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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헝글 뉴비 순규입니다.
오랜만에 글 쓰네요.ㅋ
날씨가 흐리고 습해서 그런지,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는 친구에게 몇 개 이야기 해주다
생각나서 헝글에 오랜만에 올려 봅니다. ㅎㅎ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람들에게 안보이는 것들이 저에게는 종종 보이곤 합니다.
스키장에서도 몇번 봤어요. 어디라곤 말씀 안드림.ㅋ)
그닥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다소의 스압이 예상 되네요.
벌써 20년 가까이 되어가네.
내가 처음으로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있다고 믿게 되었던 계기인데
처음이라서 그랬던건지, 난 아직도 이 일이 제일 무섭다고 느껴져.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이었어.
날짜는 기억이 안나는데, 방학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니까
아마 8월말 가까이 되었던거 같다.
맨날 친구들끼리 모여서 빈둥거리다가 방학이 끝나가니까 뭔가 아쉬운거야.
딱히 여행을 갔다 온것도 아니고.
그래서 투덜 투덜 하고 있는데, 친구 한놈이 솔깃한 얘기를 하는거야.
이렇게 빈둥거리고 있을거면 차라리 자기네 할머니댁에 가자고.
육지에서 할머니댁까지 배만 3번을 갈아타야 하는 오지중에 오지이긴 한데
거긴 주민도 별로 없고 워낙 외지인의 방문이 없는곳이라서
적당히 해변가 같은데 짱 박혀서 고기도 구워먹고, 술도 먹고
그냥 뭐라고 하는 사람 없으니 개판치고 놀자는 거였지 ㅋㅋㅋ
마다할 이유가 없잖아.ㅋ
떡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그자리에서 바로 출발했지 뭐. 집엔 적당히 둘러대고.
가는길에 고기도 사고, 소주도 댓병으로 몇개 사고.
오전에 출발했는데, 할머니댁 도착 하니까 저녁 먹을 시간이었어.
맘같아서는 바로 놀러나가고 싶었는데, 그래도 인사는 드려야 하니까.
가서 인사하고, 차려주신 저녁밥 먹으면서 어디로 놀러갈지 궁리중이었지.
우리 분위기가 밥먹고 바로 튀어나갈 눈치라는걸 아신건지
할머니가 두가지만 약속하고 나가라고 하셨어.
첫번째. 아무데서나 놀고, 아무데서나 퍼질러 자도 아무말 안할테니 삼시세끼 밥은 집에와서 먹고 나갈것.
두번째. '큰물'쪽은 얼씬도 하지 말것.
나야 뭐 뭔지 모르니까 대충 끄덕끄덕하고 밥먹고 있는데
친구 눈빛이 뭔가 막 반짝여.ㅋㅋㅋ
여튼 우리는 밖에서 텐트치고 잘거니까, 할머니께 텐트 좀 빌려달라고 말하고
밥먹고 바로 나왔지.
텐트랑 술이랑 고기랑 들고 마을 어귀까지 나와서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친구놈이 그러는거야. 우리는 이제부터 큰물로 간다고.ㅋㅋㅋ 쓸데없이 비장함ㅋㅋㅋㅋ
근데 거기 아까 할머니가 가지마라고 했던곳인데. 꼭 거길 가야하냐고 물으니
자긴 처음 출발 할 때 부터 거기 가려고 온거래.
섬 뒷편에 있는 작은 해변인데, 가는 길이 험하고 멀어서
사람도 거의 없거니와 해 저물면 어른들은 아예 그쪽으론 안가니
우리끼리 놀기엔 딱이라는거지.
친구 말을 들어보니 살짝 땡기기도 하고.
할머니 말씀이 약간 맘에 걸리긴 했지만, 동네에서 말 안듣기로 유명한 애들인데
할머니 말씀이라고 들을리가 있겠음?ㅋㅋㅋ 그냥 못 이기는척 하고 따라 나섰지.
확실히 사람들이 안다니는 길이었나봐.
수풀이 길을 다 덮어서 낫으로 헤쳐가며 한시간쯤 걸었나?
