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freechal.com/chonmaboarder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겨울로 가득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시즌권 뒷면의 글자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데크 베이스에 하나 둘 새겨지는 기스를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아침에도 보딩을 하는 까닭이요,
점심에도 한밤에도 거품을 물고 보딩을 하는 까닭이요,
아직 나의 카빙이 완성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원에리
별 하나에 쓰리식스티
별 하나에 백플립
별 하나에 로데오
별 하나에 그라운드 트릭과 별 하나에 역엣지, 역엣지,
역엣지, 나는 별 하나에 처절한 기술 한 가지씩 불러
봅니다. 생초보 때 보딩을 같이 했던 녀석들의 이름과, 숀(孫),
테리에(太里愛), 제이미(帝伊米) 이런 이국 소년들의 이름과,
벌써 스키어로 전향해 버린 계집애들의 이름과, 찢어지게 가난한
헝그리보더들의 이름과 반달곰, 승냥이, 하이에나, 갯민숭달팽이,
드래곤 플라이, 에미넴 이런 힙합퍼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휘슬러, 블랙콤, 몽블랑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허구한 날 보드타러 가는 저에게 밥을 안 주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슬로프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사이드 슬리핑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뒤도 안 보고 내리쏘는 보더는
부끄러운 역엣지를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끝장나고 나의 슬로프에도 봄이 오면
하프파이프 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슬로프 위에도
자랑처럼 잡초가 무성할 게외다.


ps. 윤동주형, 죄송해여~
엮인글 :

血花香

2002.12.15 01:52:08
*.200.78.227

핵심정리

▶ 특징 : 맑고 앳된 감각과 구김살 없는 서정성
▶ 구성 : ① 끝없는 상념(제1-3연)
② 과거에 대한 상념과 미련(제4-7연)
③ 현재의 삶에 대한 부끄러움(제8-9연)
④ 소생과 부활의 희망(제10연)
▶ 제재 : 별.(보딩의 추억)
▶ 주제 : 보딩에 대한 동경과 트릭연습

▶표현상의 특징

-과거 회상에서 현실 상황의 인식으로, 다시 미래에의 염원으로 나아가고 있다.

연구문제
1. 화자가 겪고 있는 갈등의 모습을 객관적 상관물로 형상화한 구절을 찾아 쓰라.
▶ 딴은 뒤도 안보고 내리쏘는 보더

2. 데크베이스에 새겨지는 기스에 담긴 의미를 쓰라.
▶ 마음속 깊이 새겨진 가장 절실하고 그리운 것[思念]들.

3. 사이드 슬리핑으로 덮은 이유를 30자 정도로 쓰라.
▶ 실력없는 보더로서의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기 때문이다.



血花香

2002.12.15 02:02:39
*.200.78.227

작품해설

이 시는 고향이 되어 버린 용평에 계시는 어머니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 허접실력인 현실에 고뇌하고 방황하는 젊은보더의 괴로움 등을 영롱하고 밝은 이미지를 지닌 사물들과 교합시킨 작품이다.
이 시의 '별'들은 화자의 가슴 속에 아직 잠들지 않고 있는 아름다운 이름들이다.
생초보 때 보딩을 같이 했던 녀석들의 이름과, 숀(孫),테리에(太里愛), 제이미(帝伊米) 이런 이국 소년들의 이름과,
벌써 스키어로 전향해 버린 계집애들의 이름과, 찢어지게 가난한 헝그리보더들의 이름과
반달곰, 승냥이, 하이에나, 갯민숭달팽이,드래곤 플라이, 에미넴, 별 하나하나에 그들의 이름을 떠올리고 스스로의 이름이 부끄러워진다. 멀리 있는 그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는 데서 오는 부끄러움이다.
그래서 '내 이름자를 써 보고 사이드슬리핑으로 덮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부끄러움은 겨울이 끝장나고 나의 슬로프에도 봄이 오면, ' 내 이름자 묻힌 슬로프 위에도 자랑처럼 잡초가 무성' 하듯이, 꼭 치유되고, 자랑스러운 앞날이 전개될 것을 믿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 주는 별을 통하여 성숙된 시적 형상화를 보여 주는 것이다.
여기서의 '어머니'는 별과 유사한 내포적 의미를 가진 상징이다.
그 어머니는 윤동주의 어머니인 동시에 그 곳에 사는 많은 보더의 어머니들, 스키어에게서 버림 받은 보더의 상징적인 어머니상이다. 어머니는 곧 보딩의 표상이며, 내 살과 뼈가 자라고, 내 육신이 숨쉬고 묻혀야 할 보드장이다.
그 어머니와 같이 별을 헤면서 과거의 그리움과 현재의 부끄러움을 치유하고 자랑할 미래를 신념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온갖 시련과 번민 속에서도 현실 극복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궁극적 이상을 실현하려는 화자의 노력과 철학을 볼 수 있다

