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 안올라가서 한참 삽질했네요.)
칼럼에 올리기엔 부끄러운 결과물입니다만.....
집에서 굴러다니는 버튼 트레이스 옐로우(유광) 헬멧을 장터에 내놨더니 안팔려서
그냥 색칠이나 좀 해볼까 하던 찰나에
사진첩에서 그래피티 느낌 나는 헬멧 보고 너무 예뻐서
'나도 한번 해봐?' 해서 시작했습니다.
물론 사진첩에서 본 그 헬멧보다는 한참 모자라고 지저분하고 퀄리티도 떨어지지만 용기내서 올려봅니다.
*준비물 : 글라스메이트(채점할때 쓰는 빨간 색연필), 검정 매직, 투명락카
글라스메이트 300원+매직 5백원+락카 2천원 = 합계 2800원......싸죠?
*총 작업시간 : 2시간 (락카칠 작업 제외)
이 결과물을 보고 "뭐야 이게. 지저분하기만 하네." 라는 분들은 제외하고,
"어라? 꽤 괜찮네?" 하고 생각하시는 착하고잘생기고예쁘고똑똑하고배려있고돈도많이버시면서장수하실 몇몇 분들을 대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 미술의 '미'자도 모릅니다.
누구나 하실 수 있어요. 저도 했는데요. ('지금 저따위 결과물을 보고 칼럼이라고 올린거냐?' 라고 물으신다면....죄송합니다. 흑흑흑)
*과정.
# 1. 유광 헬멧을 들고 깨끗하게 닦은 후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실패하더라도 눈물 흘리지 않겠다, 돈도 없는 주제에 그나마 헬멧이라도 있다는게 어디냐,
혹은 '만약 실패하면 말려주지 않은 주변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겠다.' 라는 마음 자세 반드시 필요합니다.
나중에 락카칠을 해도 추운 겨울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다보면 조금씩 벗겨질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이건 빈티지 룩이다!!" 라고 외쳐줍시다.
# 2. 따라 그릴 대상을 준비합니다. 뭔가 확 튀고 간단해보이는 그림 세네가지만 있으면 됩니다.
창작능력은 제로지만, 보고 따라 그리는건 쉬울 것 같아서
인터넷에 '그래피티'를 검색해서 나온 그림 중 쉬워보이는 몇가지를 물색해서 모니터에 띄워놓고 시작합니다.
전 사람 얼굴 하나, 괴생선(?) 한마리, EXTREME MAX 라는 글씨 하나를 선택했고,
나머지 빈 곳에는 가운데손가락;;이나 가터벨트 신은 여자 다리;;나 해골바가지;;나 알파벹 몇개를
떠오르는대로 그려봤습니다.
실물을 자세히 보면 허접한게 티 나지만 멀리서 대충 보면 별로 그렇지도 않을거야....라고 자위하며.
# 3. 글라스메이트(색연필)로 스케치를 합니다.
유광헬멧인지라 잘그려지네요. 무광에는 연필로 하시는게 좋을겁니다.
따라 그리다 틀리면 휴지로 슥슥 문질러서 지웁니다. 연필일 경우 지우개로 지우면 되구요.
(사진상에 붉은색 스케치 보이시죠? 글라스메이트로 한겁니다.)
그림은 매직펜의 두께를 감안해서 너무 자세해지지 않도록 합니다.
# 4. 검정 매직으로 선을 따라 그려줍니다.
중간 중간 손에 묻어나지 않도록 잘 따라그려주면 됩니다.
긴 직선이나 곡선에서 멈추시면 삐뚤삐뚤해지니까 조심하시구요.
수전증이 있으신 분들은 이번 인생은 리셋하시고 다음 인생을 기약하시거나 수전증 없는 주변 사람에게 시키시면 됩니다.
시킨 사람이 망쳐버릴 경우 전력을 다해 욕해주시는 것 잊지 마시구요.
사진에서 보면 아시겠지만 스티커를 제거하지 않은 채 그대로 그리기 시작했었는데요,
그건 '모든 작업을 완료한 후 스티커만 떼어내면 그 모양대로 예쁘게 남겠지.' 라는 착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약 30분 후 시발시발거리면서 다 떼냈습니다. -_-;
# 5. 대강 지저분한 부분이나 여백을 정리합니다.
성격이상인지 몰라도 여백의 미를 남겨두지 못하는 습성 때문에
시커멓게도 칠하고, 사선도 그려대고 하면서 마무리 했습니다.
# 6. 투명락카를 칠합니다.
최소 30cm 이상의 거리에서 헬멧 전체에 살짝 입혀질 정도만 뿌려준 후 마르고 나면 반복합니다.
세네번 이상은 해주셔야 할 겁니다.
프라모델 전용이라든가, 기타 어쩌고 저쩌고 하는 비싼 락카처럼 표면이 매끈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저렇게만 해주시면 흘러내린다거나 하지도 않고 비교적 괜찮게 칠해집니다.
매직이 락카 성분에 녹아서 흘러내리기도 하니까 처음에 두껍게 칠하시려 하시면 안됩니다.
전 약간 실패했어요......흑.
아참, 락카칠 하시기 전에 색연필 자국 다 지우시구요.
# 7. (가장 중요한 과정. ★★★★★) 주변인들에게 칭찬을 강요합니다.
사진을 찍은 후 주변인들에게 보여주면서 "잘했지? 이쁘지?"를 연발합니다.
"으...응.-_-;;" 하고 인정해주는 사람들에게는 최대한 우쭐대면서
'나중에 스키장에서 써도 되겠구나.' 하는 자기 세뇌를 합니다. 실컷 낙서한 헬멧 버릴 수는 없으니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게 뭐야. 지저분해." 혹은 "뇌 같애. 지워버려." 하는 사람에게는 살짝 상처입은 후
조심스레 메신저 차단-삭제, 혹은 전화번호부 삭제를 누르세요.
# 8. 스키장에서.
하나 뿐인 자기의 헬멧을 가졌으니 뭔가 포스 있는 놈인척 라이딩하고 다닙니다.
만의 하나 다른 사람들이 "어? 헬멧 특이하네요. 좀 볼께요." 하고 다가오면
"때묻어요. 와하하하 저리 비켜." 하며 빛의 속도로 도망칩니다.
가까이서는 군데군데 지저분한 곳이 보이기 때문이니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가끔 부러움의 감탄사....
"우하하하 뭐야 저 거지같은 헬멧은!!"
.....를 내뱉는 사람들에게는 손을 들어서 화답하시면 됩니다. 고수인 척 원에리 한번쯤 쳐주시는거 잊지 말구요.
이상, 허접 헬멧 매직펜 튜닝기였습니다.
올 겨울 성우에서 뵙겠습니다. 다들 좋은 하루 되세요 ^_^
PS) 이런저런 재료가 많이 들어간다거나, 며칠씩 걸린다거나 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간단'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비난이 넘쳐나는군요. 어흐흑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