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헝글에서 눈팅만 하다가 -_-;
어제 스키장에서 느낀바가 있고 그 부분을 대해 헝글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용기 내어
첫 글을 씁니다.
다쓴 글이 한번 홀라당 날라가서 마음 다잡고 다시 씁니다 ㅠㅠㅠ
혹시나 글 내용이 게시판의 성격과 맞지 않거나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생각하신다면
지적해주십시요.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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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시즌권을 끊고 열심히 타보겠다는 시즌초의 다짐은 온데 간데 없고 허구헛날
집구석에서 잠만 쳐자다가 ;;;;;
헝글에서 동영상을 보던 중 문득 '나도 저렇게 탈꺼야!'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막상 슬롭에 나가면 좌절뿐이지만 ㅋㅋㅋ) 다음날 화요일 주간으로 보드를 타러 나서기로 결심했습
니다.
4시반 새벽같이 일어나 이것저것 챙겨 서울서 성우로 가는 셔틀에 몸을 싣고 출격했습니다.
도착할무렵 둔내에는 눈도 슬슬 날리기 시작했고 막상 슬로프가 눈에 들어오자 역시나 오길 잘했다
는 생각이 들며 벅찬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날따라 설질도 대박이었습죠!!
서둘러 알파를 한번 내려오고 브라보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안하고 뻐팅겨왓떤 왁싱과
엣징을 새로 해 이놈의 보드가 너무 잘나가서인지 제보드 같지가 않고 적응이 안되 라이딩이 불안해
서 속상했습니다.
슬롭을 두세번 더 내려오고 나서야 슬슬 카빙의 느낌이 다시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날따라 유난히 좋은 설질 탓에 보드가 제대로 눈에 박히면서 '아 이거다!' 하는 느낌과 함께
고속으로 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도중..... 브라보 하단 무렵 에서 천천히 슬롭을 가로지르
던 스키어를 덮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전날 잠을 못자 피곤했던 탓인지, 아니면 그날따라 유난히 제대로 박히는 엣지와 카빙의 스릴에
나도모르게 내 턴 타이밍을 고수하고 싶어서였는지 지금도 제가 왜 피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부분에 있어서 손가락질을 하시며 욕을 하신다 하여도 저는 한마디도 할말이 없습니다..
충돌후 저는 그분의 등을 타넘고 앞으로 두세바퀴 더 굴러내려갔고, 그분은 스키 양쪽이 모두
튕겨나가고 슬로프에 쓰러지셨습니다.
순간 아차! 하며 정신이 들어 재빨리 보드를 벗어던지고 뛰어가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하고 여쭤보았습니다. 그런데 뒤에서 내려오시던 일행분이 오시더니 "아니 지금 죄송한게 문제야!!"
하시며 버럭 화를 내시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울컥 했습니다. 아니 내가 잘못한거 알고 이렇게 헐레벌떡 뛰어와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
고 괜찮으시냐고 물어보는데 그렇게 화를 내시니까말입니다.
'니가 잘못한거잖아 이자식아! 니가 왜 화를내!' 라고 제자신을 타이르며 계속해서 최대한
예의를 갖춰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면서 패트롤을 불러 의무실로 갔습니다.
(부상당하신 스키어께서 나이가 좀 있으셨고 충돌후 슬롭에서 일어나지 못하셨습니다.)
의무실에서 조서 작성시에도 100%제가 잘못했다고 스스로 쓰고 다시한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의무실에서 응급치료를 하고 인근 병원으로 가 엑스레이를 찍고 부상자분의 몸상태를 확인하는 도중
에 보호자 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나이는 몇살이고, 어디에 사는지, 어느학교에 다니고
있는지 그리고 심지어는 제 진로와 인생상담까지;;
참 좋은 분들이셨습니다.....
"식사시간이 지낫는데 밥을 먹어야 할텐데.." 라며 오히려 저를 걱정해 주시고,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제가 학생이란걸 아시고는 금전적인 문제에 있어서 제가 죄송할 정도로 저를 배려하시면서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곤 의사선생님께서 ct 몇장 더 찍어보라고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추
후 상태를 더 지켜 보고 필요하면 찍으시겠다고 하시고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정말 제가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 정도로 절 생각해 주셨습니다.
그분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잘 내려가고 잇는 스키어를 어떤 정신나간 자식이 뒤에서 들이받아
다쳤으니 많이 놀라셨을테고 화를 내셨던게 당연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혹시라도 ct를 찍으시거나 물리치료를 받으실 경우 추가로 드는 모든 비용에 대해서 제가
지불하겠다고 약속드리고서 연락처를 교환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분들이 마지막으로 "귀빈아, 혼자 보드타러 힘들게 왔는데 우리땜에 시간 많이 뺏기고
보드도 못타게해서 미안하게 됬다, 우리 서로 너무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자." 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잘못해서 일어난 사고인데 그분들의 사과를 받게 되니 이거 정말 죄송해서 어쩔줄을
모르겠더군요... " 아닙니다 다 제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인데요 뭐 ㅜ " 라고 말씀드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 참 재수없는 날이었다. 난 참 운이 없는 놈이야' 라는 그런 생각이 드는것
이 아니라, 오히려 '오늘 하루 내가 참 많은걸 경험하고 느낄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과, 참
운 좋게도 좋은분들과 알게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그 상황에서 화를 참지 못하고 맞붙어서 함께 화를냈다면 이렇게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상황은 커녕 서로 기분이 상함은 물론 최악의 끔찍한 상황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얘기가 길어졌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게, 인간관계에 있어서 한번 더 숙이고 그 짧은 순간
을 참아내면 상대는 두 번을 숙이고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존재하는 곳은 어느 곳이나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생기기 마련이고 이러한 관계가 항상 긍정
적인 관계일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스키장 역시 좋은사람들을 만나 취미를 공유하며 즐거움을 나
눌 수 있는 반면 자잘한 다툼이나 충돌사고와 같은 사람사이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곳입니다.
문제는 조금만 참고 한발 짝 물러서 상대방의 입장을 조금만 더 생각하는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말만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요 ^ ^) 이러한 작은 순간의 인내와 배려가 서로의 맘을 상하지
않게 하고 더 나아가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글쏨씨가 빼어나지 못해서 앞뒤 논리성이 많이 부족하
고 그래서 많은 분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진 못할 것 같지만, 단 한 분이라도 이 글을 읽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시는 분이 있다면 저는 참 좋겠습니다 :)
헝글분들 모두 안전하게 시즌나시길 바라겠습니다.
아 참! 아침에 전화드렸더니 다행이도 부상자분 많이 좋아지셨다고 하시네요 ^^
스키/보드 보험에 가입합시당...<--보험회사 직원은 아닙니당..
작년에 저도 괜히 혼자 돌리다가 어깨 부상을 당한 이후로...보험 들기를 잘했다 생각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