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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녀들의 영혼을 오염시키거나, 드물게 나타나는 정신적 잠재력의 싹을 말려 죽일 때 그 행위는 언제나 절대적 애정이라는
근거 없는 불가침의 가치로써 정당화된다
많은 부모들은 이야기한다 '너도 자식을 낳아보면 알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억지에 따르면 전쟁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참전
군인들밖에 없을 것이다
인세에 진동하는 악취의 근원지를 찾고 싶은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성소(聖所)를 파헤쳐 볼 것을 권한다 그곳이야말로 악마가 몸을
숨기기에 좋은 장소이니까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 부모의 정체는 인간의 영혼을 파멸시키는 물신주의의 하수인이며, 그 역활은 어린애가 참된 정신적 가치에
접근하지못하도록 십 수년, 혹은 그 이상을 감시하는 지긋지긋한 교도관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정은 최초의 감옥이다
이 목적을 위해 부모는 자녀의 생존에 필요한 물질적 환경을 볼모 삼아 아무렇지도 않게 자녀를 협박하기도 한다
'내가 없으면 너는 아무것도 아니다', '잘 먹고 잘 입는 네가 얼마나 행복한 줄 알겠니', '고아들을 보아라 얼마나 불쌍하냐', '십원
한 푼 못 버는 주제에 말이 많다', '너를 건사하기 위해 나는 뼈빠지게 일을 한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주워섬기는 말들인가 참으로 철면피같은 논리이다 스스로 생존할 능력이 없는 한 생명을
낳아 놓았으면 그가 어느정도 성장할 때까지 부양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만 열에 아홉의 부모가 이렇게 졸
렬한 아집에서 한 걸음을 못 벗어난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가하는 이러한 심리적 억압을 상기해 본다면, 과연 어버이의 은혜라는 것이 하늘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기만 한
것인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습관적으로 낳아서 습관적으로 기르는 것이 아닐까
조건 없는 사랑, 아낌없이 퍼주는 사랑, 지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신의 사랑, 이러한 관용구들은 정욕을 포장하는 감상의 환각작용
에 의해 자기들의 사랑이 진실한 것이라고 믿는 연인들의 착각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있는 그대로를 보아야 한다 부모의 사랑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자녀에게 유무형의 보답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이 말을 듣고 온건한 비관론자는 반박할 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렇던들, 아무리 부모의 사랑이 못난 것인들, 이 황폐한 지상에서 부
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만큼 이타적인 것은 없노라고
그가 바로 핵심을 지적했다 문제는 바로 그 '이타적 의도' 가 추구하는 구체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진정 이로운 것이 무엇
인가 하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극이 발생한다 일가족 모두가 사교(邪敎)의 일원이 되어 식인 흡혈 의식에 감사한 마음으로 동참하
는 가정이라면, 간혹 보다 신선한 피가 발단이 되어 야기되는 가정불화 이외에 근본적으로 정신적인 갈등은 없다
우선, 진정 자기 자신을 이롭게 하지 못하는 자는 그 누구도, 자기 자녀는 더욱 이롭게 할 수 없는 법이다
'내게 가장 큰 행운은 아버지가 없었던 것이다' - 사르트르
'이 세상 모든 악의 근원은 가정의 행복이다' - 다자이 오사무
'우리 인생은 전반은 부모가 망쳐놓고 후반은 아이들이 망쳐 놓는다' - 클라렌스 다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