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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장에서 일해 온 김씨는 가난했지만 거동이 불편한 노모(73)와 부인 유씨, 12살, 9살, 5살인 세 아들까지 여섯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었다. 부인 유씨는 자동차 부품관련 부업을 하며 반찬값을 벌었지만 아이들이 아버지를 잃고 난 뒤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해 현재는 일손을 놓은 상태다.
피의자 김군의 가족들은 사건 뒤 유가족에게 찾아와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 빚을 내서라도 병원비와 장례비 일체를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김군 가족들의 말을 믿고 경찰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이 진술로 법원은 김군 등에 대해 영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그 뒤 김군의 가족은 곧바로 연락을 끊어버렸다. 이 사건에 대해 병원비 외에 피해자 가족과 합의도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검찰이 재차 김군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마저도 “피해자가 폭행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유씨는 “남편을 잃은 고통도 컸지만 이제는 빠듯한 살림에 당장 장례를 치르는 일이 발등의 불이었다”며 “왜 그날 편의점에서 혼자 집에 돌아갔는지 왜 경찰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는지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유씨는 현재 비가 새고 곰팡이가 잔뜩 낀 반지하 집에서 병든 시어머니와 세 아들을 홀로 부양하며 살고 있다. 3년 전 가스비를 못 내 도시가스마저 끊기면서 냉기 가득한 거실에서 스티로폼 하나에 의지해 다섯식구가 잠을 청하고 있다.
검찰은 29일 김군과 신씨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사건을 매듭지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의 고통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