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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폭우로 하천이 범람하고 주택가가 물에 잠기는 등 홍수 피해가 막대한 미국 텍사스주에서 한 남성이 ‘튜브 댐’으로 집 침수를 막아 화제다. 댐 만드는 데 수천달러가 들었지만, 집이 물에 잠겼다면 수리비가 더 들었을 거라며 활짝 웃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 브라조리 카운티 로샤론 자치구에 사는 랜디 바그너는 연이은 폭우로 홍수가 예상되니 다른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는 통보를 최근 받았다.
랜디는 비 때문에 집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는 집을 떠나야 할 가족들이 슬퍼하는 것도 보기 싫었다. 침수될 집 걱정에 낯빛이 어두울 가족들을 보고 싶지 않았다.
랜디는 홍수로부터 집을 지켜야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터넷을 뒤진 그는 루이지애나주에 대형 튜브를 파는 곳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 길로 차를 달린 랜디는 폴리프로필렌 재질 커버에 방수포가 내장된 특수 튜브를 사들였다.
집에 도착한 랜디는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길이 400피트(약 122m) 튜브를 집 주위에 두르고 두 친구의 도움을 받아 물을 채웠다. 다만, 물을 어떤 방법으로 채웠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물이 가득 차니 튜브는 금세 부풀었다. 최대 지름은 30인치(약 76cm)에 달했다. 물이 무게 중심을 잡으니 성인이 발로 차도 튜브가 움직일 리 없었다. 랜디는 완벽한 방어벽을 구축했다.
튜브 댐 만들 당시 랜디는 수많은 이의 비웃음을 샀다. 소용없는 짓을 왜 하냐는 조롱이 그의 귀를 때렸다.
상상도 가지 않고,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지만 랜디는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자기를 비웃는 이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하늘도 랜디의 마음을 안 듯 이웃집이 물에 잠긴 것과는 달리 그의 집은 아무 이상 없었다. 당시 마을에는 높이 60cm까지 물이 찼다.
랜디의 가족이 튜브 댐 안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이 마을 주민들은 모두 피해야 했다.
랜디는 현지 매체에 “거의 미친 사람 취급당했다”며 “모두가 날 비웃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그들은 이제 날 다른 사람으로 생각한다”며 “주민들은 ‘튜브 댐’에 감동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랜디가 튜브 댐을 구축하는 데 들어간 돈은 약 8300달러(약 973만원). 그는 “집이 홍수에 잠겼다면 복구비용은 적어도 15만달러(약 1억7600만원)나 됐다”며 “투자를 한 셈”이라고 활짝 웃었다. 이어 “나중에 위기가 닥친다면 텍사스 당국도 나 같은 방법을 쓰는 게 어떠냐”고 한껏 여유를 부렸다.
김동환 기자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