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버드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헝글에 글을 남겨보는 군요.
그동안 직장에 24시간 헌신하느라 흑...
지금은 미친척하고 회사 때려치우고 여기저기 보드장을 떠돌아 다니는 중입니다.
요 시냅스 와이드는 제가 회사를 그만둔 날 데려온 녀석이네요.
그래서인지 이녀석을 볼 때마다 고생 많았던 회사 생활이 떠올라
기억을 잊으려 입에 거품 물고 하루 종일 전투보딩을 하게 됩니다.
이전에 신었던 부츠는 07-08 디럭스 비셔스였습니다. (끈)
정말 나를 위해 태어났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마음에 쏙 들었던 부츠였죠.
아웃쉘이 다소 크고 무거운 게 흠이긴 했지만 워낙 잘 잡아주고
제 취향에 맞는 하드한 부츠인데다 발이 편해 용서해 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3타임 연속 무조건 달리고 리프트에서만 쉬기'라는...
내공 100짜리 신공을 며칠 째 펼쳐주니 에어가 터져버리더군요ㅜ_ㅜ
오리발인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부츠 고르기가 얼마나 힘든지...
칼발은 오리발용 부츠를 신을 수 있지만 오리발은 칼발용을 못 신거든요.
안 그러면 발이 저려 설면의 상태와 가압의 피드백을 받기 힘들고
피가 안 통해 수명도 단축됩니다.
혈액순환은 장수의 비결이거든요.
머 어쨌든 처음엔 다른 비셔스를 찾아 학동역에서 샵 투어를 시작했는데
요즘은 디럭스가 거의 보이지 않더군요 헐...
발 볼 넓은 부츠의 대명사인데... 인기가 없어 요즘은 수입하지 않나 봅니다.
어쩔 수 없이 발 볼이 넓다는 다른 메이커들,
이를테면 32나 셀시우스 등을 신어보기도 했는데
마음이 잘 가지 않더군요.
32는 끈과 보아가 대부분이었고 (끈부츠는 불편하고 보아는 자꾸 풀려서 싫어함)
셀시우스는 예전에 무지 싸게 샀던 부츠였는데 요즘엔 왜이리 가격이 올랐는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어서였죠.
결국 시냅스 와이드를 신어보기로 했습니다.
아, 보딩 경력이 몇 년인데 왜 이제서야 그 유명한 시냅스 와이드를 신어봤냐구요?
그건 살로몬 부츠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칼발용 부츠를 만들던 회사라는 이미지 때문에 그냥 미웠거든요.
살로몬에게 저 같은 놈은 소외 계층.
그런데 원성이 자자하자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하고 내놓은 게 시냅스 와이드라는
이미지가 있어서-_-;
그런데...
발을 넣던 그 순간...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맑고 고운 소리...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아~~ 이건 정말 신이 내린 선물이었습니다ㅜ_ㅜ
제 생애 발 볼이 남는 부츠는 첨이었습니다.
발 등도 마찬가지구요.
뭐 이것 저것 잴 필요 없이 그냥 바로 현금 쥐어주고 나왔습니다.
30%에 1만원 추가 할인해주대요~
그리고 시즌을 개시하던 날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신었던 부츠들은 아무리 발이 잘 맞아도 첫 보딩에선 발이 아팠거든요.
발에 맞춰 이너가 변형되기 까지 1-2일 정도는 걸렸는데
이놈의 시냅스 와이드는 이미 발에 맞춰진 놈처럼 전혀 압박감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발이 노는 것도 아니었고 뒷꿈치 쪽은 날렵하고 단단해 잘 잡아주더군요.
라이딩감은 말라뮤트보다 살~짝 말랑한 수준이었구요.
다만 상대적으로 토 쪽은 느슨하게 느껴지는 게 좀 불만이었습니다만,
전체적인 피팅감으로 보자면 100점 만점을 줘도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끈 묶을 때마다 아싸라비야~ 있는 힘껏 땡겨 본 게 얼마만인지...
하지만 이놈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아웃쉘이 너무나 크다는 겁니다.
와이드라니까 그냥 넓이만 뚱뚱할 줄로만 알았는데 길이도 엄청 길더군요.
같은 사이즈 대비 제일 길고 뚱뚱한 부츠일 듯...
카빙을 몇 번 시도해 보다가 자꾸 부츠가 쓸려
바인딩을 앞 뒤로 이동시켜보기도 했지만 결국은 GG 치고 왔네요.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아웃쉘이 크기로 유명하던 디럭스 비셔스 보다도 더 컸고
심지어는 DC 285mm 보다도 더 크더군요ㅡ_ㅡ
DC도 아웃쉘 큰 편인데 쩝...
아무래도 시냅스 와이드 280mm는 타 사 부츠의 290-295mm쯤 되지 않을까 싶네요.
참고로 데크는 0809 로프트2 163, 0607 옵션 트레비스 윌리엄스 161 와이드였으니
데크에 비해 제 발이 오버사이즈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잖아도 부츠 끌림 현상 때문에 엄청 고민해왔는데...
아웃쉘을 재보지도 않고 충동 구매한 제 잘못이죠 뭐...
이놈 때문에 더비까지 사게 됐다면 말 다했죠.
(팔머 파워링크~)
더비 사용기는 나중에 시간 되면 또 올리기로 하구요,
여하튼 발 볼이 넓은 분들에게 습관처럼 시냅스 와이드를 추천하곤 하지만
만병 통치약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발 사이즈가 270mm 이하이면서 발 볼이 넓은 분들이라면 모를까
애초에 280mm 이상의 왕발인 분들에게 시냅스 와이드를 신기게 되면
데크 밖으로 살벌하게 튀어나와 있는 부츠를 발견하게 될 겁니다ㅡㅡ;
발이 편한 부츠가 최고라지만 아무리 편해도 시즌 내내 카빙 한 번 못 박아보고
마칠 수는 없잖습니까?
이놈이 아웃쉘만 작았다면 지금쯤 이 글은 완전 살로몬 찬양 & 광)고 글이 되었을 텐데..
참 아쉽네요.
한 줄 요약 : 좋다 말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