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58위·한국체대)이 메이저대회 4강에서 '꿈의 대결'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심경을 밝혔다. 

26일 열린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의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준결승에서 발바닥 부상으로 기권한 정현은 경기후 인스타그램에 "오늘 저녁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정현은 "경기를 포기하기 전, 많은 생각을 했다"며 "많은 팬분들 앞에서, 훌륭한 선수 앞에서 내가 100%를 보여주지 못하는 건 선수로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힘든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정현은 메이저대회 통산 20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페더러에게도 "며칠 뒤에 있을 결승전에서 로저 페더러 선수에게 행운이 있기를!"이라고 남겼다. 

이와 함께 정현은 물집 잡힌 오른발바닥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정현의 오른발바닥은 물집이 터지고 패여 속살이 드러나 있다. 

정현은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와 맞붙었던 16강전부터 발바닥 물집으로 인해 진통제를 맞고 경기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통제 투혼과 강인한 정신력으로 16강전과 8강전에서 승리를 따냈지만, 꿈의 대결이었던 페더라와의 경기에서는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부상이 악화했고, 결국 기권을 택했다.

정현은 4강전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미 경기 전에 오른쪽 물집이 심해 생살이 나올 상황이어서 더는 치료할 수 없었다"며 "왼쪽은 사정이 조금 나아 테이핑하고 출전했으나 경기를 하면서 왼발도 오른발 느낌이 날 정도로 부상이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정현은 이어 "많은 팬과 위대한 선수 앞에서 제대로 뛰지 못할 거라면 아쉽지만, 기권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고 호주오픈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기권하는 것이 "좋지는 않다"면서도 "경기의 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