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헝그리보더닷컴 이용안내] |
'인체에 무해하나 먹지 마시오'
참으로 절묘한 문장이다
실리카 겔을 먹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실리카 겔을 먹어서 득이 될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득될 것이 없는 행위는 큰 해는 아니더라도 분명히 해를 끼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떤 행위가 나에게 득이 되지도, 해를 끼치지도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진리의 실천일 것이다
왜냐하면 진리는 모든 양 극단의 가운데 쯤에 있는 것, 반응하지 않는 금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분과 격렬히 반응하는 실리카 겔같은 물건이 인체에 득될 것이 없다면, 그것은 확실히 먹었을 때
해를 끼칠 것이 분명하다
실리카 겔을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강변은 마치 타인의 따귀를 갈기고는 '내 따귀는 너의 몸에 해롭지 않다'
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경우이다
아닌 게 아니라, 따귀 한 대 정도가 인체에 해롭다고까지 말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역시 정직한 사람이라면 '인체에 무해하나 먹지 마시오' 대신에 '인체에 해로우니 먹지 말 것, 그러나 먹어도
큰 이상은 없음' 이라고 쓸 것이다
내가 이렇게 강박적으로 이 경고문을 분석하는 이유는, 이 문장에 윤리적 가치를 외면하려는 인간의 본능적 이기
심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 인체에 해로우니 먹지 마시오
2) 인체에 무해하나 먹지 마시오
3) 인체에 무해하나 먹어도 큰 탈은 없음
4) 인체에 약간 이로우니 먹는 것을 권유
5) 인체에 이로우니 먹을 것
만약 실리카 겔을 팔아서 돈을 벌 수 있다면, 1)번이 5)번이 되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다
이것이 지나친 과장일까?
한의사가 파는 한약은 의사가 볼 때 1)번에 해당하지만, 한의사에게는 5)번이 되는 것이 명백하지 않은가
식당에서 재활용되는 반찬은 손님이 볼 때 1)번에 해당하지만, 식당 주인에게는 5)번이 된다
또한 경정맥 수액 요법이라도 대학교수라면 1)번이나 2)번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개원의라면 지체없이 5)번을
선택할 것은 뻔한 일이다
경제활동과 이해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이라면 기실 누구나 1)번에서 5)번 사이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윤리에서 벗어난, 윤리를 내려다 보는 인간이라면, 실리카 겔에 대해'인체에 무해하나 먹지 마시오' 라고
말할 권리가 있다
물론 이 경우에 당신은 실리카 겔로 금을 만들어 내야 할 의무에 매여 있을 것이다
말의 틈새를 찢으려면 기적을 일으키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이 비윤리적이거나 윤리적이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하고 싶은 인간이라면, 당신은 실리카 겔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체에 해로우니 먹지 마시오' 라고 말하든가. '인체에 이로우니 먹을 것' 이라고 말하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