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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에 미친지 정확히 27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제 나이가 51살이니 그 당시가 24살이네요.


용평에서의 89/90 시즌... 누군가의 소개로 코오롱 스키스쿨에서 사진 알바를 했습니다. 그때만해도 스키가 워낙 비싼 운동인지라...

저 같은 가난한 학생들은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였지요. 그 당시 강습비가 30만원 즈음... 지금과 비슷하다고요? 액수는 그렇지만 27년 전의 30만원이면 지금의???


처음 타보는 스키와 낮선 스키장의 풍경들. 심심찮게 보이는 낯익은 연예인들. 그리고 눈이 땡그래지는 엄청나게 비싼 물가... 등등

그렇지만 스키스쿨의 관계자들과 강사님들의 친분 덕분에 매일 밤 나이트클럽에서 양주 마시며 놀던 기억.


어느날, 사진을 다 찍고 숙소로 돌아오니 로비에 웬 널빤지 같은것이 하나 있더라고요.

그날 숙소에서 관계자들과 강사님들 그리고 저는 역시 술을 마셨습니다.

스키 강사 한 분이 그 널빤지를 가져와서 이리저리 둘러보며 추측성 발언을 하시니 다른 강사님들도 역시 추측성 발언을 하셨습니다.

그 널빤지가 Crazy Banana 데크였습니다. 바인딩은 스키부츠에 바로 붙일수있는 지금의 알파인 보드의 바인딩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상당히 원시적이었습니다. 테크의 앞쪽은 약간 뽀족한... 뒷쪽은 라운드에서 툭 잘려나간듯한 모습. 대한민국에 스노우보드를 알리기 위해서 크래이지 바나나 데크를 협찬했던 겁니다.


다음날부터 일정량의 사진을 다 찍고나면 제가 가지고 나가서 일단 올라 탔습니다. 무쟈게 넘어졌지만 그래도 열심히 씩씩하게 탔습니다. 저녁이되면 다시 강사님들이 모여서 낮에 제가 타는 모습을 보고 보드를 어케 타야하는지 서로 의견을 나눠가며 이론을 공부했습니다. 원리는 스키와 비슷할것이다. 이렇게 타라 저렇게 타라... 등등.


제가 그렇게 많이 깨져가면서도 굳이 낯선 보드를 탔던 이유는 용평 스키장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제게 꼽힌다는 겁니다. 리프트를 타면 사람들이 말도 잘 걸어주고 보드에 대해서 묻기도 하고... 그렇게 한달 정도를 탔지만 여전히 실력이 늘지 않더라고요. 단지 넘어지지만 않는다 뿐. 왜냐면 지금처럼 잘타는 사람들이 있어야 보고 배우는데 그땐 저 말고 보드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어느날 30대 후반 정도의 남자분이 보드를 가지고 용평에 나타났습니다. 드디어 동지가 생긴거지요. 참 다행히도 그 분 역시 완전 초짜... 두 사람이 온 슬로프의 눈을 다 쓸고 다닐 무렵... 웬 중 고등학생 3명이 보드를 가지고 나타났는데... 헐... 완전히 날아 다닙니다. 그저 웬만큼 타는 사람들이어야 눈으로 배우기를 할텐데... 점프하고 트릭하고 카빙하고 상당한 속도에도 무리없이 트릭하는 학생들... 계속 눈치만 보다가 말을 걸었지요. 아~~ 근데 이 녀석들이 제 말을 전혀 몬알아 듣네요. 교포 2세들이었습니다. 휴우~~~


그렇게 보드에 중독이 되어서 지금도 보드를 타고 있습니다. 아들까지 중독시켜서리... 참, 제 보드 경력이 27년이라고 해서 잘타는 수준은 아닙니다. 한시즌 2~3번... 그러다 꽂히는 시즌은 열댓번 가는 정도요. 나이가 들면 겁도 많아져서 무리한 동작을 못하게 됩니다. 젊은시절 겁없이 하프파이프에 들어갔다가 목이 꺾여서 죽을 뻔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젊은 친구들 따라서 점프하다가 허리로 떨어져서 병원 신세지고요...    


그때 용평의 강사님들은 지금 뭐하고 계실런지?


그 당시 용평스키장의 어씨성을 가진 어이사님이란 분도 있었고요. XX 대통령이 백담사에 갔다고 뉴스가 나왔는데 사실은 실버 슬로프 막고 거기서  바베큐 파티 하셨습니다. 오승X 강사님하고 젤 친했었는데...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재학생이시던... 생각을 더듬어보니 27년 전인데도 기억이 또렸하네요.  생각할수록 보고싶은 얼굴들이 많네요.


지금도 보고싶은 아멋랏 시리상갓츠 (태국여인, 부산외국어대학교 교환교수). 태어나서 실제로 눈을 처음 봤다는 예쁜 태국 여인. 코오롱 스키강사님들이 총동원하여 가리키고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코오롱 스키스쿨에 오시는 분들에게 교육용으로 쓰려고요.


