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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 제 주머니는 유난히도 가난했습니다.
회사에서 '명절선물 안주고 안받기. 받은것도 돌려주기' 를 실시한 나머지
식용유 한통은 커녕 10원 한장도 보너스 라고 나온게 없었어요.
통장을 보니 잔고는 이미 '로그아웃' 하셨더라구요...
가족들과 대략 350km 떨어져 사는 저로서는 정말 너무 고민이 많이 되더라구요.
'어쩌지... 어쩌지...'
고민끝에 잔고탈탈 털고 카드도 긁어서 홍삼 건강식품, 아버지 지갑, 어머니 화장품, 마트에서 생필품 셋트를 사들고
집에 갔습니다.
올 2월에 뵙고 7개월만에 뵙는 아버지는 그새 안드셔도 되는 세월을 드셨네요.
흰머리도 늘어나고... 무엇보다 한시도 다 큰 자녀 두명, 꼬맹이 두명 좀 재밌게 해주신다고
땅끝마을, 강진 등 여러곳을 데려가셨습니다.
추석 안부전화를 묻는 아버지 친구분들 전화에 '우리 딸이 건강식품에 지갑에 잔뜩 사왔어' 라고 자랑을 하시고...
스무살, 첫 장학금 받고 사드린 지갑이 닳아서 떨어질때까지 쓰시는게 마음아파서 사드렸는데 또 엄청 좋아하시네요.
비싸서 솔직히 고민한 건강식품도 함께있는동안 꼬박 챙겨드리고...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시니깐 아빠가 먼저
차에 챙기시고... "큰딸, 작은딸이 사준거니깐 꼭 챙겨먹어야겠다" .............
식구가 워낙 대식가 여서 외식을 자제하는 편인데 ㅡ,ㅡ
5박 6일동안 딱 한번 외식했는데 음식은 안드시고 '약주' 드시면서 "니들 크는것만 보고, 다 같이만 있어도 배부르다" 이러시면서
허허 ^___^ 하시면서 웃는데 행복해하시는 아버지 보면서 저 역시 행복했지만 마음도 많이 아팠습니다.
요즘 동생이 사춘기에 접어들어서 '엄마,아빠' 한테 대들기도 하고 가족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고 하네요.
동생 손 잡고 바닷바람 쐬면서 얘기하는데 바보같이 울어버렸습니다.
누나는 시간가는게 무섭고 두렵다, 아직 해드린것도 많이 없는데...집에 내려올때마다 아빠가 약해지시는것 같고
나이 드는것 같아서... 무엇보다 누나는 이미 서른해 정도를 아빠와 함께 보내고 앞으로도 수십년 함께하겠지만
너희는 아직 14살이니, 너희와 함께해도 누나만큼은 함께 보낼 시간이 없잖니..............
당장 가까운 미래가 아니라고 믿고있지만 제가 쉰살이 되도, 예순살이 되어도 부모님과의 영원한 이별은 받아드리지 못할것같아
울어버리고야 말았네요.
예전에 아는 지인이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이 먹는게 두려운게 아니라 그만큼 부모님 역시 늙어가고, 이별의 준비를 해야할 시간이 다가오는게 두렵다' 라고...
그때는 그 말을 이해하진 못했는데 서른이 다가오니 저 역시 많이 무섭고 두렵습니다.
한국인 평균 수명 70세....
우리 아빠는 더 건강해서 80세, 아니 90세까지 함께 즐겁게 오손도손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엄마도... (당연한 얘기!)
어릴땐 부모님이 원하는 모습이 '일류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 높은 연봉' 을 받는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저 세가지 중 하나도 속하지 않는 저를 여전히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부모님을 보니깐 ... 어릴때 반항하고
수없이 속만 썩인 제가 한없이 후회스럽네요.
헝글보더님들, 오지랖 쩌는 제가 한마디 해도 되나요?
우리, 지금 당장 부모님께 '사랑합니다...' 라고 문자 하나 보내주세요.
아빠 핸드폰 속에 저장된 지난 1월에 보낸 문자가 저장되어있는걸 보고 울컥 했어요.
지난 구정, 보드타느라 집에 안내려간 제 자신을 반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