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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 개장을 앞두고, 이전에 썼던 양지에 대한 소개글을 다시 끌어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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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오렌지 오픈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지나치게 빠른 업무 처리로 오후 세 시 반에 오늘 할 일이 다 끝나 할 일이 없어 빈둥대다가 끄적거려 봅니다.
단점부터 갑니다.
1. 리프트가 느리다
- 그린(중급)과 오렌지(초중급 혹은 초급)을 제외한 모! 든! 슬로프가 기어갑니다.
소위 말하는 빛의속도로 채어가서, 달팽이처럼 기어가다가, 다시 광속으로 내뱉는 그런 리프트죠.
특히.. 양지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챌린지 및 챌린지 플러스로 올라가는 챌린지 리프트의 속도는 해탈에 들게하는데요.
그래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용평 옐로우보다는 빠른거 같아요. 핑크 리프트랑 비슷한가?
뭐 그정돕니다.
2. 정설을 개떡같이 한다
- 제설 능력 자체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봅니다. 특히 메인간판이라 할 수 있는 오렌지와 그린은 보강제설도 드물지 않
게 합니다. 시즌 중에 비가 오고 나서 슬로프 복구를 위한 제설도 열심히 하는 편이에요. 물론 용평이나 휘팍에 비할 수는
없지만…
하지만.. 문제는 정설 능력이네요. 정설차가 안 좋은건지.. 아니면 정설 노하우가 모자란건지 잘 모르겠지만 정설 후 오픈
하면 사람이 많지 않더라도 30분만에 모글밭이 됩니다.
오후 정설 이후에 야간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데, 새벽정설 후 아침 땡보때도 마찬가지거든요. 참 미스터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시즌 중반이 지나가면, 양지의 숨은 간판인 챌린지와 챌린지 플러스의 관리는 포기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보강제설은 하는데, 새벽에조차 정설을 안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특히 안전관련하여 중요한 챌린지 상단의 정설은 그래도 하는 편인데, 챌린지 플러스와 챌린지 중하단은 아예 방치.. 시즌
초의 깊은 카빙자국이 시즌 말 까지 마치 공룡 발자국 화석처럼 남아 있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점이 양지가 설질이 안 좋다고 평을 받는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물론 시즌 중에 기온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 감자밭도 생기고 설탕밭도 생기고 아이스도 생깁니다만.. 이건 어느 스키
장이나 마찬가지거든요.
하지만 다른 스키장과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이 모글밭이 아닌가 싶습니다. 양지는 모글밭 생성이 굉장히 빨라요.. 특히 그
린과 블루에서 그 점이 두드러지더군요..
3. 주차장
사실 주차장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스키장은 흔치 않으리라 봅니다만, 양지는 주차장이 참 못생겼어요.
이용하기 불편하다, 주차 대수가 부족하다 등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냥 딱 잘라 말해서 주차장 구조가 참 못생겼습니다.
일단 스키장 자체에서 가까운 주차장은 양지 콘도 앞의 지상 주차장과 콘도 지하의 지하주차장인데요. 주말에는 무조건 꽉 차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면 무조건 약 1.5km 정도 떨어진 골프장 근처 주차장으로 가야 하는데요. 여기까지는 지리적/구조적인 문제라 어쩔 수 없는 듯 합니다.
그런데, 제일 짜증나는건 관광버스에요.
스키장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는 당연히 제가 감내해야 할 부분인데, 여행사 단체관광객들의 관광버스가 줄줄이 들어서서
그 좁은 언덕길을 틀어막고 있는 것 보면 사실 짜증이 날락말락 합니다.
사실 이렇게 짜증이 나는 이유는 기다려야되어서가 아니라.. 보통 저 관광버스들 때문에 기다려야 되는 길이 초! 오르막길
이라서, 그 오르막길에서 가다 서다 하다보면 진짜 진이 다 빠져요.
특히 그 전날 눈이 왔거나.. 비가 왔거나.. 하면 물론 양지측에서 언덕길 안전을 위해 뭔가를 하시리라 생각은 하지만 가슴
한켠이 써늘한건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가능하다면 관광버스 진입로는 다른 곳으로 하면 참 좋을 듯 한데.. 사실 주차장 및 진입로 생겨먹은 모양을 보면 불가능해 보입니다.
4. 시설이 구리다
뭐 다들 아시는 사안이시겠지만.. 양지는 어딜봐도 “리조트” 같은 느낌은 안 듭니다.
