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카빙이라는 헝글 대세에 역행하는 역캠 보드를 구입한 관광보더, 고댱입니다. (ㅡㅡ)



작년에 버튼에서 커스텀 보드 모델에서 몇가지 변종이 나왔는데요. 기본적인 디렉셔널 모델, 그리고 거기에서 그래픽이 바뀐 20주년 기념 모델, 그리고 마지막으로 트윈 모델 3가지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또다시 기본 모델과 트윈 모델은 캠버(정캠) 프로파일/락커(역캠) 프로파일로 나눠지고요. 그래서 커스텀 모델에 총 5가지 세부적인 라인업이 생겼습니다. (아 되게 복잡해라...)


•    기본 디렉셔널 (캠버 프로파일)
•    기본 디렉셔널 플라잉V (락커 기반 하이브리드 프로파일)
•    20주년 디렉셔널
•    트윈 (캠버 프로파일)
•    트윈 플라잉V (락커 기반 하이브리드 프로파일)


이 중에 저의 눈을 사로 잡은 것은 다름 아닌, 완전히 다른 그래픽으로 나온 트윈 모델이었습니다.



burton-custom-twin-flying-v-snowboard-2016-151.jpg




그래서 와이프님에게 작업을 들어가기 시작했죠. 내가 스위치 라이딩이 안되던 이유는 트윈 보드가 아니라서 그랬던 거라고 말이죠. 그래서 이번에 섹시한 그래픽이 있는 트윈 보드가 필요할 것 같아 라고 설득했죠.


물론 설득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그래픽을 보더니 와이프 눈에서 번개가 찌릿찌릿 나오더군요. ㄷㄷㄷ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고,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결국 나중에 보드 위에 스티커를 떡칠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겨우 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자리를 빌어 와이프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나 잘했지? 잇힝 ㅎㅎㅎ)


그런데 정작 구입하려고 하니 또다시 망설여지더군요. 무엇보다도 제가 불과 3년 전에 스펙상 거의 동일한 커스텀 보드를 구입해서 실컷 즐겼다가 작년에 처분했었거든요. 또 그래픽만 더 섹시하지 다르지, 같은 모델을 사봤자 별반 다를 게 있겠습니까?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게 플라잉V 모델이었습니다.



burton-flying-v-2016.png

(하이브리드라고 하는데, 거의 락커(역캠) 기반 모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더군요.)




지금까지 정캠 보드만 타왔던 저로서 역캠의 느낌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뭐가 좋다, 안좋다를 알고 있는 상황이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거든요. 게다가 헝글에서는 최근 거의 화석, 인간문화제,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취급받는 역캠 보드라서 정보를 찾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결국 지름신을 맞이해서 이번 시즌에 개시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둔한 몸이라 그런지 5일정도 타보니 비로소 느낌이 오는 것 같네요.



[역엣지 안정성]
처음에 타고나서 가장 놀란 것은 역엣지에 대한 안정성이었습니다. 기존에 정캠만 타다보니 역엣지는 일상 다반사였습니다. 마치 보드가 나에게 "이것봐라 자세 똑바로 안해? 엣지 제대로 안넣어? 확 자빠뜨린다?" 라고 시도때도 없이 까칠하게 밀어붙인달까요?


하지만 역캠 보드는 마치 나에게 "어? 너 자세 좀 뒤틀렸어. 근데 그정도 쯤은 내가 봐줄께 ㅎㅎ" 라고 넘어간달까요? 역엣지 걸릴 것 같아서 섬뜩한 적이 몇번이고 있었는데, 웬만하면 그냥 봐주더군요. 조금 오버하자면 근두운 타는 느낌? 이 보드만 있으면 하루종일 타도 역엣지 안걸릴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엣지와는 다르다, 보드 면으로 가는 재미]
정캠을 타다보면 특성 상 계속 엣지로 주행해야 했었습니다. 슬로프에 있건, 중간에 평지를 만나건 계속 쉴 세없이 토엣지 힐엣지를 바꿔줘야지, 안그러면 속도가 컨트롤이 안되거나 순식간에 역엣지 걸려서 넘어지기 십상이거든요.