절벽 밑에 있는 해변가에 겨우 도착했어.
거의 해가 넘어가기 직전이어서 서둘러 텐트치고, 장작 모아서 불 피우고
엄청 신나게 놀았던거 같다.
눈치 안보고 술마시고 소리 고래고래 지르고.ㅋㅋ 나름 일탈이었지.
셋 다 너무 신났는지 가져간 술은 반도 못먹고 다들 꽐라가 되어서 뻗어버렸어.
그냥 그대로 뻗어서 아침에 눈 떴으면 참 좋았을걸...
자는 도중에 목이 너무 말라서 깬거지.
텐트 밖으로 기어 나와서 물한병을 원샷 하고 나니까
그제서야 주변이 좀 보이기 시작했어.
달은 구름에 반쯤 가려서 어스름히 빛나고 있었고, 바닷물은 썰물때문에 저~만치 빠져서
눈앞엔 갯벌밖에 안보이고.
그냥 아무것도 아닌 그 풍경이 너무 으스스했어.
언능 텐트 안으로 들어와서 지퍼 내리고 누으려고 하는데
첨벙.... 첨벙... 촤아아...
첨벙... 첨벙... 촤아아...
이런 소리가 들리는거야.
물 위에서 걸을때나는 첨벙거리는 소리랑
그 왜 물에 앉아있다가 일어났을 때 옷에서 물빠지는 소리 있잖아. 촤아아~ 하는 그 소리.
누가 이 야밤에 물놀이를 다 하네? 하고 자리에 누웠는데...
방금 나가서 봤잖아... 썰물로 물 다 빠져있던거....
얼핏봐도 한 500미터 쯤은 빠져있었던거 같은데
백번 양보해서 이 시간에 누가 거기에서 물 놀이를 하고 있다고 해도
나한테 들릴리가 없잖아. 내가 소머즈 귓구녕이 아닌 이상...
너무 무서워서 자고 있는 애들을 막 깨우는데
이 꽐라들은 이미 반시체가 되어서 미친듯이 싸대기를 때려도 일어날 기미가 없어.
(둘 중 한놈은 워낙에 예민해서 아무리 술 취해도 옆에서 부시럭 거리면 대뜸 일어나거든.
근데 그날은 풀스윙 싸대기를 때려도 미동조차 없었음...)
그러는 동안 그 첨벙거리는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서
이제 텐트 바로 앞에서 나는것 처럼 들렸고
뭔가 텐트 앞에 있긴 한데. 이건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어.
맘같아서는 냅다 도망치고 싶은데, 가는 길도 워낙에 험하고
저 반 시체 두명을 어떻게 들춰업고 가지도 못하겠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벌벌 떨고만 있었지.
한참동안 첨벙거리는 소리만 들리다가 어느순간 그 소리가 멈췄어.
소리는 멈췄지만 앞에 분명히 뭔가가 있다고 느꼈거든. 그래서 미동조차 못하고 가만히 앉아있는데
그때 밖에서....
"살려주세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소리로 누군가 나를 불렀어.
젊은 여자 목소리 같은데, 쇳소리처럼 걸걸하기도 하고.
독수리 오형제에 나오는 아수라 백작같은 목소리. 남자 여자 목소리가 섞인듯한
뭐 여튼 분명 이 세상 사람의 소리는 아니라고 직감적으로 느꼈던거 같아.
진심으로 바이탈 사인 일직선으로 그일뻔... 한 2~3초간은 심장이 안뛰었을거야.
그냥 두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눈물만 줄줄 흘리고 있었어.
처음엔 나즈막 했던 그 소리는 점점 더 격해졌고
나중에는 절규같이 들리기도 했어.
"살려달라니까!!!! 크크크크킄!!!! 살려주세요!!!!! 키키키킼!!!!"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소리들이었어.
나도 슬슬 넋이 나가는듯 했고, 사람이 미쳐간다는게 어떤건지 조금을 알것 같더라.
그러던 중에 "크아앙" 하는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리더니 주변이 조용해졌어.
