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캐나다에서 보드를 탔는데 재밌는 일이 있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카시 레벨3 때문에 멀리 떨어진 세 곳의 리조트를 옮겨다니며 교육을 받고 시험을 쳤는데 슬롭 처리를 정말 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한 예로 지름 3cm 정도의 돌멩이가 슬롭 한 가운데 있더라도 일주일이 넘도록 치우질 않습니다.
같이 시험 준비를 하는 로컬들에게 물어보니 그걸 왜 치우냐고 오히려 되묻습니다.
옆의 숲이건 바위 위건 눈이 있으면 달리는 그들의 눈에는 슬롭 위에 떨어진 돌멩이도 기물이고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가만히 있고 움직이는 건 본인인데 사람이 서 있더라도 피하거나 멈출 수 있는 실력에 맞는 곳에서 타는 것이 기본 전제라고 합니다.
2002년에 헝글에 썼던 슬롭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것은 고속도로에서 멈춰서있는 것과 같다는 초창기 칼럼과는 상반된 이야기를 오늘 하게 됩니다.
너무나 많은 초보들이 스키와 보드를 타기위해 리조트를 점령하던 시절, 제대로 된 강습 한 번 받지않고 컨트롤도 못하며 내려가는, 초보들이 대부분이던 시절에는 저런 글을 적었지만 생각해보니 그 당시의 상황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초보 슬롭의 80% 이상을 차지했던(체감상) 쌩초보보다 어느정도 컨트롤을 할 수 있는 보더들이 더 많아졌지요.
문제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멈추거나 회피해야할 실력 이상으로 빠르게 질주하여 사고를 낼 가능성을 크게하는 무법자(?)들입니다.
주말 밖에 시간이 없는 직장인 보더가 생초보 딱지를 떼고 너비스로 넘어가는데 중급 슬로프는 아직 겁나고 그러다보니 시장통처럼 바글바글한 사람들로 가득찬 초보 슬롭에서 턴을 엽습하기 위해 어쩔 수가 없다고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역시 사람이 가득한 초보 슬롭에서는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타는 것이 맞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움직이는 것은 우리이고 멈춰있는 사물 또는 사람을 피해야 하는 것도 움직이는 사람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슬롭에 돌맹이가 떨어져있거나 풀이 드러나있더라도 그 위를 못보고 지나가는 것은 넓은 슬롭 중 보드나 스키가 그리는 아주 가는 라인 하나를 변경조차 하지 못할 정도의 속도를 냈다는 것이 아닐까요.
돌멩이를 당연히 치워야 한다고 믿었던 덕분에 이제 리조트는 트리런도 못하게 막고 벽타기도 못타게 막으며 주어진 슬롭위에서만 타야하는 상황을 만들기게 된 것 같아 조금 씁쓸합니다.
스노보드는 자유를 추구하고자하는 것, 기성 세대의 완벽함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에서 출발한 보드가 이제는 그 틀에 같힌 재미없는 레포츠로 변해가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번 시즌에는 움직이는 사람이 멈춰진 무언가를 알아서 피해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