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랫만에 헝그리보더에 글을 남깁니다. 0910시즌에 구입한 이월모델이었는데 사용기를 꼭 써야겠다 생각은 했지만
제가 스노보드를 단 몇 주 만에 평가할 실력이 안되다 보니 이래저래 미루다가 이제서야 사용기를 적게 되네요.
게다가 작년 시즌엔 약간 스노보드 자체에 흥미를 잃기도 해서 헝그리보더에 오는 것 조차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먼저 바탈레온이라는 브랜드는 잘 아실거라 생각됩니다. 캐나다 쪽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인데
이상하게 한국에서는 반짝하고 좀 묻힌 경향이 있는 회사죠.
바탈레온은 트리플 베이스라는 기술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는데요. 그 트리플 베이스는 아래와 같은 형태의 베이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위의 그림에서와 같이 허리부분은 평평하지만 양 끝으로 갈 수록 엣지 부분이 들리게 됩니다. 삼단으로 말이죠. 이러하여 트리플 베이스란
명칭을 사용하게 됩니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이렇게 함으로써 역엣지가 약간 적어질 수 있는 효과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트리플 베이스의 장점이
역엣지 억제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국내에서는 대표적인 역엣지 방지 시스템으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트리플 베이스는 형태에 따라 3종류로 나누어지게 됩니다.
1) TWIN TBT(Triple Base Technology)
2) FREESTYLE TBT
3) FREERIDE TBT
참고로 검정색은 평평한 부분, 흰색은 들려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TWIN TBT는 트루 트윈덱이고 노즈와 테일쪽에 평평한 부분이 넓습니다. Freestyle TBT는 약간 셋백이 있는 디렉트윈이구요.
평평한 부분이 약간 좁고 들려있는 부분이 약간 넓습니다. 마지막 FREERIDE TBT는 디렉셔널이구요. 노즈 부분의 평평한 베이스가 굉장히 좁고
들려있는 구간도 넓고 깁니다.
바탈레온에서 양 끝의 엣지부분이 들려 있는 이유는 역엣지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엣지 체인지나 직활강 등에 있어서 불필요한
엣지와의 마찰을 줄여서 빠른 라이딩을 하도록 만든 것이구요. 그런 이유에서 트윈으로 갈 수록 그 엣지가 들리는 구간이 짧고 프리라이드로 갈 수록
길어서 마찰을 최소화 하게 됩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TWIN TBT >> 평평한 구간이 넓어 랜딩이나 트릭시에 안정적이다.
FREERIDE TBT >> 들려있는 구간이 넓고 길어 라이딩시에 유리하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물론 FREESTYLE TBT는 그 중간 단계정도 되겠지요.
저는 약간 기술지향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남들이 좋다는걸 타기보다 그게 무엇 때문에 좋은 것이냐? 에 의문을 가져왔죠.
같은 나무 같은 모양 같은 재료로 만들었는데 체감하는 사람들은 천지차이의 경험이 나옵니다. 따라서 그런 부분들을 다 제쳐두고 스펙만으로
내가 원하는 덱을 선택해보자고 마음을 먹고 장기간의 공부 끝에 바탈레온 0809 모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절대 돈이 없어 이월을 구입했던 것은 아님 –_-;)
사설을 줄이고 본격적으로 사용기를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바탈레온 RIOT은 TWIN TBT를 사용한 바탈레온의 파크용 데크 중 최상위 제품에 속합니다.(당연하게도 전체 최상급 제품은 아닙니다. 바탈레온 전체의 최상급 데크는 마운틴용 프리라이드 덱입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바탈레온 이블 트윈의 상위 모델입니다.
이블 트윈과의 차이점은 이블 트윈은 철저하게 대중을 위해서 만들고 검증된 결과를 토대로 제작을 합니다. 반면 RIOT은 철저하게 실험적이며 기술지향적인 데크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외형은 정말 별거 없습니다. 언제나 검정색과 흰색으로만 제작을 하고 있습니다. 외형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덱입니다. 그게 오히려 스키장에서
튀게 보일 수도 있다고 스스로를 정신수양하니까 그럭저럭 봐줄만 합니다. 외형만으로는 요즘 추세의 화려한 데크들과는 좀 거리감이 있습니다.
뭐… 사이즈에 관한 스펙은 의미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적지는 않겠습니다.
그냥 151길이에 트루트윈이고 트리플 베이스를 가지고 있는 파크용 덱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들어간 핵심 기술은 다음과 같습니다.
- 베이스 : 신터드 3000
- 코어/첨가제 : 케블라 / 카본 / 4축 유리섬유
제가 예전에 작성한 칼럼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위의 스펙만 보면 과연 이 데크가 파크용 데크인가? 하는 생각이 드셔야 맞습니다.
스펙만 가지고는 전형적인 각 제조사의 최상급 라이딩용 데크죠… 하지만 바탈레온 RIOT은 파크용 데크에 이런 말도 안되는 기술을 첨가하였습니다.
