 예전처럼 신나게 놀자!]
아... -_-...
저 순진함을 어쩌란 말인가
사실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누! 나!>
저 문자에서 드러나다시피.
그리고 예전부터 그래왔다시피.
이 누나는 정말 순진하고 착했고.
남들이 백치미가 느껴진다 할 정도로 어리숙한면도 있었고.
그럼에도 본인은 항상 진중하고 열심이고 진지했다.
< 아마 상처 받을 거야... 그것도 아주 많이... >
대충 알고 있었다.
내가 복수를 후련하게 하면 할 수록?
또 내가 가서 뭘 얼마나 어쩔련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면 할 수록?
누나가 가장 친한친구에게서 받을 배신감과 상처는
아마 내가 상상 못할정도의 일일수도 있을 것이다.
아...
막상 코앞에 닥치고 생각해 보니
누나를 위한다면 대충 생각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
그렇게 마지막까지 갈팡질팡하는 사이... 내 발은...
약속장소인 해물떡집 앞에 다다라버렸다.
.
.
.
.
.
- 또 롱 -
[ 누나! 나 다 왔는데 길을 못찾겠네
1번 출구로 마중나오면 안돼? ]
- 띠 롱 -
[ 앗 정말? 그럼 1번출구에서 기다려!
내가 글로 금방 나갈게! ]
옆 건물 입구에 숨어 있다가.
누나가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떡집 안으로 들어갔다.
중간쯤 테이블엔
사막여우 B양이...
새초롬하게...
예전과 별로 달라진게 없는 모습으로...
... -_- 내 눈앞에 드디어!
앉아있었다.
일카 : (앉으면서) 이모! 여기 맥주500 한잔 추가요~
B양 : 음? 네?? 누구세요???
아직 내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듯 하다.
일카 :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사막 누나.
B양 : ...어? 억??? 어...... 엉;;;
예전에 나는 한번 현관문에 손을 찧었던 적이 있었다.
숨이 안쉬어지는 고통속에 걸려있는 거울을 보았더니
내 얼굴이 새 하얗게 질려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내 앞에 앉은 사막여우, B양의 얼굴이
그때의 그것과 비슷한 색이 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일카 : 길게 말하고 싶지 않으니 요점만 말할게.
잘못한거 알고 있지?
B양 : 야.....! 너...... 뭐...... 그게 아니고...;
일카 : 누나! 잘들어.
나 그 얘기 듣고 정말 화나서 요 1-2주 잠을 못잤어.
무슨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한!번!만! 더 물어볼게.
잘못한거 알.고.있.지?
B양 : 끄덕.
일카 : 그래......
그럼 됐어.
B양 : 아니 나는 그냥...... 그게...... 너가......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일카 : (한동안 노려봄)
B양 : 미안해...
일카 : 알았어. 지금은 아니지만 다음엔 웃으면서 보자.
누나한텐 얘기 안할테니 걱정말고.
나 간다, 나 왔었다고 얘기하지 마.
잔에 담긴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는
... 맥주를 벌컥벌컥 먹어서 그랬었나
아니면 풀지 못한 화를 어딘가에 더 풀고 싶었었나...
가게문도 벌컥 열고서 어딘가로 튕기듯이 나와버렸다.
~ 벨렐렐렐렐레 벨렐렐렐렐레 ~
일카 : 여보세요?
누나 : 엇? 일카야! 너 어디야? 나 1번출구에서 계속 기다리는데.
일카 : 와... 누나 미안해... 나 갑자기 배가 너무 아파서...
화장실 왔다가 도저히 안될거 같아서 다시 집에 가는 중이야 ㅠㅠ
누나 : 헉? 정말? 괜찮아?? 어디 탈난거 아니야??
.
.
.
.
.
정말이지 이 누나는.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주변사람이 팥좀 빌려주소!
라고 해도 믿고 빌려 줄 만큼.
그리고 자기 입장에선
오늘 내가 갑자기 기다렸던 약속을 어겨버린 꼴이 되었는데
오히려 날 걱정해 줄 만큼.
그런 착한 사람이었고.
앞으로 그 사막여우와 누나.
이 사이의 감정에 균열은 조금씩 없을 순 없겠지만.
나만 하나 참으면 되는데,
나 하나 시원하자고 누나를 상처 입힐 순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이지 이 누나는
예전과
변한게 하나도 없었다.
.
그날이 그랬다.
이미 까매질대로 까매진 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데,
익숙한 향수 냄새가 날 스쳐 지나갔다.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가는데,
차창밖으로 비가 한두방울 뭍었고.
추억어린 옛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나도 옛 생각이 났다.
.
.
.
.
.
.
.
- 또 롱 -
[ 누나,
괜찮으면 그날 우리 만나기로 했던 장소.
거기로 지금 다시 한번 만 와줄래? ]
==============================================================
비가 오고 으슬으슬 하네요.
벌써부터 겨울냄새가 난다고 하면 오바일까요 >_<
환절기 감기조심하시고 시즌준비 잘하십시오!
겨울냄새는 아니고 가을냄새가 나고있어요..
겨울이 머지않았다는거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