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헝그리보더닷컴 이용안내] |
개인적으로 서울 내 음식점 중에서 가장 추억이 많은 곳이라고 하면
인사동의 사동면옥입니다.
사실 그렇게 대단한 집은 아니에요.
서울 시내 쟁쟁한 냉면집들하고 비빌만한 곳은 아니고, 인테리어는 조악하고.. 아니 조악하다기보다는 기괴합니다. ㅋㅋ..
하지만 학생시절부터 서로에게 제일 친한 친구였던 지금 마누라와 가장 많이 다닌 곳입니다.
일단 둘 다 학교에서 가깝고, 걸어다니면서 윈도우쇼핑만 해도 즐거운 인사동에 있으니까요.
한겨울에 추운 길거리를 둘이서 하염없이 걸어다니다가, 언제나 마무리는 이 곳의 만두국 한 그릇이었습니다.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만두국 한 그릇에 50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여기에 공기밥 하나 추가하면 한창 먹을 나이인 스무살도 만족할만한 양이 나오죠.
이게 벌써 12년 전이네요.
만두국이 특이하다면 특이합니다.
만두는 이북식 만두인데, 사이즈가 만만치 않습니다.
일반 평양식 만두보다 더 크지만, 피는 그렇게까지 두껍지는 않고요.
특이한점은 육수가 사골육수가 아닌 양지/사태육수라는 겁니다. 만두는 따로 쪄 낸 다음에 육수를 붓고 고명을 올려서 나오죠.
사골육수가 아니라 맑은 국물은 밥 말아먹기에 오히려 더 좋습니다. 갈비탕 느낌 나요 ㅋㅋㅋㅋ..
뭐 그런데 맛이 변했습니다.
만두는 좀 더 작아지고 간이 세졌고요, 고명은 좀더 단촐해지고, 예전에도 그렇게 뜨겁지는 않았던 국물이 이젠 좀 미지근하기까지 합니다.
벌써 12년 전이잖아요. 바뀌려면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시간이 지났으니...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아니면 제가 입맛이 변했을 수도 있겠네요. 예전에 맛있었던 음식이 나이들고보면 그냥 그런 경험은 드문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만두 빚고, 육수내서, 만둣국을 해 보려고 합니다. 예전에 먹었던 맛이 날지는 모르곘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그 맛은 예전 기억속에 남겨두면 되는 거겠지요.
만두에 고추장 참기름 넣고 밥 비벼 먹어도 맛있던데요
사진은 정갈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