근데 이 보드는 면으로 잘 갑니다... 좀 충격이었습니다... 그냥 막말로 판때기 면으로 바닥을 좌우로 비비면서 가도 웬만하면 안넘어집니다... 충격... 그래서인지 마치 보드를 처음 배울 때 낙엽으로 슬로프의 눈을 쓸면서(...) 내려왔을 때의 흥분감이 묘하게 살아나더군요.




[스위치 라이딩]
트윈에다가 역엣지도 거의 안걸리니, 이참에 스위치 라이딩을 시도했습니다. 덕 스탠스로 바인딩을 조절하고 슬로프를 내려오기 시작했죠. 그리고 전 맛보았습니다. 이 보드가 저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을 말이죠.


저에게 보드를 타면서 가장 재밌었던 적이 언제냐고 물어보면 전 망설이지 않고 첫 S자 턴을 했을 때라고 말할 겁니다. 이번에 스위치 라이딩을 연습하면서 비슷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ㅠㅠb) 기존에 정캠으로는 (스위치 연습 = 역엣지로 고통) 공식이 항상 성립했었는데, 이 보드는 마치 나에게 "스위치 연습하려니 힘들지? 내가 살살 해줄께" 라고 한달까요.


그래서 왜 보드를 처음 배우는 분에게 락커 보드를 권하는지 제대로 알게 되었죠. 카빙도 좋지만, 일단 보드에 재미를 붙이는게 우선 아니겠습니까? 비슷한 이유로 스위치 라이딩을 포기하신 분들에게도 강추하고 싶습니다.




[팝]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캠은 바닥으로 꾹 눌러주면 마치 트램플린처럼 절 다시 튕겨 올려주곤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게 쿵짝쿵짝 같은 리듬감을 주었고, 이게 보드를 타는 또다른 재미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보드는 그런 감이 미미하더군요.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캠에 비교하면 이건 뭐 장난도 아니고... 마치 보드가 나에게 "야 난 음치고 박치니깐 여기에 대해서는 난 못 도와줘 배째!!!" 라고 한달까요. 알았어, 미안해 그냥 기대 안할께...



[파우더]
운이 좋게도 이 보드를 시도한지 4일째 제가 가는 스키장 쪽에 폭설이 내려서 눈이 30cm 이상 쌓이게 되었습니다. 정캠을 탈때는 개인적으로 이런 파우더가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노즈가 시도때도 없이 파우더에 박히기 십상이고, 그러다보니 계속 후경을 줘야했고, 그러다보니 뒷다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거든요. 마치 유격장에서 유격 훈련받는 그런 느낌이었죠.


헐 근데 이번 보드는 파우더에서 상당히 잘 나가더군요. 10~20cm 정도의 얕은 파우더에서는 굳이 후경을 주지 않아도 자알~~~ 나가더군요. 데크가 마치 "야 대충 설렁설렁하고 빨리 가자" 라고 부추기는 느낌이랄까요.


근데 30cm가 넘어가는 딥 파우더에서는 아무래도 후경 축 없이는 한계가 오더군요. 그래서 그냥 트윈 특성을 포기하고 셋백을 끝까지 넣어버렸습니다... 물론 그 뒤로는 해피 엔딩이었죠.



[강설]
TheGoodRide 리뷰에 의하면, 커스텀 플라잉V 모델은 눈 상태가 좋을 때는 정말 즐기기 좋은 보드이지만, 강설 상황에서는 절대로 들고가고 싶지 않은 보드라고 평을 했습니다. 타 보니깐 아니라 다를까 왜 그런지 알겠더군요.


정캠은 그루밍된 강설에서 "야 한번 나랑 저기 뚫어볼래? 캬캬캬캬캬캬" 하면서 미친 망아지를 몰면서 가는 느낌이라면, 이번 보드는 근두운 타던 느낌이 여기서도 이어지더군요. 문제는 엣지로 방향전환을 해야하는데, 역캠의 특성때문에 V자 모서리 부분만 엣지가 제대로 걸리지, 나머지 부분은 걸리는 건지 안걸리는 건지 의문이더군요. 이게 프레스를 주면 줄수록 더욱 더 심해지는데, 아마 정캠과는 거꾸로 휘는 특성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결국 속도를 내기가 버거워서 천천히 주행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보드가 나에게 "야 난 슬슬 한계야... 더 밀어붙이다가 모굴이나 아이스 만나면 너 뒤질 수도 있어" 라고 경고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급사 + 모굴]
여기에 대한 리뷰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는데, 개인적으로 급사 + 모굴에서는 길이가 짧은 정캠이 가장 즐기기 좋았던 듯 싶습니다. 급사 모굴에서 직활강을 할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엣지를 잡아주면서 가야하는데, 아무래도 역캠의 특성 상 엣지가 잡아주는 힘이 부족하다보니 탈탈 털리더군요.


