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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비구입기

 

초보분들이 장비 구입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짧게 몇 편 올립니다.

 

 

 

#1

 

 

너구리 같은 녀석들과 스키장에 가는 기분이 별로 유쾌하지는 않다.

저번 주 당구장에서 약속한 여행이므로 가기는 가는데 여자친구가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조금 신경 쓰였고

남자들 6명끼리 가는 스키장에 뭐 대단한 것이 있으랴…..

항상 그랬듯이 삼겹살과 라면만 먹다가 저녁에는 맥주 콘도에는 도박장 같은 담배연기로 자욱할 것을 생각하면

우정을 위해서 가는 모임이지 특별히 바라는 것은 없다.

 

이렇게 사는 게 인간답게 사는 거라고 생각하는 친구A군이 오래 전부터 예약한 크리스마스 연휴라 거부하지도 그렇고 뭐 일단은 간다. 3때 면허를 획득한 친구A군과 재수할 때 획득한 B군의 차량으로 알프스까지 가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B군은 애인과 영화를 보고 출발한다고 했으므로 선발대로 4명이 A군의 차량을 타고 B군은 분당으로 이사간 C군의 과외가 끝나면 같이 만나서 온다고 한다.

 

집에서 스키를 주섬주섬 챙기고 옷 가방을 들고 A군의 아파트 주차장으로 갔는데, 눈이 계속 내린다. 야구모자에 후드 하나 입고 있었으므로 옷을 꺼내서 입을까 하다가 그냥 눈만 피할 곳을 찾아서 기다렸다. 다른 친구D군으로 보이는 녀석이 가방 하나만 들고 온다.

 

-왔어? 스키는??

-   다용도실에서 빼려니까 귀찮고 그냥 가서 빌리려고 아마 내 스키보다 렌탈 스키가 더 좋을 거야. 그리고 A녀석 차 케리어에 모두 싣기도 힘들다고 해서 그냥 왔어.

-. 그렇구나.. 렌탈권 있으니까 그걸로 빌리면 되겠네.

-    응 그럴려구. 이번에 가면 소년이 여자들 책임진다고 했다면서??

-미친거 아냐? 난 사귀는 사람이 있는데 자꾸 이상한 말 하지마. 크리스마스 때 너희들과 스키

 타러 간다고 안 그래도 눈치 보여 죽겠어.

 

친구녀석과 잡담을 하고 있는데 씩씩거리며 A가 주차장으로 나왔다. 부모님께서 영동지역에 폭설

이 내린다고 절대로 운전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가거나 집에 있으라고 했다고

A는 짜증을 내며 터미널에 버스 시간을 알아본다며 전화를 건다.

 

사실 우리 부모님도 걱정을 하셨으므로, 기왕에 이렇게 된 거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었다. 버스를 타면 역시 장비를 두고 가야 한다. 귀찮기는 했지만 다시 집으로 가서 장비를

두고 부모님께 안심하는 표정을 읽은 후 회비인상이라는 핑계로 용돈을 더 받아서 나왔다.

남자 4명이 버스를 타고 알프스를 간다.

그림이 좋지 않다. 맨 뒤에 앉아서 죽은 생선마냥 잠을 잔다. 경치가 좋거나 친구들의 유쾌한

대화 따위는 없다. 그래도 대화가 밝아지는 것은 여자이야기가 일어날 때이다.

누가 미팅을 주선한다고 하더라,, 모모여대 애들과 5:5로 만나는데 강남역은 너무 창피하다.

누구는 동시에 3명의 여자를 만나다더라 등등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또 다른 이야기는 어제 당구장에서 있었던 일,,,,,, 참 오락거리가 없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남자들이 잠을 잔다.

휴게소에 10분간 정차 한다는 기사아저씨의 안내 멘트를 듣고 참고 참았던 쉬를 하려고 친구녀석

이 달려간다. 참으로 모양새 없다. 아까부터 그렇게 음료수를 마셔대더니;;;;

화장실>커피와흡연>탑승 남자친구들끼리의 여행은 아니, 우리의 여행은 항상 이렇다.

 

이놈의 알프스는 멀기도 멀다. 내가 오리지널 알프스는 가보지 않았지만 예전부터 느낀 것인데

알프스는 가면 갈수록 시설이 촌스럽다고 느껴진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에 여기만 예약이 잡혀서

땡큐라 생각하긴 한다.

