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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병으로 다시 뒤숭숭해진 봄날, 약 두 달 만에 용평을 방문했습니다. 용평에 환자분들 많은 거 알고 있지만 전 그 축에도 못 끼며 관광이 아닌 핸드폰을 찾기 위해 갔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흐음...저 환자 아닌거 맞죠?) 지난 시즌 2월 24,25일 폭설이 내렸을 때 딸래미와 함께 슬로프를 벗어나 렌보2 옆에 리프트 길을 따라 어설픈 한국판 트리런을 흉내내다 자켓 주머니를 잠그지 않아 아이폰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당시 눈이 허벅지까지 빠지는 습설이라 찾을 엄두를 못내고 그 눈들이 다 녹으면 꼭 돌아와 구해주겠다는 말만 남기고 두 달 반 만에보딩이 아닌 등산 복장을 하고 다녀왔습니다. 곤돌라로 정상에 올라 삼거리 까지 내려와 렌보립트 아랫길로 정밀 수색을 하고 렌보 베이스로 내려와 걸어서 주차해 놓은 드래곤 플라자 까지 오는 계획이었습니다.
렌보2 초입 옆에 립트 기둥 부터 아래 렌보3에서 렌보2 하단으로 이어지는 오솔길 까지 그 사이에서 잃어버린게 확실하기 때문에 대략 350여 미터 수색 범위를 잡고 곤돌라를 끊어 올라갑니다. 시즌권으로 공짜로 타다 돈내고 탈려니 아까웠습니다. 그래도 할인 받아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습니다. ㅠㅠ
양떼 풀어놔도 되겠습니다. 실버엔 눈이 조금 있군요
발왕산 '기'스카이워크가 그 위용(?) 조금씩 드러냅니다.
와이프와 딸램이 웹캠으로 본다고 서보라고 해서 잠시 포즈를 취합니다.
렌보1로 빠지는 초입에 눈이 꽤 있습니다. 다 밟아서 헤집어 놓았습니다....
맨날 허열때만 보다 시~퍼러니깐 뭔가 이상합니다.
드디어 탐색 시작입니다. 등산스틱을 탐침봉 삼아 30분 동안 100여 미터를 내려간 순간....
뭔가 시커먼게 보이는게 제 눈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반신 반의하며 왔는데 정말 예상한 자리에 있었습니다. 두 달 반 동안 눈도 엄청 오고 비바람에 영하 11도에서 영상 17도를 오가는 환경 속에서 과연 살아있을까 의심했는데 외장형 베터리 낑구고 몇 분 있다 '띵' 충전연결음이 들리면서 전원이 들어왔고 모든 기능이 작동했습니다. 이 8플러스를 찾으면 1년 동안 아이폰 노래를 부르고 있는 딸램 주기로 했는데 영상통화로 알려주니 아주 춤추고 괴성지르며 난리도 아니었습니다...ㅡㅡ;;
성공적인 구조의 기쁨을 접어두고 렌보2로 하산합니다. 보드로는 20초면 내려왔던거 같은데 가도가도 끝이 안 나옵니다..
멀리서 위엄을 자랑하는 렌보3 하단 급사부를 찍고 50여분 정도 걸어서 드레곤 플라자에 무사히 도착하여 복귀했습니다. 당가원은 역시나 닫혀 있어서 건너편 대관령 반점에서 짬뽕하나 비웠습니다.
뭔가 힐링을 하고 온 기분입니다. 역시 애증의 용평이네요. 다들 코로나 조심하시구 개장 200여일도 안 남았다고 하니 금방 올 것 같습니다.....ㅠㅠ
두달반동안 묻혀도 정상작동되는게 신기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