초이종문

2002.12.15 09:59:16
*.219.129.242

ㅡ.ㅡㅋ

정다현

2002.12.15 10:00:11
*.251.239.42

작품과 작품해설 둘다 짱!입니다. 으하하 국어 교과서에 실어야 되는거 아닌가??

coldmund

2002.12.15 12:23:46
*.221.105.47

그렇다면 위의 사진은 사이드슬립으로 이름을 지우는 장면??? 죄송합니다^^

욱탱이

2002.12.15 12:41:12
*.252.62.50

사진두 멋찌구...작품두 멋찌구...작품해설 또한 멋찌네요..^^

뽀드든남자

2002.12.15 14:16:55
*.144.22.83

켜켜...~~
이거.. 대박이군요... 으흐흐... 혹시 이런 이벤트 있으면 두분다.. 입상하시겠어여... 쿠~~울

고수

2002.12.15 16:49:23
*.72.235.93

핵심정리와 작품해설이 영...

사진보니 노즈프레스주고 백사이드180~270정도 돌릴것 같은데...
자세를 보니 허접은 아니고 보드 3,4년차에 트릭 한두개 할 실력?

자니[직]ONE브라보

2002.12.15 19:06:08
*.251.244.159

^^

부시

2002.12.15 19:25:05
*.27.156.146

혈님 전공이 국문과?...명작에 명평론이었습니다~^^*
짝짝짝.....

오빠달려

2002.12.15 21:20:19
*.200.135.143

고수님, 예리하신걸 보니 과연 고수시군요. ^^;

(━.━━ㆀ)rightfe

2002.12.15 23:02:03
*.207.18.107

ㅋㅋㅋㅋ

도라에몽

2002.12.15 23:21:34
*.206.244.235

헐~정지컷 한장만 보구도..뭘 했는지 아는 당신.......헉시..간첩아냐?? -_-;

깍뚜기

2002.12.16 13:50:21
*.51.11.11

ㅉㅏㄱㅉ ㄱ 멋있고, 공감이 많이 가는 내용입니다.

[馬]범근님^^*

2002.12.16 18:22:18
*.183.32.167

자세 죽이네요~~~^^

초보2

2002.12.17 01:01:42
*.219.160.205

왜 난 사진을 보구 "얼씨구나 좋타~" 이 말이 생각 날까요...^^

올데이롱

2002.12.17 04:19:22
*.50.128.113

작품을 막 읽다가 눈물마져 핑 돌았다는.. 정말 감동이네요.. 근데 밑에 혈님의 핵심정리를 보고는 겁나 웃었습니다.
울다가 웃었는데.. 내 *꼬에 보호대가 생겼을까요? 에구.. 암튼 스타들의 탄생입니다.. 그려.. ^^

짱™

2002.12.17 14:08:43
*.192.252.59

멋져용~ 굿~~

@+블랙호크다운+@

2002.12.21 23:20:24
*.244.226.194

ㅋㅋㅋ 베리베리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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