도착 후 짐을 들고 A는 키를 받으러 갔고 남은 친구들은 그 사이를 못 참고 춥다고 투덜거리며

어서 콘도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콘도 안은 뭐~~ 한 괜찮은 시설이다. 남자6명 놀기에 좋은 사이즈라 생각한다. 나는 짐을

풀고 당연이 아무것도 없을 냉장고를 한번 열어본다. 친구B C는 나중에 오기로 했으므로 우리

는 먼저 스키를 타자고 이야기했다. 사실 그렇게 타고 싶지는 않았다. 급한 것도 아니고 잠이나

좀 자다가 내일부터 탔으면 좋겠는데 단체생활이 그렇듯이 이럴 때 혼자 빠지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으므로 옷을 챙겨 입고 나갔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한 리조트는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많아 보였고, 우리와 비슷한 여대생

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A가 걷은 회비로 분주히 뛰어다니며 리프트권을 할인 받아 끊고

스키를 빌리려고 한다.

 

 

나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내 것을 사용하지 않을 바에 차라리 다른 것을 타보자

라고 생각하며 새것으로 보이는 보드를 렌탈하기로 했다.

이때가 아무 계획 없이 접한 스노보드의 시작이었다. 렌탈 직원은 레귤러인지 구피인지도 확인도

없이(뭐 당연히 레귤러라 생각한 듯) 부츠 사이즈만 묻고 장비를 줬다.

 

장비를 받고 정확히 1분 뒤에 후회했다. 친구들은 바로 스키를 신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는

버벅거리며 이거 뭐 어떻게 신는지는 알겠는데, 모두 신으면 움직이지 못하고 하나만 하면 불편

하고 난감해 하며 주변을 돌아보는데 보드를 타는 누군가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요즘도 가끔 그 때를 생각하면 영화처럼 그 장면이 눈에 아른거릴 정도로 모두 기억이 난다.

 

그게 내 보드의 시작이었다.

 

누군지 모르는 그의 능숙한 스케이팅을 보고 그를 따라 스케이팅을 하며 친구들이 서 있는 곳으

로 엉거주춤 이동했다. 나의 첫 보딩은 스케이팅이 시작이었다. 사실 요즘 보드를 안고 타는 사람

들을 보면 그 심리를 이해하지만, 첫 선생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주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혹시 립트 권을 구매하고 한번만 사용한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

 

친구들은 모두 스키를 잘 타므로 당연히 올라가면 최정상이다. 보드를 태어나서 처음 만난 내가

친구들에 이끌려 정상으로 올라갔는데 이건 뭐 스키랑 완전 다르다. 발이 모두 묶여있잖아!!!!!!!!

모두들 내려가는데 나는 멍하니 앉아있다. 돌이켜보면 얼마나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인가……;;;

지나고 나면 추억이지만 정말 위험하고 멍청하며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난 알프스 정상에서 내려오는데 정확하게 3시간 30분이 걸렸다…….

 

 

 

 

내 첫 보딩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엮인글 :

Js.MamaDo

2012.03.13 19:55:57
*.33.152.185

ㅋㅋㅋ 보통정상에 빵하고우유주고 버리잔아요ㅋ

v곰사탕v

2012.03.13 21:44:01
*.23.175.233

ㅋㅋㅋ 난 아무것도 안주고 버렸는데...ㅋㅋ

소년인남자

2012.03.16 16:35:22
*.98.178.117

친구녀석 첫 보딩을 정상으로 데리고 갔더니 점심식사때 2인분 먹고 3일간 콘도에서 tv만 봤던 c군이 생각나는군요.;; 그날 저와 다른 친구들을 찌르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초짜중의초짜

2012.03.13 19:56:45
*.155.85.118

와 완전 뭘 쓰든 재미지게 잘쓰시네요 ㅎㅎㅎㅎㅎ애독자에요~ 너무너무 잘봣씁니다~

초짜중의초짜

2012.03.13 19:56:45
*.155.85.118

와 완전 뭘 쓰든 재미지게 잘쓰시네요 ㅎㅎㅎㅎㅎ애독자에요~ 너무너무 잘봣씁니다~

소년인남자

2012.03.16 16:36:58
*.98.178.117

뒷발질에 불과합니다. 훗

Js.MamaDo

2012.03.13 19:56:48
*.33.152.185

이글도 2편이있는거죠?ㅋ

소년인남자

2012.03.16 16:37:22
*.98.178.117

짧게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 훗!

DK!

2012.03.13 20:01:05
*.99.227.175

하..
저도 용평 핑크 내려오는데 45분이 걸렸었죠 ㅠㅠㅠ

소년인남자

2012.03.16 16:38:23
*.98.178.117

45분이시면 빨리 내려오셨네요. ^^

miiin♥

2012.03.13 20:01:52
*.212.250.218

오~!!! 담편도 올려주세요~ !!+_+ 기대되요 ㅋ

소년인남자

2012.03.16 16:38:56
*.98.178.117

+___+! 훗!