보통 신소재가 많이 첨가된 데크들은 가볍게 제작이 되는데 그다지 가볍지는 않습니다. 무게를 재본지 오래서되서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만,
일반적인 데크보다 약간 가벼운 수준입니다. 무게로 인한 이득은 별로 기대할 것이 없습니다.
라이딩 부분
트루트윈 데크이면서도 라이딩시에 엄청난 성능을 보여줍니다. 엄청난 반응성 때문에 리바운딩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느낌이 약간 미묘합니다만
그 리바운딩을 통제할 수가 있습니다. 아마 트리플 베이스의 영향인 것 같습니다.
처음 트리플 베이스 데크를 구입할 때 들었던 걱정이 아무래도 양끝의 엣지가 들려있기 때문에 카빙을 할 때 더 심하게 각도를 줘야하지 않나? 혹은
엣지 체인지가 좀 더 느려서 느낌이 이상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바탈레온 사용기를 보면 엣지 체인징할 때
뭔가 이상하다, 브레이크를 걸 때나 카빙을 할 때 좀 더 각을 줘야한다 는 등의 소감이 많아서 걱정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오히려 더욱 빠르고 부드럽습니다. 카빙을 하기 위해 더 큰 각도로 날을 세우는 느낌도 전혀 없습니다. 어차피 실제로 각도를 세우는 느낌을 주는 부분은
허리 부분인데 그 부분은 평평하다 보니 각을 더 줘야 한다던가 하는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타던대로 타면 됩니다.
정말 놀라웠던 부분은 활주성 부분인데요. 활강시에 역엣지의 위험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따라서 파크에서 어프로치 할때나 높은 경사에서 직활강을 할 경우에도
컨트롤을 잃거나 역엣지의 걱정 없이 매우 자신있게 라이딩이 가능합니다.
베이스도 상당히 빠른 편이라 라이딩시에는 정말 다이나믹하고 즐겁게 놀 수 있습니다.
트윈 덱임을 감안 하면 정말 라이딩에서만큼은 100점 만점을 주고도 남습니다.
트릭 부분
요즘 추세가 그라운드 트릭이나 파크, 지빙이라서 이런 부분의 강점이 데크를 구매하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만… 바탈레온 RIOT은 뭔가 좀 애매합니다.
하드한 데크는 그라운드 트릭이나 스트릿(지빙) 쪽에서 사실 장점보다 단점이 많습니다. 알리는 어차피 사람이 뛰는 것이고 잘 뛰는 사람은 뭘로 해도 잘 뛰고
못 뛰는 사람은 뭘로 해도 못 뜁니다. 제가 절대로 믿지 않는 사용기가 "데크를 바꾸고 알리를 쳤더니 하늘 높이 날아 올랐어요~” 인데요. 이전에 쓰던 데크가
너무나 찰랑찰랑했던 데크가 아니라면 일반적인 프리스타일 혹은 파크용 덱에서 그런 정도의 차이는 발생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힘이 좀 더 들어가고
적게 들어가고의 차이는 있겠지요. 그냥 튕겨주는 기분이야 들긴 하겠지만 그건 그야말로 기분일 뿐 실제로 뛰어지는 높이는 별반 차이 안납니다.
먼저 바탈레온 RIOT의 알리 부분을 보자면… 네… 일단 시도자체가 좀 부담 스럽습니다. 데크가 워낙에 하드하다 보니까 한 번 뛰기도 좀 그렇습니다.
다만 트리플 베이스가 적용되어서 역캠버 데크로 뛸 때처럼 조금 안정적으로 타이밍을 잡아낼 수 있는 정도는 있겠습니다. 분명히 탄성은 엄청나게 좋습니다.
무식하게 탄성을 끌어내본적도 있긴 합니다만 결국 높이는 거기서 거기…
제가 하체 힘이 좀 좋은 편이라 버터 투 버터 하면 열바퀴도 넘게 돌고 그러는데…. 결정적으로 이 데크를 타고 부터 버터 투 버터를 못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하드합니다. 프레스를 체중 실어서 걸수는 있는데 버터 투 버터 같이 체중을 계속 옮겨줘야 하는 기술에서는 정말 제 신체 능력을 한계를 경험했습니다.
이 데크로 지빙은 일찌감치 포기하는 편이 좋습니다.
반대로 파이프나 킥커에서는 제대로 입니다. 제가 파이프를 잘 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냥 저냥 즐기는 편인데 립을 벗어날 때 약간 팝을 주는 경우에
너무나 부드럽고 시원하게 튕겨줍니다. 게다가 토션이 단단해서 타고 올라가는 느낌도 너무나 안정적이구요.
