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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존재는 설 자리가 없고 소유가 존재를 규정한다. 지금 한국사회는 솔직히 참담하다"라고 밝혔다. 프랑스에서 2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보았던 광고 두 개의 예도 들었다, BC카드의 '부자 되세요' 광고와 롯데 캐슬의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군지 말해줍니다' 광고다. 그는 "처음 '부자 되세요' 광고를 봤을 때 앞에 어떤 문구가 생략된 줄 알았다" "열악한 주거환경을 가지신 분을 생각한다면 어떻게 그와 같은 광고가 거리낌 없이 나갈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야만적이다"라고 말했다.

- 작년에 한국으로 영구귀국하면서 깜짝 놀란 것이 있다. 바로 TV 광고이다.


"부자 아빠를 꿈꾼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1%를 위한 차", "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결정한다" 등의 물신주의가 한국을 지배하고 있다.   - 홍세화 -

 

 

요즘 광고에서 느끼는 아찔함 / 홍세화

노동과 세계 제206호


귀국하기 전부터, 새해인사가 "복 많이 받으세요" 대신에 "부자 되세요"로 간소해졌다는(?) 소식을 듣고 있었다. 한국사회에서 부자는 이미 복을 많이 받은 사람이거나 복을 많이 받기 위해선 꼭 갖추어야할 조건이었다. 인간의 삶이 오직 돈으로만 규정되고 있는 것이다. 나 자신 오래 전부터 한국사회에 팽배한 물신숭배나 천민자본주의를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의 공격성을 피부로 느낀 것은 귀국 뒤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서였다. 광고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소비를 부추기는 소임을 띤다. 자본주의 경제원칙을 철저히 따르는 광고는, 따라서 그 사회의 소비행태, 소비문화를 아주 솔직하게 반영한다. 틀림없이 프랑스의 텔레비전 광고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텔레비전에서 본 몇몇 광고는 나에게 몹시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부자 아니면 무엇도 꿈꾸지 마라"?

가령 유치원 아이들을 배경으로 등장한 젊은이는 "부자 아빠를 꿈꾼다"고 서슴지 않고 말하면서 미소를 짓는다. 이제 한국의 젊은이들은 선언적 얘기로라도 "착한 아빠를 꿈꾼다"고 말하지 않게 된 것이다. 착한 아빠가 되려면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는 광고 카피에서 말하는 '능력'이 없으면 안 된다는 뜻이리라. 한국에선 버젓이 공중파를 타고 대부분의 사회구성원들이 당연한 듯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이런 광고가 프랑스 사회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 법에 규정되어 있어서가 아니라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므로 광고효과를 보기는커녕 역효과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줍니다"는 고급빌라 광고는 머리가 돈 사람도 만들지 않을 것이다. 머리가 돈 사람도 그런 상상력을 갖기는 어렵기 때문이며, 고도의 상상력을 지닌 미친 사람이 그런 광고를 만들어 유포한다고 할 때 프랑스의 시민사회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1퍼센트..."를 들먹이는 자동차 광고는 또 어떤가. 월드컵 기간 동안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외쳤다는 '대~한민국'에서 99%의 사회구성원들은 '대한민국 1퍼센트'를 떠드는 광고에 둔감하다. 대한민국 1퍼센트 안에 속해야만 그 자동차를 탈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는데 말이다. 부러움이 앞서면서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문제의 심각성은 사회구성원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해 마땅한 광고가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을 만큼 사회구성원의 비판적 의식이 허물어졌다는 점에 있다. 아울러 건강한 시민사회라면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광고가 버젓이 공중파를 타고 우리의 일상을 계속 침범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설령 우리의 의식은 천민자본주의를 반대하고 신자유주의를 반대한다 하더라도, 광고는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우리의 무의식에 일상적으로 작용한다. 광고의 반복효과는 세뇌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우리의 비판적 의식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성찰하지 않을 때 우리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와해될 수 있다. 나 또한 지금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광고를 몇 달이 지나고 몇 해가 지난 뒤에는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게 될지 모른다.

 

운동의 일상과 생활의 일상 사이에서

그러므로 천민적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운동의 일상과 생활의 일상 사이에서 더욱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운동의 일상은 우리의 의식을 지배할 뿐이지만 생활의 일상은 우리의 의식뿐만 아니라 무의식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천민적 가치관은 우리에게 일상적으로 다가와 긴장을 풀고 이완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한다. 인간다운 인간을 고집함으로써 긴장된 삶을 계속하기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배부른 동물'이 되라고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본주의 관철 방식과 양태에 대하여 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원적 가치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물으며, 인간 연대의 소중함과 동지적 애정의 고귀함을 일상 속에서 서로 나누고 확인해야 한다.

<한겨레> 기획위원

 

 

 

 

 

 

 

 

 

.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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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날아라

2013.11.07 01:46:20
*.7.48.86

옹 듣고보는 그렇네요..

나비날아라

2013.11.07 01:46:31
*.7.48.86

옹 듣고보는 그렇네요..

더치베어

2013.11.07 08:02:35
*.62.173.233

팍팍한세상이죠

표짱님

2013.11.07 13:06:20
*.222.162.125

또 있습니다 "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질문에 그X져로 대답했습니다. "

leeho730

2013.11.07 13:45:49
*.62.204.77

뭐이병...


간단히 말하자면, 남이 얼마나 버는지 등에 대한 오지랖이 지나치게 넓은 경우...


개성을 키우기보단 획일화에 사람의 가치와 돋보임은 성적표와 스펙으로 계산되는 사회에서...

곧 수입, 차, 주택의 가격이 개성이 되어 버린 안습한 사회가 한국...


외국이라면...

부하직원이 천만원짜리 차를 몰고 과장이 100만원짜리 차를 몰아도 누가 뭐라 안하는 사회...

진짜초보임

2013.11.07 21:50:10
*.157.69.234

어떻게 지내냐고 묻습니다.
차량음 (삐빅) !
웃음.

softplus

2013.11.08 00:16:34
*.181.105.15

과시욕이죠...

꿀래님

2013.11.08 14:32:11
*.230.221.105

쩝인에ㅛㅁ

인디맨

2013.11.11 16:10:53
*.35.40.210

하.............

30번라이더

2013.11.25 02:20:21
*.20.55.16

음...........

走火入魔

2014.01.01 06:13:26
*.139.165.210

천민자본주의의 병폐, 저런 광고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정도로 우리가 오염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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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펀글게시판 이용안내] [13] RukA 2017-08-17 65529 9