말하자면 스키장계의 “깡통차”?
여자친구가 차를 탔을 때 “오빠.. 택시해?” 라고 물을 정도로 옵션이 없는, 바로 그 “깡통차”의 이미지죠.
틀린 말 아닙니다. 정말로요.
양지에서 데뷔한 와이프가 곤지암 한번 다녀오고나서 엄청 침울해 했던 게 기억나네요. 그럴 만 하죠.
“차가 뭐! 에어컨 잘 나오고! 핸들 잘 돌아가고! 어! 브레이크 밟으면 서고! 엑셀 밟으면 가고! 어! 뭐 이럼 됐지!”
라고 하시는 분들을 위한 스키장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달리는 데만 집중해서 만든 초경량 스포츠카” 같은건 절대로 아니고요.
그냥 가는데는 지장 없는데, 인테리어 좀 후지고, 담배냄새나 홀아비 냄새도 좀 나고, 시트 좀 늘어지고 살짝 더러운.. 연식 10년 정도 되는 차를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뭐 그렇습니다. 드릴 말씀이 별로 없네요.
그럼 장점을 가 볼까요?
1. “상대적” 으로 사람이 적다.
사실 양지도 사람이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특히 오렌지와 그린은 주말에는 상당합니다. 지난 시즌에는 비까번쩍하게
차려입은 분들도 꽤 봤어요. 상당히 놀랬죠.
하지만 아직 최상급인 챌린지는 사람이 적습니다. 평일 야간은 당연하고, 주말 오전에도 대기시간이 거의 없어요.
물론 주말 오전 11시가 넘어가면 좀 다릅니다만..
어떤 헝글 분이 저한테 물어보셨던
“바로 옆에 지산이 있는데 왜 양지를 굳이 가세요?” 라는 질문의 답이 여기에 있습니다.
평일 야간, 하루 일을 마치고, 아무도 없는, 세월아 네월아 올라가는 리프트에 몸을 싣고 하늘을 바라보면 별이 반짝입니다.
바람 소리 외엔 아무 소리도 안 들리죠. 리프트가 느려서 답답하다는 생각조차 안 듭니다.
리프트 하차장에 내려서 챌린지 정상에서 고개를 들면, 멀리서 용인 시내의 불빛이 반짝입니다.
장갑을 끼고, 헬멧을 고쳐쓰고, 정상에서 출발하면 머릿속에서는 아무 사념도 남아있지 않죠.
양지 챌린지에는 이런 고즈넉함이랄까, 고독감이랄까, 사람 사이에서 지친 정신을 씻어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어.. 장점 앞에 번호를 1 붙였는데.. 더 쓸게 없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이럴 줄은 몰랐는데.
그렇지만..여튼 저는 다음 시즌도 양지 시즌권을 살 겁니다. 아마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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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는 올해 시즌권도 샀습니다. 아마 내년도 사겠지요..
안녕하세요 pepepo님. 저도 작년부터 양지에 다녔습니다.
말씀하신 부분 정말 동감합니다. 정확하게 뛰어나게 묘사하셨네요.
저 역시도 양지의 최고 장점은 챌린지의 대기시간 제로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상에서 바인딩 체결하고 있자면 너무 사람이 없어서 외롭고 쓸쓸할 정도이지요.
추가로 그나마 제가 생각하는 장점을 적자면...
프리미엄 회원권이 프리미엄 라운지에서의 무료 커피 한잔....
이거 별거 아닌거 같지만 몸 녹히는데 최고 이구요..
그리고 사우나...
작년에 첨 이용해 봤는데 단돈 삼천원으로 회원권자에게 이용할수 있게 하는데
진짜 최고급은 아니지만 왠만한 동네 사우나보단 낫더군요.
올해 꼭 뵙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시즌 시작도 전에 발가락을 다쳐서 얼리버드로 산 시즌권까지 처분하게 되었어요...
내년에 꼭 뵙길 기원합니다.
장점2~!!!
가깝다!!
저도 양지가 제 보드의 고향같은 곳입니다... ㅎㅎ
사진은 오늘 오후 양지의 모습입니다.
항상 멀리만 다녔었는데 가까운맛에 한번쯤 들려야겠네요
이런 리뷰글 찬양합니다~
대단하다는 말밖엔.... 전 경기권 지산 양지 곤지름 다 포기했습니다.. 오로지 강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