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헝그리보더닷컴 이용안내] |
유서깊은 헝보에서 선배님들의 댓글들을 보면 많은 경험과 연륜이 느껴집니다. '보드 말고도 배워야 할 것들이 많구나.' 라고 느끼곤 합니다.
최근에는 헝보에 '해머데크 입문'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이는 미천한 실력의 저에게 '해머데크는 종착역'인가?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제 머리에 있는 생각들을 그냥저냥 끄적여봤습니다.
1. 순리
'보드 하면 무조건 해머야.'
눈이 덮혀있는 경사를 중력과 마찰력, 원심력을 이용해 내려오는 스포츠에서 해머덱이 최상의 조건을 갖추었다면(순리라면)
오히려 역사가 훨씬 긴 외국스키장은 이미 해머가 주류를 이루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해외 스키장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순리'라는 생각을 반증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연선택이란 특수한 환경 하에서 생존에 적합한 형질을 지닌 개체군이, 그 환경 하에서 생존에 부적합한 형질을 지닌 개체군에 비해 '생존'과 '번식'에서 이익을 본다는 이론이다. " - 위키백과 '자연선택설'
2. '그럴 수 밖에 없는' 기후
대한민국의 겨울 날씨와 설질이 '그럴 수 밖에 없는' 환경이기에 해머데크가 더 유리하다 판단되기에
선택 비율이 높을 수 있을 것 같아요.
3. '남들이 하니까'
박웅현은 [여덟단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너와 나는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객관적인 정보를 준다.
반면, 우리는 '너와 내가 생각하는 바가 비슷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미국이 인종 전시장이라는 말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세계에서 흔치 않은 단일민족국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공감이 가는 설명이다."
남들과 '다르면' 소외된다고 느끼는 단일민족이기에 '유행'에 여과없이 쉽게 스며드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남들이 하는데 나는 안 하면 '변종'이 되니까.
해머의 장점을 서치해서 많이 알게 되었고 저 또한 바꾸고싶은 유혹이 들긴 합니다만
예전에
'남들이 Yes하면 난 No!' 광고처럼(동원증권)
남들이 하니까 더 하기 싫은 마음도 드네요.
식후에 끄적거려 보았습니다.
카빙을 즐겨타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울나라는 카빙이 대세이지요... 말은 강설이라 그렇다고 하지만, 이유는 더 멋져보여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같은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궁극의 목적이 카빙이니, 잘 달릴 수 있는 말이 필요한거죠... 그게 유행이 되고, 많은 이들이 바라보는 이상향이 된것 같습니다.
요즘은 사람이 많이 줄어들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예전에 카빙에 한창 재미를 느끼고 있을 때 충돌로 인하여 프런트 플립을 경험한 후로는 트라우마라고 해야할까요? 어지간해서는 카빙보다는 슬턴, 롱턴보다는 숏턴을 타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긴 라인을 사용해야 하는 카빙이 사람도 많고 초,중,상급에 혼재되어 있는 우리나라 슬로프에 어울리는게 맞는가 싶을 때가 많습니다.
대체로 올림픽이나 큰 규모의 국제대회가 있는 정식 스포츠 종목의 경우에는 목표가 명확한 경우가 많습니다.
스코어 종목일수도 있고, 레이싱 종목일수도 있고, 뭐 하여간 대체로 스포츠의 영역은 목표가 명확하죠.
다만 스노보드는 그냥 스포츠의 영역에 있다고 보기엔 상당히 복합적인 문화라서 목표를 두고 하는 정목과 결이 좀 다릅니다.
스노보드라는 이름으로 개최되는 올림픽종목만 봐도 SL, GS, 보드크로스, 하프파이프, 빅에어 등의 종목이 있고,
그외에도 그라운드 트릭, 파크지빙, 스트릿지빙 등의 세분화된 장르가 있고, 대회도 따로 합니다.
어느 한 종목에서 종착역을 따지자면 따질 수 있겠지만, 스노보드라는 큰 카테고리에서 종착역은 말하기 어려운듯 하네요.
