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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대시절 항상 우울한 소녀였다.

감정기복이 심해서 마시던 컵을 동생에게 던지기도 했고 엄마에게 칼을 들이대고 소리를 자주 질렀었다.

나는 아기때부터 10층 아파트에서 살았고 유아기와 청소년기를 10층 아파트에서 지냈다.  

아빠의 아빠인 할아버지가 열차사고사로 받은 보상금으로 장만한 아파트라서 아버지의 애착이 유난히 강했었다.

아빠는 항상 월세집을 전전 했기에 할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안전한 보금자리를 얻은것이다. 


외아들인 아빠의 집에 아빠 여동생과 누나가 오면 항상 할아버지의 보상금 이야기가 나오고 삿대질과 큰소리가

방안을 메운다. 아빠는 요지부동이다. 아빠는 10층 아파트를 사랑하고 있다.

나는 아빠의 매일 쓸고 닦으며 시멘트 건축물에 쏟는 사랑의 장면이 너무 보기 싫었다. 아빠

' 10층 에서 떨어지면 머리가 다 부서질까?' 라는 문구가 들어있는 내 일기를 읽은 엄마가 

너무 놀래서 나흘만에 1층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갔다. 이때부터 나는 자살을 생각하게 되었다. 

뭔가 좋은것을 엄마로부터 얻고 싶을때 자살암시를 했고 엄마는 내가 원하는 옷과 신발을 마련해주었다.

그러나 점점 내 자살쇼에 내성이 생겼고 엄마는 더이상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에 귀담아 듣지 않았다.


여고 3학년 , 부자집년들은 여름방학때 유럽으로 호텔을 잡고 노는것에 큰 질투를 느꼈다.

나도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태리의 호텔을 알아보고 400만원 정도 계획을 만들어 엄마에게 들이밀었다.

엄마는 콧방귀만 뀌었고 처음으로 방바닥을 쓰는 빗자루를 거꾸로 잡고 나를 때렸다. 

나무손잡이가 내 등을 무섭게 후려쳤다. 너무 아팠다.  나는 정말로 죽을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기위해

엄마가 수퍼에 간 사이 손목을 그었다. 피가 몽글 몽글 작은 풍선모양처럼 살을 비집고 찔찔 나오더라 . 

분수처럼 터져 나올걸로 생각했는데 실망이었다. 그러나 점점 기분이 묘해지면서 어지러웠고 졸렸다.


그날이후로 엄마는 나를 공주님처럼 떠받들어줬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것들이 마법처럼 이뤄졌다.

그러나 내 마음은 점점 작아졌다. 성질도 부리고 소리도 지르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작아졌다.

바로 손목의 흉터때문이다. 예리한 칼로 그은게 아니라 울퉁불퉁 깨진병으로 여러번 그어서 흉터가 심하게 생겼다.

그때부터 나는 더운 여름에도 긴팔을 입고 손목의 흉터가 안보이게 검지와 중지로 옷소매를 잡고 사람들 앞에 설수 있었다.


원서만 내면 들어가는 지방의 3류대학에 들어간 나는 화장도 안하고 무채색의 옷을 입고 강의실 기둥에 묻혀 안보이길

바랬다. 남들 눈에 띄이는 여자가 되면 내 손목의 지저분한 흉터가 발각될 것만 같았다.

1학년은 그렇게 그러저럭 기둥에 파묻혀 무사히 보냈다.  2학년때 군대를 갔다오고 복학한 남자선배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중 한 선배는 웃는게 맑았고 먹는 입이 예뻐 보였다. 엄마에게 받은 용돈들로 선배에게 비싸고 맛있는 음식들을 사주고

나는 선배의 먹는 입만 바라보아도 배부를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선배에게 다가가기는 커녕 선배가 보이면 뒷걸음질 치기 

바빴다.  5월의 신록. 갑자기 무더위가 강의실을 찾아왔다. 

사람들은 모두 얇은 외투를 벗었고 다음날부턴 반팔로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선배는 긴팔이었다.  1주일이 지나도 긴팔이었다. 6월중순 학기말 시험이 시작되는 날에도 선배는 긴팔이었다.

우리과에 긴팔은 나 혼자였는데 동지가 생겼다. 온갖 상상이 내 시험공부를 방해했다.  그 상상은 한가지 확신으로 변해갔다.

'선배도 나처럼 팔에 흉터가 있는거야.' '남에게 보이기 싫은 무언가가 있는거야.' 


2학기가 시작되는 개강일에 선배는 여전히 긴팔이었다.  그런데 선배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안녕 . 너와 나는 긴팔족이구나 하하하"  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도 못하고 화장실에 가는척 하면서 자리를 피했다.

집에가는길에 '그래 우린 긴팔족. 긴팔족 마음에 드는 단어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에게 향하는 마음이 점점 커가는것을 느꼈다.


11월10일.

선배는 여자친구가 확실히 없다. 몇명이 꼬리를 치는것 같긴한데 선배가 넘어가지 않았다.

나는 11월11일에 빼빼로와 초콜렛 그리고 말로 고백은 못할것 같아서  

 ' 선배님 우리는 모두 팔에 보여주기 싫은것을 가지고 있는 긴팔족이니 앞으론 함께해요 ' 라고 작은 꽃편지를 만들었다. 


11월 11일.

어제밤 잠을 못잤다.  오늘 아침엔 선배에게 예뻐보이고 싶어서 화장을 시작했다. 

강의실 복도에 선배가 보였다. 선배가 강의실에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강의때 교수님 말씀이 아무것도 안들렸다.

점심이 지나도 나는 밥도 못먹었다. ' 얼른 주고와라 '  ' 좀 이따가 이따가 ' 두개의 마음에 전쟁이 났다.

오후 5시. 마지막 강의가 끝나간다. 강의가 끝나고 선배가 교재를 정리하면서 뒤를 볼아보면서 나를 바라본다.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자기에게 오라고 한다. 나는 준비한 선물과 편지가 들어있는 가방을 일부러 앞으로 메고 

선배에게 다가갔다.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방에 손을 넣어 선물을 줬다.  " 와 고마워 나도 여자에게 빼빼로데이때

빼빼로하고 쪼꼬렛 받는 남자가 되었네 " 선배의 기쁨어린 말에 용기를 얻어 편지로서 고백을 감행했다. 

그리고 '우린 긴팔족' 이라 말하면서 내 손목의 흉터도 같이 보여줄려고 소매를 안으로 접었다. 

선배가 만세 동작을 하는데 외투속 셔츠가 반팔이었다.

" 선배님 반팔이네요? "   " 응 그동안 여름에도 긴팔입느라 억울해서 초겨울에도 일부러 반팔입었어. "

" 흉터때문에 긴팔 입으신게 아니고요? "   

" 흉터??. 팔에 피부병 생겨서 잠자다 긁느라 상처가 생겨서 더러워서 가린거였어 "


나는 가방속에서 손목을 꺽어 중지로 소매를 잡아당기며 흉터를 안보이게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엮인글 :

(━.━━ㆀ)rightfe

2015.11.11 05:52:37
*.52.0.190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상처를 겪고 몸과 마음에 난 생체기가 있어야 온전히 나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그리고 겪어보지 않은 이들의 말과 행동을 어설픈 위로와 가식으로 치부하죠..


그들눈에는 같은 흉터가 있어야만 그 크기만큼의 상처가 있다고 생각하는듯하네요...


좋은 단편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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