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헝그리보더닷컴 이용안내] |
안녕하세요.
열심히 먹은 죄로 열심히 굶주리고 있는 뻬뻬뽀입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마는, 개인적으로는 "음식을 조리해 먹는다"라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특성을 여러모로 나타내는 큰 특성이 아닌가 합니다. 인간의 유희적, 공작적, 사유적, 문화적 특성이 모두 녹아있는 것이 바로 "요리"죠.
제가 많이 해먹어서 돼지가 됐다는 변명은 이쯤 해 두고,
많은 식자재 중에서도 이런 인간의 예지가 가장 오래, 깊게 새겨진 것이 바로 육식입니다.
농경사회를 구성하고 정착하기 이전, 인간은 수렵과 채집을 병행했다는 것은 익히 알고 계시는 부분이겠고, 따지고 보면 섭식에서육식의 비중 이야말로 영장류와 현생인류가 갈라서는데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어떻게 하면 고기를 더 맛있게 만드느냐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굳이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은, 금 주말에 있을 중요한 손님을 치르기 위한 메뉴를 생각하다가, 일정 사이즈와 두께 이상의 고기를 어떻게 조리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정리된 김에, 다들 고기를 조리하는데 있어 중요한 점을 아시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고기를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가장먼저 콜라겐을 이해해야 합니다.
네, 족발에 많이 들어있는 그거 맞습니다.
보통 피부에 많이 존재한다고 하는 단백질 고분자 화합물인 콜라겐은, 사실 피부 뿐만이 아니라 동물의 체내 전체에 아주 다량 분포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콜라겐이 조직을 이어주는 접착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살코기를 조리하는데 왜 콜라겐을 이해해야 하는고 하니, 활동량이 많은 근육부위일수록 근육량이 많아지고, 더불어 근육조직을 이어주는 콜라겐이 다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쇠고기로 설명하자면, 소위 말하는 장정육, 즉 목살, 어깨살을 포함한 양지머리 윗 부위까지가 바로 이런 부위라 할 수 있습니다.
마트에서 척 아이 롤 스테이크(Chuck eye role)이라는 부위를 사서 조리해 보신 분이 계시겠지만, 이 chuck 이라는 단어가 바로 장정육을 말합니다. 이 부위는 운동량이 많은, 즉 근육이 많은 부위이기 때문에, 스테이크라는 단어에 속아 바로 불 위에서 혼내 줄 생각을 한다면, 역으로 인간이 혼쭐이 나게 됩니다. 콜라겐 많은 부위를 아무 생각없이 단기간에 조리하면 진짜 질기거든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연육(tenderizing)의 기본은 이 콜라겐을 분해하는 데에 있습니다. 콜라겐은 분해되면 젤라틴이 되죠.
많이 아시겠지만, 시중에서 유통되는 젤라틴의 대부분은 돼지껍질로 만듭니다. 콜라겐 덩어리인 돼지껍질을 녹여서 만드는 것이 바로 젤라틴인데, 젤라틴이 되면 상당히 부드러워 집니다. 돼지껍질과 젤라틴 덩어리의 사이, 그 어딘가에 바로 연육의 묘가 있는 것입니다.
연육작용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분들이 이것들 중에 한 두 가지는 알고 계실거에요. 생활의 지혜로서, 다들 알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죠.
그럼 한가지씩 볼까요.
1. 물리적 연육 - 두드리거나, 찌르기
돈까스나 육전을 만들 떄, 고기망치로 두드리는 것 많이 보셨을 겁니다. 두드리거나 바늘로 촘촘히 찔러줌으로서 조직 자체의 응집력을 떨어트리는 방법입니다.
2. 열을 오래 가하기
보통 오래 삶기로 대표되는 조리법입니다. 우리나라의 탕류, 찜류, 그리고 서양의 스튜등이 여기에 포함되고요.
3. 효소를 사용하기
효소를 사용하는 방법도 익히 아시고 계실겁니다. 파파야의 파파인, 파인애플의 브로멜라인, 키위의 악티니딘등이 바로 그 효소인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연육작용을 잘 하기로 유명한 과일들입니다. 이 과일들이 연육에 효과적인 이유가 바로 저 효소들 때문이고, 육류 조리가 발달되어 있는 서양 같은 경우에는 이런 효소만 분리하여 판매하기도 합니다.
파인애플 많이 먹으면 입이 허는 경험을 하신 분들이 있으실 텐데, 그 이유가 바로 파인애플에 브로멜라인의 함유량이 굉장히 높기 때문입니다. 소화를 돕는 이유도 저 효소 때문이죠.
4. 산(acid)를 사용하기
사실 콜라겐을 젤라틴으로 분해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산성용액을 넣고 열을 가하는 방법입니다. 시중에 만드는 젤라틴 제작에도 이 방법이 사용되고 있으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 밖에 없죠.
산성 식재료는 굉장히 많습니다. 식초, 술, 레몬즙, 요거트 등등. 그래서 서양에서 고기를 마리네이드를 할 때는 꼭 사용되는 것이 바로 산성 식재료입니다.
