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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turn.- 다치지마요.
스노우보드를 타면서, 스키장에서 덜 다치라고 쓰는 글
다치기 쉬운 계절이여서, 이글을 썼습니다.
*편의상, 언니라고 씁니다. 오빠라고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올랴양반에게 보드를 배운, 이제 막 턴이 되서 너무 신나는 언니에게-
군산에서 조카를 보고 올라오다가, 언니가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내가 없을때 -
언니가 스키장에서 다쳤다는 소리를 들으니 깜짝 놀랐어요.
크게 다친건 아닌가?
걱정이 되서 여러군데 전화를 걸었어요.
언니에게 전화연결이 되지 않으니 - 더 초조해지더라구요. 나중에 연결이 되고 나서,
<손목골절>이라는 이야길 들었지만-
언니가 다친게, 내 잘못인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어요.
이렇게 습한 날에는
데크가 안 나가니까, 더 무릎을 굽히고, 더 과감해야 한다고- 그리고 넘어져도 폭신폭신하니까, 크게 안다칠꺼라고 걱정말라고
언니가 다치던 날 아침에 내가 보냈던 카톡이 생각나서
미안했어요.
언니가 처음 스키장에 왔을 때는, 그냥 언니가 와준것 자체가 고마웠고-
두 번, 세 번 왔을 때 - 언니는 재미있어서 오기보다는, 그냥 많이 지쳐보였어요.
스키장에, 스노우보드에 의욕도 별로 없고 많이 힘들어 보였어요.
하지만 이상하게, 언니는 잘 따라와줬어요.
재미보다는, 노력이-
흥미보다는 근성이 많아 보였어요.
노력도 노력하면, 사람이 달라지나봐요.
스키장에서 고꾸라지고 자빠지고 구르고
때로는 강제로 직활강도 하던 언니가 -
어느순간 여유롭게 넘어지기 시작하더라구요.
[언니 인제 여유롭게 넘어지네?] 웃으면서 물어보니까, 언니가 그랬잖아요.
<어디, 한두번 넘어지냐? 골백번도 더 넘어졌어!!!>
스키장에서 데크 위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리프트 타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더 길어지면서
언니 눈빛이 변하고
턴을 하기 시작하더라구요.
언니는 너무 너무 신나서 어쩔줄 모르는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고글을 쓰고 헬멧을 썼는데도
신나는게 느꼈졌어요.
언니가 신나면 신날수록 -
저는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언니는 겁이 없었고-
저는 겁이 많았어요.
언니는 두려운게 없었고-
저는 두려운것이 사방에 깔려 있었어요.
어느순간 제가 언니에게
하지말라고 하는 말들이 굉장히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아니야!!!
안돼!
하지마!
가지마!!
위험해!!
이런날은 가는게 아니야!!!
그러다 문득, 아장아장 걷는 조카가 생각났어요.
조카가, 엄마 그 다음으로 한말이 <아니야> 였거든요.
처음엔, 막 웃다가, 왜 애가 부정적인 말을 먼저 배웠을까? 하고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곧 알게 되었어요.
엄마아빠는 세상에 위험한게 너무 많다는걸 알고 있거든요.
어린조카가 아무리 반짝이는 유리조각을 신기해 해도, 유리조각 못만지게 하는 저를 미워할지라도-
저는 깨진 유리조각을 조카가 먹게 내버려두지 않아요.
내가 사랑하는 조카처럼. 언니랑도
함께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 -
안돼. 라는 이야길 많이 하고
~~하지마!! 라는 이야길 그렇게 많이 했나봐요.
저도 그렇게 안돼!!!라는 이야기 듣기 싫어하고
하지말라는 말 되게 듣기 싫어했던 사람이거든요.
그때는 정말 언제까지 나는 하지말아야 되는건가,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갇혀 있어야 되는건가.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전부 사랑이였네요.
하나 하나 사랑 아닌게 없었네요.
함께 하고 싶은게 참 많아요. 언니하고는-
잘 알죠?
다치지 마요.
언니는 초보라고 하지만, 마음만은 절대 초보가 아닐꺼예요.
다음시즌이 오면, 언니가 저보다 훨씬 더 잘할꺼예요.
저는 알아요.
슬램덩크로 치면, 전 서태웅도 강백호도 될 수 없어요.
언니는 잘 할 수 있어요.
언니를 응원할께요.
언니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어요.
사랑하니까, 조금만 스노우보드에, 스키장에 아주 조금만 겁내줘요.
그리고 언니를 지켜보는 나를, 스키장에 서 있는 언니를 겁내는 나를 아주 가끔은 모르는척 하고 속이고 -
재미있게 놀아요. 그게 편하고 좋아요.
나도 그랬으니까 -
그래도
다치지마요.
다음엔 멋지게 원을 그려줘요.
멋지게 턴해줘요.
다치지말구요.
your turn.- 다치지마요.
끝.
최근 저의 행보를 보시면... 아실겁니다. 다쳐도... 열정은 끊을수 없습니다. 아시죠? 현재 저는 오른 갈비 금으로 시작해서, 왼 어깨 타박, 뒷쩍랜딩으로 데크 코어 박살로 목뼈/등뼈 쑤심, 왼 손목 타박, 최근엔 왼발목 골절비스무리한 타박이였지만... 이겨내고 열심히 살살 잘 타고 있습니다.^^ 주변에 팀골절스 분들을 보시면 더욱 아실거예요. 철심에 티탄에 철판에... 후덜덜한 분들. 너무 미안해하시지 마시고, 같이 그분 곁에서 용기를 주시고, 재미난 보딩 이야기로 힘을 주세요!!! 어느새 다시 바인딩을 채우고 있는 모습을 보실 겁니다. ^^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뭉클해지네요. 사랑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마지막까지 안전히 마무리합시다~~
첫 부분의 "덜 다치라" ...
"덜(님, 너) 다치라" 인줄.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