이상 주절주절이었습니다.

엮인글 :

폭풍세수

2017.03.13 23:57:39
*.200.6.147

백담사면 전두환인데 정말 바베큐 파티 했나요?? 백담사랑 용평이랑 생각 보다 상당미 멀텐데요... 


지금도 백담사 갈려면 첩첩산중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거기다 겨울에 눈오면 차도 못 다님.. 


마을까지 걸어서 2시간 걸리던 (7km)


근데 89/90년 당시 전두환을 용평에서 본건가요?? 그당시 스마트폰이 없는게 아쉽군요. 

jay_790453

2017.03.14 00:11:15
*.34.9.197

아무도 접근 못하게 차단하였습니다. 아마도 주말이었던것 같은데 갑자기 이유없이 실버를 막더군요.

나중에 관계자들에게 들은 얘기가... 그분이 바베큐 파티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땐 삐삐도 없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핸드폰은 있었어요.



jay_790453

2017.03.14 00:13:10
*.34.9.197

91/92 시즌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죄송...

잉재

2017.03.14 00:30:22
*.224.187.161

우와 대단하시네요 89/90시즌 앞으로도 안보하셔요!

아루쎈

2017.03.14 01:04:36
*.46.41.11

선배님 안보 하셔요..

디지를향해시원연우맘

2017.03.14 01:11:14
*.152.95.40

수중에 27만원밖에 없다던 전대갈이 백담사서 중옷입고 뉴스에 쇼 보여준 후에 일반인들 접근 못하게 슬로프를 막아놓고 바베큐파티..
아직도 떵떵거리고 잘먹고 잘사니까
박근혜보기엔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데 하며 억울할만도 하겠네요.

신기한 그때 그시절 스키장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자유게시판

2017.03.14 05:52:57
*.7.70.35

ㅋㅋㅋ 반대 입니다. 전두환이 "왜 나만 가지고 그래" 라는 선임자 해먹은 거에 비하면 자기는 양반인데 왜 자기만 욕 먹는 냐 라는 뜻

디지를향해시원연우맘

2017.03.14 08:40:32
*.152.95.40

반대? 일맥상통 아닌가요 ㅋ
박사모들이며 .. 다들 그런 생각이죠
예전에 다른놈들은 더했다.
전두환 보기에 박정희는 더했고
박근혜 보기에 전두환 노태우는 더했고.
최순실이가 빨대꽂은 거 보면 진짜 구차스런 수준..

까꿍띠에

2017.03.14 03:35:05
*.116.0.44

그때는 진부령 알프스 스키장도 디게 좋았었는데....

자유게시판

2017.03.14 05:51:36
*.7.70.35

어재식 오승준? 이름 맞추기 게임

jay_790453

2017.03.14 20:03:26
*.34.9.250

헐~~ ㅋㅋ

워니1,2호아빠

2017.03.14 06:51:15
*.70.59.181

우리나라 스노보드의 조상님 이시네요
안보하시고 오래오래 타세요
저도 60넘어서 까지 타는게
목표입니다 ㅎ

가자나

2017.03.14 07:26:07
*.62.169.106

아직도 스키장을 다니신다는 말씀이 최고 입니다.^^저도 더욱더 열심히 타야겠습니다.

*욱이*~~v*

2017.03.14 07:31:46
*.223.10.72

이제 20년탓는대 아직 갈길이 머내요 ㅎㅎ
건강하세요

guycool

2017.03.14 07:34:12
*.226.128.193

정확하진 않지만 96년 부터 울나라에 스노우보드가 보이기 시작한 것 같은데요.... 상당히 이른시기네요..

SQUADPRIME

2017.03.14 08:29:15
*.146.32.233

우와 또 해주세요~


어릴적 할아버지한테 듣는 옛날 이야기 같아요....

ckk

2017.03.14 10:03:28
*.10.157.253

정말 희귀한 이야기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헝글에 있다보니 조상님 되시는 분의 글도 볼수 있어서 좋네요..

건강 유의하시고, 항상 안보 하시길 바랍니다.

함박눈6630

2017.03.14 10:03:39
*.241.213.125

저도 97/98에 보드를 처움 접했지요..벌써 나이가 50이 훌쩍 넘었네요  ㅠ.ㅠ

경력이 저보다 훨씬 선배 시네요..^^;

30대 늦은 나이에 접하다보니, 마일리지만 싸였지 실력이 늘지를 않아

요즘은 잔차질에 더 매진을 하지요..

글 읽다 보니 많은 생각이 나네요..

항상 안보, 즐보하세요.  나이먹어 부상은 잘 아물지도 않습니다 ㅠ.ㅠ

 

AZZURRA

2017.03.14 16:46:51
*.62.212.113

보드계 대선배님 이시네요

89/90 시즌이면 제가 그해겨울 논산훈련소에서 뒹굴때군요 ㅎ ㅎ

세파란

2017.03.15 16:12:22
*.235.129.111

저도 40대중반에 접어서 나이 많다 생각했는데....


형님들이 많이 계시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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