그리고 스노보드를 스포츠의 관점에서 보자면 해머덱만큼 애매한 데크도 없습니다.
그래도 간지나고 재미있으니까 잘팔리고 잘나가죠.
그런면에서 스노보드의 종착역은 간지와 재미일까요...
햄머헤드의 본디 목적은 카빙이 아닌 보더크로스용 레이싱 입니다. 1990년도 말에 유럽에서 개발이 되었죠.
그리고, 현재는 유럽형 햄머 = 레이싱.
일본형 햄머 =카빙
으로 구분되는데, 플렉스 구조나 쉐이프나 설계자인 제가 봐도 그러 추세로 가는 듯 합니다.
카빙은 스노보드의 근본적으로 필요한 스킬이고, 더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고수는 맞지만....
카빙만 끝판왕급으로 잘한다고 스노보드의 마스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반면, 프리스타일 스노보드를 끝판왕 급으로 날라다니며 탄다고 해도 스노보드의 마스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진짜 스노보더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개척해가며, 새로운 스킬을 연마하는 스노보드 입니다.
그것이 어떤 형태이던지요. 그리고 그것에서 스노보드의 궁극적인 목적인 다양한 즐거움을 깨우치게 됩니다.
하지만, 라떼는 이렇게 탔는데, 지금 보니 스노보드는 (단편적인) 이거다~!. 라고 단언 하는 사람들을
저는 고인물 이라고 부릅니다.
해머덱의 유행은 스노우보드 인구가 고령화 되어서 라고 생각합니다.
부상 위험이 있어(?)보이는 파크와 트릭쪽 인구가 상대적으로 줄은 것도 맞다고 보구요.
개인적으로 프리덱 해머덱 둘 다 타는데
폭설 올 때, 해머덱으로 카빙하면 드릅게 재미 없고
강설에 설질 좋을 때, 프리덱 타면 카빙이 아쉽습니다.
그래서 상황 맞게 번갈아 가며 즐기고 있네요.
이제 겨울이 오긴 오는가봐요 ㅎㅎ 스키장 생각도 나고 헝보에 글도 많이 올라오는걸 보니..
최리님 글들을 보면 보드를 굉장히 진지하게 대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이미 라이딩쪽에서 스킬업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해머데크가 종착지가 되어도 좋고 아니여도 상관 없을 것 같아요.
도전하는걸 좋아하시는 것 같구 열정도 있으신 것 같은데
해머로 라이딩도 해보시고 소프트한 데크로 트릭이나 지빙도 해보시고
약간 단단한 정캠버로 빅에어나 파이프에도 도전해보시면 어떨까요?
시즌 시작하면 항상 안보하시고 복잡한 심경 개장빵으로 다 날리셨으면 좋겠습니다~
더 강하고 퍼포먼스적인 카빙을 원하는 분들, 라이딩 스타일의 발전 과정에서 해머데크가 주목 받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장비 업체들도 이 기회에 이런 문화 지원을 통해 수익 창출을 하려고 하다보니 단가와 마진이 좋은 해머데크 위주로 밀었구요~
해머데크는 원래는 유럽에서 보드크로스용으로 개발했지만, 우리나라 설질과 라이딩 스타일상 카빙에도 충분한 어울리기에 유럽 및 일본에서도 주목하고 잇는 시장이 우리나라 이기도 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종착지로 보기엔 힘들고, 결국 카빙 기술이 더 진화되고 다양한 퍼포먼스(슬라이딩턴, 파크, 파우더 등)을 원하는 수요가 증가되면 해머에 대한 선호도는 어느정도 희석되고 좀더 뛰어난 라운드를 선호하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ㅎㅎ
라운드데크 -> 세미해머 -> 해머 -> 알파인 -> 라운드데크
전 처음으로 다시 돌아왔어요ㅎㅎㅎ
데크 끝판왕이라는 옥세스도 타보고 케슬러도 타보고 했지만 결론은 몸뚱이가 문제이며
이제는 자주 타지도 못하니까 편하게 즐기자는 마음으로요.
결국 종착역은 관광보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