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pureboarding.com/movies/carve_dsl1.ramhttp://www.freechal.com/chonmaboarder카빙, 카빙.. 스키건 보드건 간에 사람들은 라이딩이 조금 된다 싶으면
여지없이 그노무 '카빙'에 목을 매기 시작한다.
카빙에 관한 오해도 가지가지다.
대개의 사람들은 카빙의 증거로 지나온 자국이 칼로 그은 듯이 얇은 원을
그리는 것을 들지만 이것은 부정확하다. 조금 슬러쉬 설질인 날에는 약간만
날을 세운 슬라이딩 턴으로도 설면 깊숙이 칼자욱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뽀송뽀송한 눈에서는 칼자욱으로 카빙의 궤적을 찾아보는 것이 분명 의미있는
일이지만, 대한민국 스노우 리조트 환경에서는 확인할 여건이 안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 한 두놈이 그어야 어느 것이 내 것인지 알지!)
카빙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단순화시키자면 턴을 하는데 있어서 베이스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오로지 강력한 프레스('加重'이라고 한다)에 의해 휘어진
데크의 엣지만을 이용한 턴이다.
업다운에 익숙해지고 데크에 기울임을 조금 능숙하게 줄 수 있을 무렵이면
이런 건방진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난 카빙 아니면 안 타~" <== 이런
자들은 데크로 볼기를 좀 맞아야겠다.
카빙은 굉장히 제한적인 턴 기술이다.
모든 슬로프 환경에서 카빙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울퉁불퉁한 슬로프나 급경사에서는 카빙을 할래야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다)
비교적 카빙이 쉽다는 알파인 보드조차도 적절한 슬라이딩이 가미된 턴이
반드시 필요하다.
혹시 알파인 슬라롬 경기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속도를 많이 내기 위해
물을 뿌려 얼려놓기까지 한 경기 슬로프에서 선수들은 컨트롤을 위해
당신들이 그토록 증오(?)하는 뒷발차기를 아주~ 능숙하게 구사한다.
김현식 프로의 말에 의하면, 슬로프 전체를 내려오면서 카빙을 안정된
자세로 할 수 있는 비율은 20% 남짓이다. 자, 이래도 당신은 카빙 아니면
절대로 안 탈 것인가? 당신은 혹시 빠른 사활강을 카빙이라고 오해하며
뿌듯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오늘의 주제로 돌아와서 '익스트림 카빙'에 대해 말해보좌.
흔히들 동영상에서 거의 눕다시피 몸을 기울여서 마치 입으로 눈을 불도저
처럼 쓸어 먹어버릴듯 턴을 하는 모습을 보고 익스트림 카빙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졸라 멋지긴 멋지다!
그런데 조금만 센스가 있는 보더라면 익스트림 카빙을 하고 있는 라이더의
자세가 일반적인 업다운의 카빙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프레스의 강도가 최정점에 이르는 시기의 라이더의 하체를 보라. 거의
무릎을 편, 말하자면 누워서 선 자세에 가깝다는 것을 보게 된다.
무릎을 굽힌 다운 자세의 프레스가 아닌 것이다.
이것이 흔히들 말하는 밴딩턴, 내지는 다이나믹턴, 또는 뷔텔리턴의 다운
자세인 것이다.
일반적인 업다운은 엣징의 체인지가 느리고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허벅지
근육으로 견딜 수 있는 프레스의 강도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원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강력한 카빙턴에서는 오히려 발을 뻗으며
프레스를 가하는 다운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더불어 업 자세에서는
발중(가중의 반대)시키기 위해서 무릎을 펴며 몸 전체를 프레스의
반대방향으로 들어올리는 일반 카빙보다는, 단지 무릎을 굽히며 하체를
당겨올리는 밴딩턴의 업 동작이 훨씬 빠르기 때문에 업 자세 역시
일반 카빙과는 반대로 행하게 된다. (으? 다들 아는 내용이라고? -_-;)
어쨌거나 익스트림 카빙은 분명 뽀다구 작살에다가 턴이 감기는 느낌 또한
마약에 가까울만큼 낭창낭창하여 누구나 해 보고 싶어 하지만, 문제는 일반
카빙보다도 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일단 날이 적당히 박혀서 그립력을 확보할 수 있는 설질이 필요하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일년에 몇번 맛보기 힘든 설질이다. (자연설이 1미터 넘게
쌓이거나, 인공설을 잔뜩 뿌린 후 지나치게 눌러놓지 않은 뽀송송한 설질이
요구된다) 거의 시즌 내내 아이스반에 가까운 강설 아니면 놋데리아 슬러쉬
같은 질퍽한 설질만 맛 볼 수 있는 국내 실정에는 그림에 떡인 턴 방식이라
하겠다.
더구나 이 턴은 속도경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턴 반경이 크고 동작 또한
커서, 누가누가 기문을 요리조리 통과해서 빨리 들어오나 하는 경기에서는
꼴등하기 딱 좋은 턴이다. 속도만으로 따지자면 쓸모 제로인 뽀다구용인
것이다.
으? 그래도 나는 곧 죽어도 해보고야 말겠다고?
그렇다면 일단 알파인으로 전향하라. 유효엣지가 긴 알파인은 익스트림
카빙에 가장 좋은 장비이다.
그게 어렵다면 당신의 프리라이드 보드에 바인딩 세팅을 양발 모두 가장
뒷쪽으로 밀고 바인딩 각도는 45/21 정도로 이빠이 전방을 향하도록 맞춰라.
그리고 엣지날을 쓰릉쓰릉 잘 갈아서 머리카락을 세로로 놓으면 두 갈래로
쪼개질 정도로 날을 벼려라. 나머지는 당신의 노력과 연습 여하에 달렸다.
더불어서 눈을 쓸어내리느라 금새 닳아버릴 장갑과 바지무릎단을 위해
여벌을 준비하던가 토시를 끼던가 아무튼 모종의 조치를 취하라.
마지막으로, 어린이날 서울랜드처럼 복닥거리는 국내 슬로프에서 좌우로 큰
회전 반경때문에 뒤에서 직활강으로 오던 스키어와 충돌하지 않기 위해
뒷통수에도 눈알을 하나 더 달기를~
너무 비관적인 내용이라고 입이 한발이나 나온, 뾰루퉁 삐진 보더에게 살짝
고백한다.
사실은 나도 맨날 드러눕는 카빙 한번 해보겠다고 온갖 지랄이라는 거슬.. ^,.^; 끝.
ps. 사진은 자료실의 [윤군]님이 올리신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으? 아무도 안 기다렸다고요? ㅠ.ㅠ)
앞으로 각종 트릭을 연습하면서 각종 쪽팔리는 경험이 축적된 연후에 다시 올릴 거슬
약속합니다.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