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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 입시를 마치고 자유를 맞은 초보는 오늘도 방구석에서 뒹굴거리는 중이예요.
입시만 끝나면 여자친구도 생기고, 멋진차도 생기고, 맨날 폼나게 놀러다닐줄 알았어요.
그러나 현실은 여자도 없어요. 친구도 없어요. 약속도 없어요.
오늘도 방구석에서 뒹굴거리다가, TV를 보고 있던 초보가 한심해 보였는지 아버지가 갑작스런 제안을 해요.
"너 스키장 가볼래?"
초보의 아버지는 스키장의 셔틀버스 기사님이세요. 오늘 용평으로 출발하신대요.
스키장이라하면, 하얀 설원위에서 아리따운 미녀들과 함께 간지나게 눈을 가르며 내려오는 그곳을 말하는게 틀림없어요.
초보는 왠지 두근거리지만, 걱정이 되기 시작해요.
"난 스키 탈 줄 모르는데..."
"내가 알려줄께. 별로 안 어려워."
목욕탕에서 안뜨겁다, 유원지에 물 안 깊다, 주사맞을때 안아프다. 등등
일 평생을 속아왔던 아버지의 말이지만, 초보는 또한번 속고 말았어요. 무료한 초보는 룰루 랄라 신나게 옷을 갈아입고 아버지를 따라나서요.
셔틀을 타고 가는데, 무시무시한 장비를 짊어진 형, 누나들이 버스에 속속 올라타기 시작해요.
왠지 다들 스키도 잘타게 생기고, 무서워보여요. 초보는 애써 위축되지 않은 척하면서 스키어들을 곁눈질로 바라보아요.
그러나 속으로는 점점 걱정이 되고 있어요. TV에서 보던 설원을 가르는 모습과 자기모습이 겹쳐지지않아요.
그러나 시간은 흘러 스키장에 도착하고야 말았어요. 손님들을 내려주고, 아버지를 따라 샾으로 가요.
초보는 눈이 휘둥그래져요. 멋진 보드와 스키가 잔뜩 널려있어요.
초보는 아버지에게 살짝 자기도 스노우보드를 타고싶다고 하지만 아빠가 강력하게 반대해요. 넘어지면 엄청 아프대요.
이런 우라질레이션. 스키도 넘어지면 아플거같은데, 위험하다고 못타게하다니, 꼭 초등학생이 된것 같아요.
그러나 렌탈비를 아빠가 내기 때문에 초보는 묵묵히 스키복과 스키를 렌탈해요.
그런데 오 마이 갓.
샾돌이가 똥색 스키복을 꺼내고 있어요. 옷이 별로 안이쁘다고 하자, 초보때는 그런거 신경쓸 겨를 없을거래요.
왠지 장비도 내것만 우중충해요.
스키부츠를 신는데, 이건 사람이 신는게 아닌거 같아요. 발이 너무 아프다고 하자 처음엔 원래 그렇대요.
왠지 믿을 수 없는 소리만 잔뜩 하는데, 아버지도 그냥 형말을 들으래요. 초보는 긴가민가하면서 렌탈을 마쳐요
아빠는 샾돌이를 한명 불러서 저한테 강습을 해주래요. 리프트권을 끊어준대요.
뭔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샾돌이를 보니 머슴처럼 생긴게, 별로 맘에 들지않아요.
샾돌이는 알았다고 하더니 자기도 스키복을 갈아입고, 장비를 들고 나와요.
이런 브라질, 아까 똥색 옷을 꺼내준 놈이 지는 번쩍번쩍 화려한 스키복에 잘빠진 스키를 들고 나오고 있어요.
아빠는 이미 사라지고 없어요. 혼자 신나게 스키타러 갔나봐요.
스키장으로 올라가면서 물어보니 초보보다 나이가 어려요. 고등학생이래요. 스키로 대학을 갈거래요.
초보는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들어줘요. 왠지 스키복을 보니 잘탈거같고, 강습도 잘해줄거같아요.
스키장에 가자, 샵돌이가 초보의 스키복에 리프트권을 달아줘요. 이게 스키장 입장권인가봐요.
샵돌이는 길도 잘 모르는 초보를 데리고 5분 강습을 해줘요. 신고, 벗고, A자를 그리고, 등등등
아래쪽에서 조금 연습을 해보자 왠지 될거같아요. 스키가 쉽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나봐요.
초보는 그게아니라 내가 혹시 천재인거 아닌가 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하면서 샆돌이를 따라 리프트를 타러가요.
어디로 가는거냐고 묻자 레드 코스로 간대요. 어려운데 아니냐고 묻자 별로 안어렵대요. 초보코스래요.
초보는 그런가보다 하고 묵묵히 따라가요. 조금 지나자 리프트가 초보를 산정상에 획 내팽개쳐요.
샾돌이를 열심히 따라가자, 샾돌이는 형 A자로 살살 내려와요. 어쩌구 하더니 슝하고 사라졌어요.
그런데 오. 마이. 갓. 이런 우라질레이션. 내려가는길이 절벽이예요. 이건 경사가 있는정도가 아니예요.
초보의 눈에 여기의 경사도는 최소 70도 이상이예요. 초보는 도저히 출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어요.
한참 망설이고 있는데 옆사람들을 보니 이 급경사에서도 쉭쉭 잘 내려가고 있어요.
보기만 이렇고 실제로는 별로 안 어렵나봐요. 초보는 일단 용기를 내어서 도전해보기로 해요. 일단 내려갔어요.
그리고 기억이 나지 않아요. 지금 자기가 왜 산중턱에 자빠져있는건지 모르겠어요.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결국 패트롤을 불러서 간신히 내려왔어요. 패트롤이 자신의 실력에 맞는 슬로프를 이용하래요.
이런 우라질 썅썅바. 내 이 피노키오 샾돌이놈을 회쳐먹으리라 생각하고 내려왔더니,
기다리던 샾돌이가 그렇게 못탈줄 몰랐다고 이번에는 진짜 초급코스로 데려가 주겠대요.
레인보우 파라다이스래요. 파라다이스라니깐 왠지 또 좋은곳처럼 느껴져요.
날 속인 샾돌이를 한번 용서해주고, 다시 리프트를 타요. 그런데 상당히 먼거 같아요.
한참을 가서 내렸는데, 오오 생각보다 경사가 높지않아요.
샾돌이는 언능 내려와요. 하더니 또 혼자 슝 가버렸어요. 초보는 이번에는 조심조심 타야지 하고 내려가기 시작해요.
그리고 두시간이 흘렀어요.
슬로프가 끝이 안나요. 이제는 부츠를 벗어던지고 싶을 뿐이예요. 가도가도 끝이 안보여요.
넘어진건 셀수도 없고, 이제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해요.
도대체 이 개고생을 왜 용평까지 와서 해야되는건지 모르겠어요.
상상만 하던 하얀설원의 익스트림과 로맨스 따위는 없어요.
샾돌이에 대한 분노를 집어삼키며, 초보는 다시 일어나서 내려가기 시작해요.
내려가면 이 샾돌이 놈을 반드시 회쳐먹어 버릴거예요.
P.S 보드탄지는 3년이지만, 이건 12년전 실화를 약간 각색했습니다.
그 샾돌이 뭐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ㅋㅋㅋ
전 사촌형한테 배웠는데
맆트타고 한참을 올라가서 바인딩체결하는거알려주고
'자 이게 힐엣지,이게토엣지ㅇㅋ?'
....
그날 맨정신에나눈 형과의 마지막대화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