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계 최악의 도시 3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행안내서 출판사로 꼽히는 론리 플래닛은 지난해 10월 네티즌과 여행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세계 최악의 도시 9곳을 선정하면서 서울을 3위로 꼽았다. 이 사이트는 서울에 대해 “무질서하게 뻗은 도로, 옛 소련 스타일의 콘크리트 아파트, 끔찍한 대기오염, 영혼도 마음도 없는 지겨운 단조로움이 사람들을 알코올중독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 사실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서울시는 6일 “2009년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들을 조사한 결과 84.6%가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론리 플래닛의 보도는 흥미와 논쟁을 일으키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보여 이에 대해 공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과 관련된 각종 사실과 통계들은 서울시보다는 론리 플래닛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2009년 서울의 인구밀도는 1㎢당 1만6700명으로 30개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도시 가운데 1위였고, 인구가 500만명 이상인 도시 43곳 가운데서도 7위였다. 전체 국토의 11%에 불과한 서울 등 수도권의 인구 비율은 2009년 49%에 이르렀으며, 2011년에는 5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아파트 가격도 2009년 기준으로 3.3㎡당 1842만원으로 전국 6대 광역시의 3~5배에 이르렀다.

이런 과밀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한 해 10조원을 넘는다. 한국교통연구원의 교통혼잡비용 자료를 보면, 2007년 서울의 교통혼잡 비용은 7조1037억원에 달했다. 대기오염 배출량도 엄청나다. 환경부의 지역별 대기오염 배출량 통계를 보면, 2008년 한 해 동안 서울의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15만9770톤에 달해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82만9937톤)의 19.3%를 차지했다. 이런 과밀과 그로 인한 교통혼잡과 환경오염은 서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풍경은 더욱 처참하다. 아파트의 비율이 50%를 넘어선 서울은 어디를 가든 회색의 단조로운 아파트로 가득 차 있고, 시내에는 정체된 자동차들이 매연을 내뿜으며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다. 500년 이상 된 오랜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풍경은 궁궐을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전문가들도 서울시가 결코 건강한 도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홍성태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회색 콘크리트 아파트·수많은 자동차·번쩍이는 간판으로 대변되는 서울시에 대해 론리 플래닛이 정확한 지적을 했다”며 “개발과 투기라는 두 바퀴로 돌아가고 있는 서울시는 반성하고 장기적인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는 “론리 플래닛의 결과를 보고 세종시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며 “서울의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평가 기구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김경욱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