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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비도 없는데 생리대는 그림의 떡이었죠"

 

[인터뷰] 청계노조와 함께 한 그들, 신순애·민종덕씨

 

10.11.08 08:55 ㅣ최종 업데이트 10.11.08 08:55 윤성희 (labor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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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싸워주겠냐고 물었다. 어린 여공들이 밤새 일하다 쓰러지는 공장 다락방과, 먼지가 쌓여 쌀밥처럼 하얀 그들의 꽁보리밥 도시락과, 이 모든 것을 야기하는 가진 자의 불의와. 그, 전태일에게 어머니는 약속했다. 그를 아는 모든 그가 약속했고, 2주 후인 1970년 11월27일 노조를 세웠다. 최초의 민주노조이자 이후 37년간 노동,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청계피복노조의 시작이었다.

 

전태일 분신 후, 정작 평화시장 노동자들은 전태일이 왜 죽었는지, 노조가 뭔지 잘 몰랐다. 14, 15살 때부터 공장 안에 갇혀 일만 해온 시다들은 바깥소식에 어두웠다. 그래도 스스로 노조를 찾아오는 이들이 있었다.

 
하루 16시간 이상을 좁고 어두운 다락에서 무릎 꿇고 일해 등이 굽고 폐를 다치는 생활, 15일 간 밤샘 일을 하고 몇 시간 쉬려다 얻어맞으며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던 경험에서 부조리함을 깨달은 여성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이 주축이 된 소모임 등의 대중활동은 초기 청계노조의 성장에 크게 공헌했다.
 
"도시락 하나 먹곤 밤 11시까지 물 한 모금 못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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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애씨.
ⓒ 노동세상
전태일

이어 청계노조는 다른 노조들과 달리 교육 선전사업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1972년 4월에는 청계천의 여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중등 기초과정을 가르치는 평화새마을교실을 열었다.
 
당시 평화, 동화 등 5개 주요 상가의 노동자 8800명 중 7천 명 이상이 여성이었고, 이중 70%가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12살부터 시다 일을 시작해 다림사의 오야미싱사로 일하고 있던 신순애씨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배고픈 거, 화장실 같은 생리적 욕구를 참는 거, 인간으로 대접 안 해주는 게 제일 힘들었죠. 한 시에 도시락 하나 먹으면 밤 11시까지 물 한 모금도 못 먹었어요."
 
그렇게 한 달 내내 일한 월급은 쌀과 연탄을 사면 동났다. 그마저도 체불되곤 했다. 74년까지 노조활동의 70%가 체불임금을 받아주는 일이었다. 사장들은 "학원 가면 돈 내고 배워야 하는 재단 기술을 공짜로 가르쳐주지 않냐"고 거꾸로 큰소리쳤다. 공장에서는 착취당하는 임노동자, 집에서는 자신을 희생해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 신씨를 포함한 청계 여성 노동자들의 두 가지 멍에였다.
 
죽지 못해 살았다던 신씨는 새마을교실에 나가면서 노조에 푹 빠졌다.
 
"난 삼양사에선 7번 시다였고 다림사에선 1번 미싱사였어요. 그랬는데 노동교실 가면 '신순애씨'하고 불러주는 거예요. 인간대접 받는 거 같아서 굉장히 감동을 받았어요."
 
전태일도 그 곳에서 알았다. 
 
아직도 최저임금조차 못 지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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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이 바보회를 결성한 명보다방에서 내려다본 평화시장.
ⓒ 노동세상
전태일

 

자신의 방에서 한글을 배우던 조합원들의 모습도 기억한다.

 
 
"제가 제일 힘들었던 건 생리할 때였거든요. 차비도 없는데 생리대는 그림의 떡이었어요. 또 시다들이 재단사에게 당하는 일들…. 피라미드 구조로 돼 있다 보니 맨 아래 시다에게는 재단사나 미싱사도 권력이었거든요. 그런 것들을 정리를 하고 싶은데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웃음)"
 
신씨는 여전히 안타까워한다. 그 시절 뼈 빠지게 일해 가족을 먹여 살리고도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또래 노동자들과, 전태일이 죽은 지 40년이 지났음에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어린 노동자들, 법의 보호를 못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동이 천시되고 더 나은 세상에의 희망을 찾기 한층 어려워진 사회에서 열심히 싸우라고 하긴 조심스럽다고 하면서도, 이 시대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신씨는 말한다.
 
"전 열악할수록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핀란드엔 청소부하고 교수하고 월급이 8:10이래요. 더 놀란 건 청소해 놓은 곳에 교수가 흙발로 들어오니까 청소부가 화를 냈는데 교수가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는 거예요. 한국도 그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요? 전국 병원, 학교, 청소부들이 우리 청소 안 하겠다고 열흘만 해봐요. 교수들이 청소하겠어요?"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과 오체투지 한 이유

 
탄압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인터뷰 후 민씨는 청계모임과 원풍 등 70년대 민주노조 관계자들과 만날 약속을 잡아놓았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내린 결정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모임이다. 지난 6월 진실화해위원회는 청계노조를 비롯한 70년대 민주노조 11개가 국가권력으로부터 노동기본권 및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판결하고, 정부에게 사과 및 명예회복과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민씨는 이에 대해 세 가지 원칙을 세우고 있다. 과거 청산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역사로써 바라보고 대응할 것, 역사적 평가를 명확히 하고 자존심을 회복할 것, 그 다음에 정당한 배상을 받아내는 것이다.
 

"노동운동은 지금도 탄압받고 있잖아요. 올바른 대응을 하고 진정한 사과를 받아내야만 지금 탄압당하는 이들에게 방패막이 돼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노동세상11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엮인글 :

역시 조선

2010.11.08 15:58:56
*.165.5.220

핀란드엔 청소부하고 교수하고 월급이 8:10이래요. 더 놀란 건 청소해 놓은 곳에 교수가 흙발로 들어오니까 청소부가 화를 냈는데 교수가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는 거예요. 한국도 그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요?

휘바휘바

2010.11.09 06:46:12
*.219.126.173

8:10은 매우 좋은 것이지만...

교수가 사과했다는게 왜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거죠?

교수는 가르치는게 일이고 청소부는 치우는게 일인데...

뭐, 일부러 서로 건드리기 위해 그랬다면 마땅히 비난을 받아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나요?

오꼬노미야뀌

2015.02.09 21:16:43
*.181.68.182

최소한 털고왔다면.. 청소부도 이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황때문에 그리 생각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히구리

2010.11.09 12:33:06
*.44.154.207

우리나라에도 있는 현상입니다.


청소부가 한창 업무시간에 사무실 왁스작업을 하는데,(보통 왁싱작업은  퇴근시간후 아무도 없는 야간에 하는게 보통입니다)

사무실에 들어가야  고객서비스 업무를 보는 직원과 소장은  청소부(아줌마) 의 야단을 들어가며  살짝살짝 다녀야 했습니다.


몇년전 강남의 *T 텔레콤  4군 협력업체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화이며, 소장포함 직원들은 모두 하청업체 계약직이었으며

청소부는 당시 원청업체 정직원이었습니다.

월급이요?..  글쎄요...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협력업체 기술자들 팅장급 보다 높았을겁니다.

8번

2011.11.26 12:20:00
*.92.84.118

흠.........

콧꾸뇽이벌렁벌렁

2013.01.27 23:38:09
*.238.24.27

...헐...

오꼬노미야뀌

2015.02.09 21:17:09
*.181.68.182

여튼 흠!

꼬꼬배사랑해

2019.05.10 15:44:01
*.109.115.54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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