개인적으로 급사 모굴에서는 팝을 줘서 뒷발을 확 돌리는 턴을 좋아하는데, 팝이 거의 없으니 순전히 하체 힘으로 돌릴 수 밖에 없더군요. 두어번 급사 모굴에 도전했다가 체력이 쪽쪽 빨려서 그 이상 가는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급브레이크]
이건 예상치 못하게 역캠이 보여준 난조였습니다. 앞에 사람이나 장애물로 인해 급하게 브레이크를 걸어야할 때 정캠에 비해서 상당할 정도로 브레이킹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첫날에 정캠때를 생각해서 이쯤 멈추면 되겠지, 하다가 두어번 부딪힐 뻔한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아마 엣지가 잘 안걸려서 생기는 또다른 문제라고 예상되는데, 정캠에 익숙한 분들이 역캠을 탈 때 안전거리를 좀 더 유지해야될 것 같더군요.




[파크]
원래 파크에는 눈도 안마주쳤던 저였는데, 이 보드를 사고나서 뭔 간덩이가 부었는지 파크에서 킥커, 박스에 들이밀어봤습니다.


... 짧게 말하겠습니다...

역캠은 안되던 파크를 되게 하지는 못합니다... -_-; 정캠이던 역캠이던 그냥 연습만이 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댓글 '16'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조회 수
공지 장비전반 [장비사용기 이용안내] Rider 2018-01-11 9 22722
1836 데크 CAPITA SUPERNOVA 사용기 file [25] Brembo 2017-01-09 19 6125
1835 데크 2017 Ride Timeless Snowboard 사용기 file [10] 보드신생아❤ 2017-01-07 3 4520
1834 데크 요넥스 LLR/노빌레 SBX/F2 프로토 [10] 테카(Thecav... 2017-01-04 6 6783
1833 데크 옥세스 155 와이드 사용기입니다 [8] orthodox 2017-01-04 6 5951
1832 데크 16/17 엔데버 셀렉트 해머 160 스노우보드 ... file [24] FX마진 2017-01-04 5 9520
1831 데크 16/17 FLOW WHITEOUT 사용기 file [20] pepepo 2017-01-03 8 4824
1830 데크 1617 ZION WONK TRADITIONAL CAMBER file [3] 마르스98 2017-01-03 12 2187
» 데크 카빙 대세에 역행! 버튼 커스텀 트윈 플라잉... file [16] 고댱 2017-01-03 11 9666
1828 데크 네버썸머 프로토 타입 투 사용기(NEVERSUMME... file [25] 상남동폭탄 2017-01-02 7 7786
1827 데크 16-17 RIDE TIMELESS 158 사용기입니다. [14] K_style 2016-12-29 5 4685
1826 데크 1617 DWD GEEVES 162 데크 사용기입니다^^ file [6] 간지뚜~ 2016-12-29 12 2255
1825 데크 1617 neversummer proto type two (넵썸프로... file [14] 초킹만세 2016-12-26 9 3955
1824 데크 CAPITA SUPERNOVA 163W 개봉기 file [20] Brembo 2016-12-25 7 4686
1823 데크 Nobile SBX, 노빌레 보드크로스 데크 리뷰 file [16] KyungMin 2016-12-24 6 8000
1822 데크 NOBILE SBX WORLD CUP 사용기 file [18] Luna ^____^ 2016-12-22 8 5168
1821 데크 캐피타 수퍼노바 156 file [3] 리바인 2016-12-20 1 4862
1820 데크 프라이어 우드 163 사용기 ~ file [5] 준혁아빠~_^... 2016-12-19 3 4602
1819 데크 1617 트러스트 LLR 사용기 [19] 몬스터howl 2016-12-19 7 6533
1818 데크 캐피타 슈퍼노바 156 사용기 file [3] 보더보더윤 2016-12-18 2 5978
1817 데크 F2 eliminator basic 163 [4] 철인28종경기 2016-12-16 2 5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