5. 염장(brining)
단백질 분해에 효과적인 것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소금입니다. 젓갈을 드셔보시면 아시겠지만, 생물 재료랑은 상당히 다른 맛이 나죠. 이는 발효에 의한 것도 있습니다만,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여러가지 아미노산으로 녹아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6. 드라이에이징
요즘 아주 핫한 드라이에이징이 되겠습니다. 약 0~2도 사이에서 숙성을 하는 것인데, 육류 자체의 수분을 날리면서 맛을 응축시키고, 쇠고기 자체의 효소로 조직을 부수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 방식은 준비과정도 까다롭고, 기본적으로 큰 덩어리로 해야 하기 때문에 가정에서는 거의 불가능하죠.
자, 이정도가 연육을 위한 처리가 되겠습니다.
위에 설명한 처리를 자신이 조리할 음식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육류 조리의 기본이 되겠습니다.
사실, 보통 많이들 드시는 등심, 안심, 갈비 등의 부위는 이런 연육공정이 별로 필요가 없습니다. 운동량이 적은 부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콜라겐이 적고, 지방이 많아 그냥 익혀도 충분히 부드럽기 때문입니다.
연육이 필요한 부위는 아까 말씀드린 장정육, 양지, 사태 등의 지방이 적고 근밀도가 높은 곳이거든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미 우리 식생활에는 일상적으로 연육처리가 들어가 있습니다. 김치의 산과 열이 동시에 가해지는 김치찜, 효소가 들어가있는 과일과 열을 가하는 갈비찜, 오래오래 끓여서 내는 갈비탕과 도가니탕 등, 이미 다들 알고 계시는 음식이에요.
하지만 기름기 적은 부위를 "일정 두께 이상으로", "그냥 구워내는" 조리를 하기 위해서는 연육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바로 스테이크죠.
개인적인 선호입니다만,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산(acid)를 사용하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효소를 구해서 사용하는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만, 가끔 이 효소는 너무 강력해서 고기를 곤죽을 만들어놓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산(acid)를 사용하여 마리네이드 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마리네이드의 기본은 총 4가지입니다. 바로 베이스, 산(acid), 설탕, 조미료입니다.
베이스는 육류 전체에 조미료와 산, 설탕이 고루 발릴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가장 선호되는 것이 바로 오일류입니다. 산(acid)는 먼저 말씀드린 바와 같이 콜라겐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고요, 설탕은 차후 구웠을 때 카라멜라이즈드 되면서 고기의 외관을 아름답게, 또 바삭하게 해 주죠. 조미료야 뭐 다들 아시겠고요.
위 방법을 이용한 조리를 하나 해 보겠습니다.
메뉴는 부채살을 이용한 샤슬릭입니다.
부채살은 영어로는 top blade, 혹은 flat iron 이라 불리는 부위입니다. 어깨살의 가장 아래쪽, 양지머리 위쪽에 위치하죠. 사실 많이들 보셨을겁니다. 구이용으로도 많이 쓰니까요.
부채살은 숄더 컷 중에서도 가장 부드러운 편이라, 적당한 두께라면 그냥 굽는것도 충분히 가능한 부위입니다만, 저는 두껍게 큐브형으로 조리할 예정이라 텐더라이징 하겠습니다.
재료 소개입니다.
짜투리 부채살, 레몬 1개, 발사믹, 올리브유, 로즈마리, 바질, 마늘, 월계수잎, 소금, 설탕 입니다.
사실 훈제 파프리카 파우더를 넣을까 고민하다가, 넣으면 샤슬릭이 아니라 쉬쉬케밥이 되어버릴 것 같은 느낌에 뺐고요.
허브는 사실 뭘 쓰셔도 괜찮습니다. 오레가노와 타임 조합도 좋고요. 하지만 육류요리에는 로즈마리나 오레가노중에 한 가지는 쓰는게 결과물이 좋으실 겁니다.
산으로 선택한 레몬과 발사믹 대신에, 와인, 사과식초 등 생각나는 산성액체는 뭐든 쓰셔도 좋습니다.
설탕도 마찬가지로 꿀이나 물엿을 쓰셔도 되겠죠.
고기를 포크로 촘촘히 찔러줍니다.
사실 저렇게 찌르면 육즙이 다 빠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실 수 있는데, 어차피 찔린 부위가 익으면서 육즙이 가두어지기 때문에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찔러보시면 아실텐데, 고기라는게 상당히 질깁니다. 마구 찔러주고 나면 한결 부드러워진 것을 느낄 수 있죠.
마리네이드 재료를 적절히 섞은 곳에 고기를 넣고 굴려주고
지퍼백에 넣어 냉장합니다.
마리네이드 시간은 최저 3시간에서 최고 24시간. 24시간이 너머가면 역효과가 나니 잊지말고 꼭 시간 안에 드셔야 됩니다.
이걸 어제 밤에 준비해놨으니, 오늘 저녁에는 샤슬릭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오우 그냥 냉동했다가 해동해서 구워먹는 저같은 미개인과는 다른 고차원적인 처리!
ㅊㅊㅊ.. 점심시간에 스떼끼 먹으러 가고싶어집니다.
그냥 생각 않고 먹던건데
연육이라는 시점에서 보니까 재밌고
오늘 저녁은 수육을 먹겠습니다 ㄷ ㄷ ㄷ ㄷ
요린 자신이 없어서 ㄷ ㄷ 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