킥커는 제가 좀 겁이 나서 잘 뛰어보진 못했지만… 그냥… 좋은 것 같습니다…. 아… 이건 제 실력의 한계라서… 어떤 데크로 뛰어도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지만…
그나마 몇 가지 장점은 활강시 어프로치 할 때 베이스 라이딩이 안정적이니까 어프로치 할 때도 상당히 안정감을 느끼긴 합니다. 랜딩시에서는 분명히 강점이 있긴한데
약간 실력이 모자른 보더에게는 슬립 잡기가 좀 힘들 수도 있습니다. 보통 랜딩을 할때 초보들은 체중이 뒤로 가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 경우에는 절대로 슬립을
잡을 수 없습니다. 일반적인 데크에서는 잡힐 슬립이어도 바탈레온에서는 얄짤없이 그대로 돌아갑니다. 좋게 생각하면 역엣지 걸릴 확률이 좀 줄 수 있겠고
나쁘게 생각하면 슬립을 최소화하는 깔끔한 랜딩은 좀 힘들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정석적으로 체중 뒤로 안빼고 슬립 잡으시면 전혀 문제 없지만
저같은 키커 공포증을 가진 사람에겐 좀 힘든 것 같습니다.
지빙은 시도도 못해봤습니다…. 일단 베이스가 신터드 베이스라…. 도저히 아까워서 박스나 레일은 들이댈 수가 없었습니다. 지빙은 압출성형 베이스로…. 권장합니다. ㅎㅎ
물론 시도 할 수는 있겠지만 워낙에 하드하다 보니까 제대로 스타일이 나오긴 힘들 것 같습니다.
정말 트릭 부분에선 뭐라고 평가하기가 좀 애매합니다. 그냥 파이프용 데크라고 생각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총평
바탈레온의 파크용 최상급 데크입니다. 하지만 인기가 너무 없어서 0910년도 부터는 151 모델은 아예 만들지도 않았습니다.(제가 0809모델을 구입한 이유)
0910부터는 오로지 155, 159만 생산합니다. 그 만큼 수요가 없단 이야기겠지요. 반면 이블 트윈 같은 경우는 0809 RIOT에 사용되었던 기술들을 일부 흡수해서
0910년도에는 기술적으로 상당히 발전한 상태로 출시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상하게 바탈레온은 한국에서 이슈가 안됩니다. –_-;;;
화려한 외형에 소프트하고 작은 사이즈의 데크가 선호되는 세계적인 추세에서 바탈레온 RIOT은 절대 보편적으로 사랑 받을 수 있는 모델은 아닙니다.
단조로운 외형 엄청난 토션과 반응성… 그에 따른 하드함… 게다가 이런 요소들을 라이딩용 데크도 아닌 파크용 덱에 적용시켰다는 점…
한마디로 쉽게 가지고 놀만한 데크는 아니라는 겁니다. 관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왁스를 엄청나게 많이 먹고… 왁스가 소모되는 속도도 장난이 아닙니다.
결정적으로 왁싱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듭니다. 트리플 베이스라서 한번에 쭉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왁싱하다 다리미를 집어 던지고 싶었던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요즘에는 스타일을 뽐내기 위해 그라운드 트릭이 용이한 데크를 선호하시는데요.(저도 그렇습니다만) 아주 못해먹을 정도는 아닙니다. 간단하게
원메이크 트릭에서는 스케일도 크고 멋지게 보여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에 그라운드 트릭의 핵심은 프레스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면에 있어서 RIOT은 쥐약입니다. 스핀 후 프레스 연결… 버터에서 아웃 스핀으로 이어지는 트릭류에서는 정말 힘들고 스타일도 별로 안삽니다.
일단 프레스가 자연스럽게 걸려야 스타일이 나오는데 데크 휘기 바쁜 상태라 스타일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_-;
그라운드에서 한 방짜리 원메이크 트릭을 선호하시는 분이라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일반적인 그라운드 트릭에서는 능력의 한계를 체험하게 해줍니다.
애초에 그러라고 만든 데크도 아니구요.
그냥 오랫만에 글을 써보는 거라 주절이 주절이 말이 많았지만 그냥 두 줄 요약해보겠습니다.
장점 : 엄청난 라이딩 능력, 파이프, 킥커(?)에 강하다.
단점 : 그라운드 트릭 및 지빙에 취약… 왁싱하기가 짜증난다. 왁스도 엄청 빨리 닳는다.
PS1.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너무나 마음에 드는 데크입니다. 스노보드 데크도 결국 트레이드 오프가 있기 때문에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죠. 하지만 종합적인 면에서
정말 매력적인 데크이고 앞으로 어디에서도 만나기 힘든 데크이기 때문에 더 정이 갑니다. 게다가 앞으로 바탈레온에서도 151 사이즈는 생산이 안됩니다. ㅎㅎㅎ
PS2. 데크의 탄성(알리시)을 체크하는 확실한 방법은 원풋 알리를 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신체능력 대비 하드함, 소프트함 상관없이
원풋 알리를 하게 되면 데크에 충분히 힘이 실려서 탄성을 알아내기 쉽습니다. 원풋 알리 후 테일이 따라오는 느낌에 따라 탄성을
체크할 수 있는데요. 탄성이 강한 데크일 수록 뒤쪽의 높이가 더 높게 나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실제로 높이에 큰 차이는 없지만
아무래도 테일이 강력하게 따라오기 때문에 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반대로 탄성이 적을 경우 테일이 질질 끌리는 느낌이 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