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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9개월의 기다림 끝에 16-17시즌이 왔다.
대전사는 애둘 딸린 아빠로서 이 겨울을 위해 여름동안 얼마나 많은 마일리지는 마눌님께 쌓았는지
그동안 적립한 마일리지 점수를 곰곰히 계산해 본다..
아..이정도 점수면 2주 1보딩이 가능하겠다 생각해 조심스레 무주 오픈전 얘기를 꺼내어 본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다..분위기를 보아하니 3주 1보딩이나 가능할까 싶다.
12월 초 오픈 개장빵은 남의나라 먼 얘기다. 물론 시즌권도 끊지 못했지만
어차피 반키힐 개떡 설질의 슬로프를 타느니, 설질 좋을 때 맘껏 스피드를 즐기자고 스스로 위안을 해본다.
12월 중순이 되었다..이제 슬슬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한다.
휘팍, 용평의 웹캠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것도... 이젠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마눌님한테 말한다..1박 2일 회사 워크숍이 잡혔다고...근데 그게 우연찮게 금-토 무주로....
간김에 저녁 식사 후 2시간이라도 보드를 타겠노라고 장비를 가져가겠다고 말한다.
물론 구라다...회사에는 금요일 몰래 연차를 내놓은 상태다..
마눌님께 윤허 받았다. 마지못해 허락해 주는 눈치다.
관광보딩하는 친구 놈을 꼬셔 무주리조트 국민호텔 제일 싼 4만원짜리 방을 잡고 1박으로 자유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보딩을 위해 몇해전 새로 구입한 나의 올랑도도 나의 마음을 아는지 엑셀을 밟는 순간...평소보더 훨씬 더 잘나가는 느낌이다.
맘같아서는 강원도 휘팍, 하이원, 용평으로 떠나고 싶지만..
이동시간을 계산해보니 그 시간이면 리프트 10번을 더 탈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와 슬로프 3개짜리 초라한 무주로 정했다.
무주를 도착하자 저 멀리 크고 아름다운 하얀 슬로프가 보이기 시작한다.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하며 요동을 친다.
오후 - 야간을 타겠노라 생각하며 12시 30분 오후 땡보딩을 시작한다.
올 시즌 첫 보딩이라 몸이 마음처럼 따라 주지 않는다. 카빙은 이미 저멀리...허벅지가 땡기기 시작한다.
그래도 즐겁다. 제설기에 후려맞는 얼음가루 따귀마져 쾌감으로 느껴진다.
휴식은 리프트위에서도 충분하다..전투보딩을 시작한지 2시간 남짓
같이 온 관광보더 놈이 힘들단다. 자기는 다리가 아파서 못타겠다며...
과감히 버린다. 어차피 같이 다니면 짐이 될 뿐이다.
알차게 4시 29분행 크루져를 올라타며, 아무도 없는 마지막 레이더스 하단, 루키힐을 신나는 오징어 폼으로 내려온다.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 관광보더놈이 자기는 야간 보딩은 무리란다.
그렇다고 방에 혼자 버려두기에는 일말의 양심이 가슴을 후려판다.
이렇게 된거 소주나 먹자고 6시부터 시작된 술자리가 방으로 11시까지 이어진다.
갑자기 보드가 다시 땡기기 시작한다.
내일은 토요일... 새벽 타임이 열리지 않는가!
새벽 5시 30분에 알람을 맞추고 급하게 취침에 든다.
알람이 울리자 반사적으로 눈이 떠진다.
퉁퉁부은 얼굴따윈 고글이 가려주겠지 생각하며, 양치만 하고 바로 슬로프로 향한다.
역시 무주는 새벽타임이다. 무주답지 않는 설질을 보여주는 유일하게 허락된 이 마약같은 이 시간
사람도 없고 맘껏 비클을 가른다.
루키힐 느려터진 요트 리프트 탓인지 겨우 6번도 채 타지 않았는데 새벽 타임이 종료된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어젯밤 숙취로 뻗어있는 관광보더가 있는 방으로 돌아온다.
대전까지 복귀 데드라인은 11시
시속 140킬로로 힘차게 복귀하며, 다음에는 어떤 핑계를 대고 자유의 여행을 떠날까 고민해 본다.
남들이 다 떠나는 일본 원정은 나에게 아련한 꿈과 같은 존재다.
아 읽으면서 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는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