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스키를 처음 타봤습니다.
그 당시에 장비가 어딨었겠습니까..
자켓은 다락방에 박혀있던 오래된 군용 스키자켓이었고,
바지는 친척형에게 빌린 넉넉하지 않은 이쁜색(?)의 바지였고,
고글도 없이 처음 스키란 녀석을 접했습니다.
그 다음해에 보드를 처음 타봤죠.
역시나 군용 스키자켓에 친척형에게 빌린 이쁜줄 알았던 바지 -_-a
고글 또한 없었고 (초보 시절엔 고글이 오히려 불편했던)
그러다 턴이란걸 좀 하게 되서야 보드 장비를 구입했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불려지는 렌탈용 장비라는 녀석을 30여만원에 구입해서 한 시즌 잘 탔죠..
그 다음해엔 장비가 너무 소프트하다는 판단에,
험난한 슬롶(모글이 많은 슬롶?)을 견디기엔 부족하단 생각에,
상급 장비를 구입하였습니다.
이젠, 매해 시즌마다 시즌권을 구입해서
자주 가다 보니 멋이란걸 부리고 싶더군요.
그냥 패션감각에 걸음마를 시작했다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인간은 남자와 여자, 두 종류(?) 뿐이지만,
성격, 상식, 사상, 철학, 관념, 도덕성, 사회성, 감각 등으로 비추어 볼 때
정말 많은 종류의 사람들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요.
심지어 보드장에서 조차도
스노우보드 정보 사이트에서 조차도
여러 부류의 스노우보더들로 나뉘어 집니다.
기술에 능통한 보더,
장비 종류에 박식한 보더,
장비 기능에 박식한 보더,
패션 감각이 뛰어난 보더,
보드장 분위조차도 즐기고 싶은 보더,
보드장에서만이라도 친구들과, 연인과, 가족들과 즐기고 싶은 보더,
그냥 보드장에 있는 것 뿐으로도 행복한 보더,
프로선수만큼 잘 타고 싶고, 정말 프로선수만큼 잘 타는 보더,
그냥 취미이고 싶은 보더,
나열하고자 하면 수십가지를 나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다르다해서
헐뜯고 욕하고, 틀리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난 이렇게 해보니 이게 좋더라,
그렇게 하는거 보다 이렇게 하는게 좋았더라,
3년 동안 같은 장비를 갖고 있어도 문제 될거 없더라,
이뻐보이고 싶다고 비싼 브랜드를 살 필요 없더라,
동대문 시장가도 방수는 약하지만 이쁜 옷들이 많더라,
어느 브랜드의 어느 보드복을 사기위해 돈을 모아서 샀다더라,
남여가 사귈 때, 필요한 말이 있습니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드려라" 라고 누군가 그러더군요.
어차피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서로 다를수밖에 없다.
그 사람을 이해하려 들지 말고
그 사람 자체를 그냥 받아 드리라고..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틀리지 않다고 할 수 있고,
남들이 보기에도 옳다고 할 수 있지만,
그 길 밖에 없는건 아닙니다.
서울에서 제주도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여럿있습니다.
남들이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그들이 틀린건 아닙니다.
스노우보드를 선수만큼 못탄다고 해서
하급 장비를 써야하고,
눈에 띄는 보드복을 입는다고 해서
욕먹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가장 중요한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닐까합니다.
조금이나마 남을 배려한다면
한층 즐겁고, 안전한 스노우보딩을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초심을 잃지말고... 자빠링하는 타인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줄도 알아야하는 배려심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