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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딸 소연이는 대기업에서 개처럼 취급 받으면서 일하다가 집단 따돌림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국내 패션 대기업 LF에서 인턴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원소연 씨의 어머니 박건림 씨는 28일 인사이트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국립경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소연 씨의 빈소는 깊은 슬픔에 빠져있었다.
지난 26일 오전8시반 출근 대신 자살로 삶을 마감한 소연 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인사이트의 단독 보도 이후 큰 반향을 일으켰고 수많은 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소연 씨는 자살 전날 '회사 선배들에게 왕따를 당해서 견디기 어렵다. 죽고 싶다'는 문자를 남기고 다음날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된 소연 씨의 빈소는 어머니인 박건림 씨가 지키고 있었고 유가족과 지인들이 곁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박건림 씨는 "인턴 디자이너로 일했던 내 딸은 희망고문이라는 '올무'에 걸려 1달도 채우지 못하고 집단 따돌림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수많은 청년들이 인턴이라는 족쇄에 묶여 절망의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대기업들이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을 소모품처럼 사용한 뒤 버리고 있다"며 "인턴에게도 인권이 있고 보호 받을 권리가 있는데 한국 기업들의 문화는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죽기 전날 카톡 문자로 절절한 사연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는데도 LF 측에서는 "구체적으로 아직 밝혀진 게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박씨는 "소연이는 평생 디자이너가 되는 게 소원이었는데 제대로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죽었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아 디자인 공부를 했고 LF에 인턴으로 입사해 너무 행복해 했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딸을 떠나 보낸 뒤 한숨도 잠들지 못한 탓에 박씨의 건강 상태는 극도로 나빠졌지만 소연 씨의 이야기가 나오면 목소리는 높아지고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다.
박씨는 "회사 측에서는 디자인실 직원들이 '연휴'라서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변명하는데 동료가 죽었는데 연락이 안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지금 LF가 보여주고 있는 행동만 봐도 인턴들에게 어떻게 대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실에서는 신분을 밝히지 않은 여성 책임자가 찾아왔지만 소연 씨의 '사수'는 물론이고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빈소에 단 한명도 찾아오지 않았다고 박씨는 전했다.
박씨는 LF 회사 차원에서 '공식으로' 사과를 하고 소연 씨의 명예를 회복시켜주지 않으면 장례식을 절대 치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변호사 도움을 받아 오는 29일 강남경찰서에 이번 사건을 정식으로 수사 의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소연 씨가 회사 내에서 어떤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는지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끝으로 지인들과 힘을 모아 인턴사원 보호를 위한 '원소연 법'(가칭)을 만들어 '제2의 소연이'가 나오지 않도록 '엄마'로서 뭔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