뿌라스

2012.03.13 20:11:34
*.235.234.20

알프스경험자시라면 ㄷㄷㄷ 게다가 당시 나이까지 고려하면

글쓴분 연령대는 최소 30대 중후반!!

소년인남자

2012.03.16 16:39:44
*.98.178.117

음... 비밀입니다.

꼬부랑털_스키보더

2012.03.13 20:38:52
*.118.86.70

2편 올려주세요 현기증난단 말이에요

소년인남자

2012.03.16 16:40:20
*.98.178.117

다음에 뵙게되면 박카스를 사드리고 싶네요. ㅎ

Jekyll

2012.03.13 21:12:06
*.214.117.49

진부 알프스 시절에 보드를...
선구자 시군요...
보드도 못타는 두시즌 주제에.... 진부 알프스를 아는 난 뭐지? 쩝!

저승사자™

2012.03.13 23:53:04
*.32.42.176

그냥 나이든 사람....








죄송 ㅠ

소년인남자

2012.03.16 16:40:47
*.98.178.117

훗!

v곰사탕v

2012.03.13 22:00:28
*.23.175.233

재미있게 읽었습니다..^^ㅎㅎ

소년인남자

2012.03.16 16:41:17
*.98.178.117

감사합니다. 곰사탕님~

밥보다보딩

2012.03.13 22:34:16
*.104.231.47

재밌어용~乃 ㅎㅎ

소년인남자

2012.03.16 16:41:36
*.98.178.117

감사합니다. 밥보다보딩님~ㅎ

by_danny

2012.03.13 22:35:42
*.136.41.206

다른 시리즈 시작이군요. ㅎㅎ
0506 보드의 시작을 저도 알프스에서 했는데.
감회가 새롭네요~

소년인남자

2012.03.16 16:43:00
*.98.178.117

알프스도 매우 좋은 곳이었는데 아쉽네요..^^

by_danny

2012.03.13 22:35:42
*.136.41.206

다른 시리즈 시작이군요. ㅎㅎ
0506 보드의 시작을 저도 알프스에서 했는데.
감회가 새롭네요~

파란날개

2012.03.13 22:45:26
*.226.216.115

장편소설의 서막의 시작인듯하네요...
저도 첨 보드 배운게 생각나네요,,, 무주 혼자가서 시작했는데 ㅋㅋㅋ

소년인남자

2012.03.16 16:43:48
*.98.178.117

독학으로 시작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으신 듯 합니다. ^^

릴량

2012.03.14 09:48:40
*.234.199.68

고2때 알프스에서 방팅 성공해서 가봤더니, 이화외고 2학년들이 단체로와서 행복했었던 기억이 ㅎㅎㅎㅎㅎㅎ

소년인남자

2012.03.16 16:45:26
*.98.178.117

방팅은 앞으로는 사라질 단어겠죠? ^^ 제 추억중에도 방팅으로 행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엘미나

2012.03.20 23:02:44
*.226.220.124

알프스 어서 많이 들은 이름인데 중학교땐가 가봤는데 거기가 도대체 어디죠??

惡夢

2012.03.14 10:35:02
*.7.206.98

우와!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소년인남자

2012.03.16 16:46:24
*.98.178.117

감사합니다 악몽님. ㅎ 좋은 꿈 꾸시길... ^^

덴드

2012.03.14 11:45:46
*.147.34.37

휘팍후기 끝나서 아쉬웠는데 또다른 소설이! 훗!

소년인남자

2012.03.16 16:46:45
*.98.178.117

훗!!

byhobak

2012.03.14 13:41:05
*.47.147.141

다시 소석 시작이네욤 ㅎㅎㅎ

전 첫보딩때... 휘팍에서 펭귄을 3시간걸려 내려 와서...

오전립트권 끈냈던 기억이 ㅎㅎㅎ

소년인남자

2012.03.16 16:47:59
*.98.178.117

지나고보면 3시간을 내려오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인데, 처음에는 왜 그렇게 힘들고 어려웠는지.. ^^

물러서지마

2012.03.15 14:05:31
*.84.242.121

아 3시간 30분...
저도 용평 엘로우 첨가서 3시간 리프트 끊고 3번 탓죠..
1번당 1시간...

소년인남자

2012.03.16 16:52:09
*.98.178.117

훗! 모두들 그런 추억이 있으시군요 ㅎ
그리고 다음날 온 몸이 아프고 몸이 무거웠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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