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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자 여러분, 업무에 노고가 많으십니다.
12월 15일 야간 후기 송부드리오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금일 본 내용 보고 전에, 전일 라이딩에 지대한 도움을 주신 분들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1. smith 클리어 고글
아마 클리어 고글이 아니었으면 라이딩 자체가 불가능했을 겁니다
2. 제설차 아저씨
양지 입구 언덕이 걱정되어서 체인을 감고 올라간 제 노력을 무위로 돌릴 정도의 제설력 감사드립니다
3. 왁스 및 다리미
아마 전일 왁싱을 성심성의껏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즐기지는 못했을 겁니다.
이하 내용입니다.
양지로 출발 할 때(오후 7시 30분 경) 안성에는 비가 꽤 오고 있었습니다. 마나님은 집으로 돌아가고싶어하는 느낌이 역력하고, 저 또한 집으로 돌아가야하나 고민하고 있었습니다만, 보드장 소식에서 양지쪽은 폭설이 오고 있다는 소식에 환호성을 지르며 가던 길을 계속 갔죠
폭설때문에 길이 너무 좋지 않아, 양지에 도착했을 떄는 9시가 넘었습니다
다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성하겠습니다.
1. 오후 9시 35분 - 오렌지
기온 및 날씨: 영하 1도에서 영상 1도 사이였으며, 바람은 불지 않았습니다. 엄청난 함박눈은 대충 그쳤으나, 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두꺼운 안개에 조심조심 몸을 풀고 바로 그린으로.
인파 : 슬로프인원 + 리프트인원 합쳐서 10명 이하.... 솔직히 땡보때도 이것보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설질 : 높은 기온에서 내린 눈이라, 습설기가 있었으나, 그리 무겁지는 않았고, 데크를 잡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오렌지 한번 타고 바로 그린으로..
2. 9시 43분 - 그린
기온 및 날씨 : 여전히 영상이고 안개가 아니라 무슨 구름속에 있는 것 같은 상태였습니다.
인파 : 오렌지보다 사용인원이 더 적었네요. 슬로프 + 리프트 합쳐서 10명 안팎
설질 : 상대적으로 더 넓고 사용 인원이 적어 아직 사람이 건드리지 않은 눈밭이 남아있었습니다. 하단은 역시 모글이 바글바글했고요. 무조건 다운 언웨이티드! 한번 타고 벌써 허벅지가 털리는 느낌이.. 흐윽.. 바로 블루 리프트 타고 챌린지로 ㄱㄱ
3. 9시 50분 - 블루 리프트
기온 및 날씨 : 영하1도에서 영상 1도가량이고,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안개는 구름처럼 드문드문 끼어있었구요.
특이사항 : 양지에서는 한 시즌에 한번 볼까말까한 설경이 펼쳐집니다.
DSLR을 챙겨가지 않은 것을 너무 후회했네요. 적막한 리프트에 나 혼자 달랑달랑 매달려 올라가며 보는 설경이란..
4. 10시 정각 - 챌린지
조명이 원체 적고, 안개로 조명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라 마치 지옥의 입구로 안내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챌린지 정상은 안개가 진짜 짙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였고요
하지만 설경은 역시 압도적입니다.
기온 및 날씨 : 오후 10시경부터 눈이 무지막지하게 다시 오기 시작했습니다. 동시기에 챌린지 상단은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가 끼어있었고, 중하단은 상단보다는 훨씬 나았으나 역시 안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11시경이 되자 챌린지 상단도 안개가 개어 시계는 명확해졌으나, 10시 30분경까지 내리던 눈이 11시경이 되자 명확하게 비에 더 가까운 진눈깨비가 되어 몸이 젖기 시작했네요.
인파 : 0. 사실 두 세번 타는 동안 전혀 사람을 보질 못해서 리프트 아르바이트한테 물어봤습니다. " 지금 저 외에 손님이 있어요"
대답은 "야간 시작하고 한 세분 보였는데 지금은 안 보이시네요"
즉, 저 시간대에 챌린지에는 저 혼자 있었던 겁니다. 여러분, 제가 양지의 이건희입니다.
설질 : 10시 30분 이후 진눈깨비가 내리기 전에는 환상적이었습니다. 습설이라고 꼭 나쁜건 아니에요. 습설 때 타기 힘든 이유는 습설이 모글이 되면 눈이 무지하게 무거워서 타기 힘들어지는건데,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곳이라면 습설도 비단길 타고 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환상적인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마치 데크에 풀 발라놓은듯이 안 나가기 시작하더군요. 게다가 장소마다 그 느낌이 달라서, 마치 노즈에 브레이크가 달려있어서 가끔 급브레이크를 잡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총평: 안 갔으면 후회할 뻔 했습니다. 진정한 황제보딩을 즐겼고, 11시 전의 챌린지는 설질 및 풍경 모두 환상적이었네요. 새로 산 자켓을 가져가지 않았으면 완전히 흠뻑 젖었을 테지만, 역시 새물건은 좋네요. 상체는 하나도 젖지 않아 전혀 불쾌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막바지에 내린 진눈깨비 때문에 금일 및 금주 설질이 어찌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과한 습설이 내린 후 기온이 급하강하면 보통 사과부터 시작해서 수박, 늙은호박들이 굴러다니게 되는데, 양지쪽에서 정설에 얼마나 신경을 써 줄지가 관건이겠네요.
그리고, 클리어고글 정말 좋습니다. 원래도 야간에는 클리어고글을 쓰지만.. 이런 날씨에 일반 고글을 썼다면 한치 앞도 안 보이는 느낌이 들었을 겁니다. 단 24달러에 이런 물건을 만들어 파는 스미스사에 감사드리며, 궂은 날씨에 손님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근무하느라 수고하신 양지 직원분들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이상, 보고를 마치며, 상기사항 이후 일정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뻬뻬뽀 드림.
좋은 후기에 추천 세우고 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