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뭐, 그냥저냥 어지간히 타는 편입니다. 5시즌째니...
작년부터 자세를 바꾸어서 어깨를 많이 열고 탑니다.
그래서, 레귤러인 저가 힐턴으로 들어가도 대부분의 경우는
왼쪽어깨방향에서 달려오는 스키어나 보더 등을 확인하고
브레이크를 걸거나 바로 엣지체인지해서 직활강으로 내려가서
피하곤 했습니다.
이렇게 한 두어시즌째 되니깐 조금의 자만심이 생겼나 봅니다.
그 자만심이란 게 참 무섭더군요.
어제 아침 상급 슬로프에 사람이 적은 상태에서 일단 시야확보를 했습니다.
저 위쪽에 출발하는 보더와 스키어가 없음을 확인하고 출발을 하여
기분좋게 서너번 턴을 하고 힐턴으로 들어갔을때였습니다.
어깨 완전히 열고 어지간히 왼쪽어깨편 시야확보하고 가고 있다고 믿던 중에,
누군가 내지르는 우어엇~! 하는 비명을 듣는 순간, 엄청난 충돌이 생겼고
동시에 몸이 붕 떠서 착지를 했습니다. 솔직히 어디로 착지를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릴때 배워둔 유도랑, 그동안 배워둔 습관으로 대부분의
충격들을 그나마 몸전체로 분산시키면서 착지한 것 같습니다.
뒤따라 오던 후배가 "그 속도로들 충돌했고 몸이 땅바닥에 충격되면서 두어번
튀어오르고 그 후 두 사람이 엉킨 채로 수십미터씩 굴려 내려가는 거 보니,
둘 중 하나는 분명 뼈 하나쯤 부러졌을 것 같다"그랬는데 상급스로프여서였는지
다행히 저도 멀쩡하고 그 스키어도 멀쩡은 했습니다. 아, 그리고 둘 다 헬맷을
썼습니다. 그 스키어도 복장이나 헬맷 착용 등등을 봐서 상당한 수준급의 실력을
확보하고 잘 쏘아대는 스타일인 듯 했습니다.
분명 스키어가 바로 뒤에서 직활강으로 쏘았거나 아니면 누군가를 피하다가
어쩔 수 없이 제 진로로 들어온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헝글서 배운 매너대로
괜찮냐고 서로 물어보고 그 스키어 일행도 사람쪽수가 우리보다 훨씬 많았지만
뭐, 그리 더티하게 굴지않고 해서 서로 잘 조심해서들 탑시다 그러고 헤어졌지요.
조금 쉬니깐 괜찮더라구요. 그래서 조금 더 탔습니다.
모굴이 많이 생기고 영동고속도로가 막힌다 그래서 1시버스로 귀경했습니다.
버스안에서 자고 일어나니, 그때부터 목이 뻣뻣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상황이 안 좋아짐을 느끼고 계속 맛사지 해주고 슬슬 근육 풀어주고
집에 가서도 계속 신경이 쓰였었지요. 예방 차원에서 파스를 목 주위에
두르고 잤는데도, 결국 자고 일어났더니 목을 가누기 힘든 상태가 되었습니다.
출퇴근 버스에서, 버스가 급정지 급출발 할때마다 목이 전/후로 제껴지면서
아주 죽을 맛입니다. 병원 갈려고 용을 썼는데, 시무식이다 신년하례회다뭐다
밀린 일들 처리하고 나니 이제서야 퇴근했네요. 신년부터 병원 가봐야 된다는
아쉬운 소리 내뱉기 싫어서 참고 일하지 말 걸 그랬나 봅니다. 침이라도 맞아
둘 걸 싶네요. 쩝.
정말로, 무엇보다 자만하지 않아야 겠습니다.
어지간히 잘 타도, 정말 남들이 다 잘탄다고 인정하고 안전하게 탄다고 칭찬받더라도,
절대 사고는 피해갈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특히 바로 뒤에서 직활강으로 내려오는 스키어나 보더가 전방주시를 태만히 하고 쏘아대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더군요. 토턴때는 슬로프 상단부를 힐끗 볼 수 있으니깐 그나마
낫지만 힐턴때 등쪽에서 치고 내려오는 스키어나 보더는 뒤에 눈이 달려있지 않는한
막아낼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모쪼록 이글 보시는 헝글님들도, 늘 자만하지 마시고 안전 보딩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목이 뻐근한데 내일 탈 수 있을까요 ?
내일 타다가 넘어지면 혹시, 경추를 잡아주는 목근육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서
조그마한 충격이나 역엣지에 걸려 넘어지면 목뼈가 뿌러지지 않을까요 ? 허억.....전신불수...?
직장인이라서 1 주 쉬면 보름을 못 타게 되는데... 어쩔까 고민입니다.
약먹고 파스로 떡칠을 하고서라도 탈 작정인데 겁도 나고 그러네요.
혹시 전문가님 계시면 좀 가르쳐 주시면 고맙겠네요.
늘 안전보딩 하세요. 저처럼 자만하시다가 다치지도 마시구요.
.
하지만 제 경우엔 1주일 쯤 지나고 나니까 멀쩡해 지던데여?^^; 그래도 불안하심 병원 함 가보심이...
암튼 안전보딩 합시다 헝글보더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