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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현재 근무지에 2년차이며, 아직 사원입니다.
제 사수의 퇴사로 인하여,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업무를 3주 동안(사실 실질적으로 7일 동안 받음-_-)
다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멘붕이 왔지만,
전화위복이라고 여기며 제 업무 볼륨을 더 높이고,
연봉협상 할 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고 현재는 매우 진정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사수가 저에게 인수인계 해주면서, '업무 메뉴얼'을 만들라고 지시하더군요.
업무 인수인계 받느라 스트레스 받고, 정신없는 것보다
사실 정말 힘들었던 것은 '업무 메뉴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업무 메뉴얼... 만들어서 컨펌 받으면, 토시 하나하나까지 다 지적하면서 바꾸라고 하는데, 돌겠더라구요.
(물론, 평소 품의서 하나 쓸 때마다 같은 의미인데도 단어 하나까지도 자기 맘에 안들면 바꾸라고 하는 인간임)
순서 역시도...ㅠㅠ 그리고 업무 메뉴얼에 정석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본인 나름대로의 정석이 있는 것인지,
그 정석 안에 들어 맞지 않아서 저에게 참 많은 고역을 안겨 주는데...
사실 내용이 잘못되었다면 제가 이해라도 합니다. 휴...
인수인계 받아야할 것도 태산인데, 지금 이 메뉴얼 때문에 내가 이러고 있어야 하나, 맘은 급하고...
이 사수보다 더 또라이들도 많이 있겠죠.
너무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같이 보드타는 분들께 이 이야기를 하니까
너희 회사는 왜 업무 시스템이 그렇느냐고 그러더라구요.
퇴사자가 직접 메뉴얼 작성해서 너에게 토스하면,
인수인계 받으면서 네가 직접 그 메뉴얼에 첨삭을 하든가 하는거 아니느냐고...
그래서, 전 좀 의아했지만, 우린 그렇지 않다고~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제 사수 퇴사날 사내 메일을 보니
최종적으로 업무 메뉴얼 완성되었다면서, 제가 보낸 여러가지 업무 메뉴얼을 상사들께 보냈더군요....
그때 꼭 느낀 것은 제 사수가 직접 다 만들어서 보고하는 것처럼!!
스틸당한 기분이었습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그 말이 왜이리 생각나는지...
그 몇일 후,
퇴사한 제 사수 컴 안에 있는 프로그램들을 정리하신다면서 총무팀 차장님이 와서 보시는데
엄청 칭찬을 하시는거예요....
혼잣말로, 그래도, 퇴사하는데도 이런 메뉴얼 하나하나 꼼꼼하게 다 잘 해놓고도 나갔네~ 계속 무한 칭찬....
제가 짜증이 확 나서,
차장님, 혹시 업무 메뉴얼 보시는 거냐고,
그거 제 사수가 한게 아니라, 제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다 만든거예요. 이러니까
읭? OO씨가 왜? OO씨가 이걸 왜 만들어??
그 후,
제가 소속된 팀의 차장님 역시도
그 업무 메뉴얼을 제가 왜 만들고 있었는지 자기도 도통 이해가 안됬다면서 그러시더라구요.
하..........
저는요, 그냥 제가 이런 업무 메뉴얼을 굳이 만들지 않더라도
제가 직접 해야할 업무이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 정리할 거였어요.
하지만,
제 사수였던 사람은 자기가 멘땅에 헤딩하듯 백지상태에다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다 데이터화하려니 답답한거였겠죠.
그러니, 제가 그저 인수인계 받으면서 보고 적고 이해한 내용을 문서화하니... 본인은 쉽게 쉽게 했던 거구요.
지금 다시 생각해도 분하지만,
언젠가 우리 부서 오야님께서 업무 메뉴얼에 대한 내용 단 한마디라도 꺼내신다면, 전 웃으면서 말할겁니다...ㅠㅠ
그래도 괜찮겠죠?
아니 ... 퇴사자가 시킨걸 하시는 글쓴이분도 전 이해가 안갑니다...
곧 떠나는 사람의 업무지시를 왜 받죠???
부당하다고 생각하시면 더 상위 사수한테 이런 사정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문의를 드렸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전 글을 읽다가 퇴사하는 사수의 사수가 시킨줄 알았네요...
퇴사자가 메뉴얼을 만들어서 인수인계하는게 암만 봐도 백번봐도 맞는거 같아요...
그리고 지난 9월 제 모습과 비슷해서 ㅠㅠ 눙물이.. ㅠㅠ
전 뭐 연봉협상도 없고.. 업무는 2인분.... 전 인수인계 시간으로 따지면 4시간도 안됩니다 ㅠㅠ
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