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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헝그리보더 게시판이 한창 활발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시즌만 되면 글이 쏟아지고, 장비 고민 글에 댓글 수십 개씩 달리고
요즘은 오픈톡이 많이 활성화되어 그런지
예전 같은 게시판 감성은 많이 사라진 것 같네요
그래서 그냥 오랜만에 그 시절 생각도 나고 해서
처음 보드를 입문했던 이야기를 써보려 합니다.
거창한 기술 글도 아니고 잘 타는 사람의 성장기도 아닙니다.
그냥 20대 중반에
기억나는 대로 주저리주저리 써볼 생각이고
편하게 반말로 갈게요
혹시 그 시절 비슷한 기억 있는 사람 있으면
같이 초보시절 추억팔이 ㄱㄱ
[입문 - 버려진날]
14/15 시즌
그때 나는 20대 중반 체력은 있었지만 현실은 몰랐다.
친구 4명이랑 무주로 갔다 애들은 이미 여러번 타본 상태 “야 우리가 다 가르쳐줌 ㅋㅋ 걱정 ㄴㄴ”
이 말을 나는 왜 믿었을까?
렌탈샵에서 옷이랑 고글 고르는데 심장이 두근두근
거울 보면서 ‘와 나 좀 보더 같은데?’ 이미 프로 데뷔한 줄 착각함 리프트 처음 타는데 밑에 보이는 경사 보고
‘아... 생각보다 높네?’ 살짝 쫄았지만 티는 안 냄
정상 도착 바인딩 묶고 일어나는 법 배움 근데 이게 웬걸 한 방에 일어남
친구 A : “오? 야 얘 운동신경 있는데? 잘 일어나네?”
그 순간 나는 이미 국가대표 상상함 그리고 배운 게 낙엽
...여기서부터 지옥문 오픈 바인딩에 뒤로 기대라고 하는데
정강이가 왜이렇게 아픈지 진짜 욕이 자동으로 나왔다.
앞낙엽 몇 번 알려주더니 친구들 갑자기 사라짐
고개 들어보니 이미 저 멀리 점처럼 내려가고 있음 나만 슬로프 중간에 서있음
그때 알았다. 아... 유기됐구나 걸어서 내려가고 싶었음 진짜 진심으로
근데 밑에서 친구들이 시원하게 카빙 비슷한 걸 하고 있음
그거 보니까 괜히 오기 생김 '그래 나도 내려간다 ㅅㅂ’ 낙엽인지 지진인지 모를 움직임으로 쓸려 내려감
그날 슬로프 눈 절반은 내가 밀어 정리했을 듯
겨우겨우 도착 전화했더니? “어? 너 아직이야? 우리 지금 리프트 타고 올라가는 중인데?”
...와 이 패턴 2~3번 반복 근데 사람이라는 게 무서운 게 앞낙엽이 슬슬 감이 잡힘 친구들 또 한마디 던짐
“야 이제 좀 하는데?” 끝났다 자만심 풀충전 점심 먹고 오후 애들이 말함
“이제 상급 가보자 ㅋㅋ 경험해봐야지”
경사 보자마자 내 영혼이 먼저 내려감 근데 거기서 “자 이제 뒷낙엽 해봐”
슬로프를 등지라고? 뒤를 보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공포영화 1인칭 시점임
그냥 또 대충 설명해주고 친구들 사라짐 진짜 얘네는 교육 방식이 야생 적응형임
또 혼자 남겨짐 위에는 낭떠러지, 아래는 끝없는 경사 “여기서 구르면 뉴스 나오겠지?” 이 생각까지 감 근데 또 어떻게 어떻게 내려옴
내려오긴 내려왔는데 폼은 없고 자존심만 갈림
어찌저찌 앞뒤 낙엽을 배우고
그날 집에 와서 온몸에 근육통이 왔다.
앉을 때마다 욱신거리고 계단 내려갈 때마다 내가 왜 그랬나 싶더라
진짜로 생각했다 다신 안 탄다고.....
근데 이상하게
자꾸 그날이 떠올랐다 넘어졌던 순간 말고, 겨우겨우 내려오던 그 느낌
무섭긴 한데, 묘하게 짜릿했던 그 몇 초 조금만 더 타면
진짜 탈 수 있을 것 같은 그 애매한 감각 분명 몸은 박살났는데 오기는 더 붙었다.
“다음에 가면 더 잘 탈 수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안 빠지더라
그렇게 한주가 흘러가고
어느 날 학교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형 이번에 스키장 가는데 같이 가요”
그 문자를 보는 순간 내가 왜 그렇게 빨리 답장을 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다.
진짜로 보드에 빠져들기 시작한 게
다음에 계속..
운동신경 좋은데요? 첫날에 앞,뒤 낙엽을....
전. 첫날은 일어나는것도 2시간 넘겨서 일어났어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