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최대 규모 스키장 경기 포천 베어스타운
하천물 몰래 끌어다 제설용수로 사용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입력 : 2014-12-17 05:59:43
ㆍ수십년간 물값만도 수십억원
ㆍ포천시, 원상복구 명령 내려
수도권 최대 규모의 스키장인 경기 포천시 베어스타운이 수십년간 하천물을 몰래 끌어다 제설용수(인공눈 만드는 물)로 무단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끌어다 쓴 하천물은 수백만t으로, 물값만도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포천시는 주민 제보에 따라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베어스타운이 수십년째 불법으로 하천수를 쓴 사실이 확인돼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포천시는 한달간의 계고 기간에 시정조치하지 않으면 사법기관에 고발조치할 계획이다. 포천시 관계자는 “베어스타운은 개장 후 최근까지 수십년간 하천물을 불법 사용한 것으로 현장 조사에서 확인됐다”며 “그동안의 하천수 사용량을 계산해 변상금도 청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포천시 조사 결과를 보면 베어스타운은 1985년 개장 후 최근까지 30년간 인근 왕숙천(지방2급 하천)의 하천물을 제설용수로 사용했다. 하천물은 공적 자원으로, 사용하려면 하천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베어스타운 측은 이런 절차를 무시했다.
베어스타운은 매년 겨울 스키 시즌(11월말~다음해 2월말) 동안 스키장(24만5000㎡) 11개 슬로프에 사용할 인공눈을 뿌리고 있다. 이를 위해 스키장 안에 저수지를 만들고 펌핑 장비까지 갖추고 있다. 베어스타운이 해마다 사용하는 하천수는 10만여t으로 추정된다. 30년간 수백만t의 하천물을 사용한 셈이다.
베어스타운은 하천물을 끌어 모으기 위해 왕숙천 주변에 불법으로 둑을 쌓았다. 스키장 인근 주민들은 이 때문에 왕숙천 하류가 말라 바닥을 드러내는 건천화 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 서모씨는 “겨울만 되면 베어스타운에서 하천물을 마구 끌어올려 쓰는 바람에 왕숙천 일대는 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낸다”며 “수질은 물론이고 하천 생태에도 악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베어스타운은 이런 방법으로 개장 후 최근까지 제설용수 비용을 수십억원 이상 절감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베어스타운은 최근 문제가 돼 하천물을 끌어다 쓰지 못하면서 상수도 사용량이 4배가량 급증했다. 포천시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에는 한달 수도요금이 적게는 몇십만원, 많아야 1000만원 미만이었는데 이번 달에는 요금이 3000만원도 넘게 나왔다”며 “하천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부족한 제설용수를 수돗물로 썼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어스타운은 스키장 운영을 위해서는 하천물을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베어스타운 관계자는 “부족한 제설용수 확보를 위해서는 법을 어겨서라도 하천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단으로) 하천물을 사용한 것은 맞지만 약품을 넣은 것도 아니고, 봄이 돼 눈이 녹으면 하천으로 다시 유입되는 것 아니냐”며 “농한기 스키장으로 물을 모았다가 다시 흘려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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