이 소리는 지금도 어떻게 표현을 못 하겠다.
호랑이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먼가 무협지에 나오는 사자후 소리가 이럴까? 싶기도 하고.
소리가 온몸을 관통하고 지나가는거 같은 느낌... 먼가 혼이 빠져나갈거 같은 느낌이랄까...
(그 느낌은 19살때 무전여행 하다가 동해에서 한번 더 느껴봤었는데. 그건 나중에 또 이야기 해줌.ㅋ)
그 소리가 난 이후로 아무런 소리가 안났어.
주변이 적막해진건지, 내가 아무 소리를 못듣게 된건지는 모르겠는데.
우주에 있으면 아마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바람소리 조차 안나는거야.
쭈구리고 앉아서 눈물만 질질 흘리고 있는데
텐트 밖으로 경찰차 경광등 불빛 같은게 막 아른거렸어.
아... 이제 살았구나...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구나... 하면서 맥이 탁 빠졌지.
나가려고 부들 부들 떨면서 텐트 지퍼를 올리려는데
내가 부들부들 떨던건 맥이 빠져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제서야 갑자기 생각 난거야.
우리가 있던 위치가...
찻길은 커녕 사람이 걸을 길도 없어서. 낫으로 한참 길을 내면서 간 곳인데.
경찰차가 올 수가 없었던거지.
그리고 그 섬엔 경찰서도, 경찰차도 없었어...
아 옘병. 그럼 저건 뭔데???????? 싶은 생각이 들 때
경광등처럼 보이던 빨간 불빛과 파란 불빛이 텐트위로 날아와서
텐트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드라...
그 불빛이 텐트 주위를 맴돌기 시작하고, 온갖 이상한 소리들이 또 막 나기 시작했어.
살려달라는 소리, 끼익끼익 거리는 소리, 미친듯이 웃는 소리, 어디서 쿵쿵 거리는 소리...
하.... 진짜 혀 깨물고 죽고 싶었음.
그때부턴 나도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쭈그리고 엎드려서 귀 막고 떨기만 했어.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부들부들 떨다가 쓰러지듯 잠들었어.
그리고 눈을 떴을 땐
친구놈은 넋나간 눈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고, 그 옆엔 친구 할머님이 앉아 계셨어.
그리곤 할머님이 나한테 말씀 하셨어.
다 끝났으니까 집에 가자고...
남은 이야기.
약속을 어겨서 엄청 혼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혼은 안났어.
그냥 잘 참았다는 말만 하셨음.
나중에 눈치보다가 할머니께 간밤에 내가 보고 들은것들은 뭐냐고 물었더니 해주시는 말씀이
일제강점기때 큰물에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네.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는데, 마을 사람들 절반 가량이 거기서 돌아가셨대.
뭐 학살 그런거였겠지...
내가 들은 첨벙첨벙 하는 소리는 아마
물에서 죽은 시체들을 꺼내는 소리였을거라고.
그 일이 있고 난 이후부터 사람들이 거기서 물놀이 하다 죽거나,
절벽에서 떨어져서 죽거나 하는 일들이 생기더래.
위령제도 지내고, 굿을 하고 해봐도 별 효과가 없어서
그때부터 암묵적으로 큰물쪽으로는 안가게 된거고.
그래서 못가게 한건데, 우리가 또 기어코 거기까지 가서 그 사단이 난거지.ㅋ
그리고 풀스윙으로 귀싸대기를 때려도 못일어나던 그 친구는
그때부터 이미 가위에 눌리고 있었다고 했음ㅋㅋㅋ
첨벙거리는 소리도,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도 다 들었는데
어느순간 온몸에 힘이 빠져서 그냥 기절했다네.
아. 그리고 호랑이 소리같은 쩌렁한 그 소리는 나중에 알게 된건데
망자들이 산자를 부러워하거나, 뭔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지르는 악다구니 같은 거래.
섬이야기라
애로영환줄 알고 극장들어갔는데
괴기영화였어.....ㅠㅠ
또 그걸 언제 뽀뽀하는 장면 나오나 정독해버리다니......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