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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즘 롱보드 탄다고 난리지만.. 스케이트보드를 탄 적이 있기는 있습니다.
이게 벌써 12년 전이네요...
스페인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인데, 대학이 도시의 중심인 전형적인 대학도시였습니다.
그래서 차도 별로 없고, 도로는 잘 되어 있고.. 첨에는 조깅을 했습니다만 뭔가 심심해서 까르푸에 가서 소위 말하는 육사보드를 하나 샀습니다. 30유로쯤 했던거 같아요.
첨에는 평지에서 밀고 놀다가, 좀 자신감이 붙었다 싶으니까 겁도 없이 다운힐로 갔습니다.
근데 뭐 풋 브레이크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놈이 다운힐을 할 수나 있겠습니까.
싱크홀에 바퀴 박히고 한 10미터쯤 날아가서 아스팔트에 배치기..
순간 까마득해지면서 정신을 잃었다가, 몇분 뒤 정신을 차렸나봐요. 근데 숨도 못 쉬겠고 꼼짝도 못 하겠는겁니다.
으어으어 하는 소리를 내면서 도로 위에서 비비적 거리고 있었던 듯..
도대체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시간은 새벽이고, 워낙 한적한 동네라 지나가는 사람도 없어서.. 하염없이 도로에서 비비적거리고 있었어요.
근데 멀리서 다가오는 실루엣... 같이 플랫 쉐어링 하는 네덜란드 여학생이었습니다.
잠깐 이 여학생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부모님은 두 분 다 소르본 대학 교수고, 본인은 16살에 그랑제꼴에 입학한 그야말로 재원.
5개국어를 할 줄 아는데, 이 중에 중국어가 포함되어 있는 하이스펙의 여학생이었죠. 도저히 17살짜리의 스펙이 아닌거죠.
근데 신체스펙도 17살 여자아이의 스펙이 아니었습니다.
키 190에 몸무게 140... UFC급입니다.
여튼 그 친구가 절 발견했습니다. 솔직히 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는데, 걔가 급히 달려오더니
번쩍… 공주님 안기로 저를 안아 들고는 3층 계단을 올라갑니다…..
끊임없이 괜찮냐고 상냥하게 말을 걸면서…
집에 올라가서는 소파에 눕혀놓고 온데 다 갈린 팔다리 소독 후 드레싱까지 완벽…
저는 지금까지도 저 때만큼 의지가 되는 팔뚝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잘 지내고 있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